이제 다시 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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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월의 중턱에 접어 들고 있다. 오늘은 좀 색다른 테마를 잡아 보았다. 지난 주 필자가 나가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이제 문 사 철(문학+역사+철학)이다!> 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의 일부를 글로 정리해보았다.
어느 생리학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두뇌의 1/3밖에 사용하지 않으며 이른바 <아무 생각 없는 듯한 사람>은 불과 3%만 사용하고 죽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140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된 인간 두뇌의 무게는 1,2에서 1,4킬로그램까지 많게는 약 200그램의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뇌의 무게와 지능 사이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머리가 좋은 사람과 두뇌기능이 원활치 못한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학자들은 “140억 개의 신경세포간의 회로망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사람의 머리가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뇌세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세포간의 연결이 지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뇌세포간의 연결은 “집중력을 높이고 오른쪽, 왼쪽 뇌를 골고루 활용함으로써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20년 전만 해도 좌뇌와 우뇌가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알지 못했는데 1981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스페리 박사가 각각의 역할을 밝힘으로써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좌우로 갈라진 인간의 두뇌는 대뇌 아래쪽에 있는 뇌량을 통해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두뇌로 들어오는 신경이 서로 교차하므로 좌반신은 우뇌의 영향을 받고, 우반신은 좌뇌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좌뇌는 언어적, 논리적, 분석적, 계산적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는 공간이나 형태 인식, 이미지나 그림 인식, 직관, 종합, 운동 등을 관장한다. 한국인은 사물의 이치를 꼬치꼬치 따지는 사고력과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대개 우뇌형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모대학교 심리학과의 K 박사에 따르면 좌뇌는 확신적,분석적,직선적,명쾌함,연속적,언어적,구체적,합리적, 목적지향적 역할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직관적/일시적>-<종합적/정서적>-<시각적/비언어적>-<확산적/시각적>-<상징적/예술적>-육체적 영역을 담당한다고 한다. 아무튼 사람은 대개 좌뇌와 우뇌 중 어느 한쪽이 더 발달한, 달리 말하면 어느 한쪽을 덜 개발된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자신이 어느 두뇌 스타일인지를 알면 덜 개발된 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훈련을 통해 전체적인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의 학교 교육은, 짧은 시간에 대량 지식을 습득하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고 구겨 넣고 줄줄 외우는 좌뇌 교육에 치중해 왔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 조상 대부분이 우뇌형에 속한다는 것은 단적으로 건축물에서 드러난다. 수치에 근거한 설계도 없이, 다듬지 않은 목재를 구부러진 대로 사용하면서 눈대중과 직관만으로 정확하게 맞추고 올린 건축물을 보라! 좌뇌형의 치밀한 계산과 논리는 산업화 이후 우리 나라가 급속도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필요하게 된 능력이다.
모든 교육도 강제주입식 좌뇌 개발에만 맞추어져 왔고 산업화 이후 한국인의 우뇌는 그야말로 놀고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날 그 대량생산 체계가 한계에 부딪치면서, 다시 말해 발명과 신기술 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시 필요하게 된 능력이 우뇌형 창의력임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리하여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오너에서 학습지 교사에 이르기까지 “창의력!”이란 단어가 입에 발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감수성은 마치 스펀지 같아서, 이번엔 너도나도 우뇌형만 부르짖다 보니 “얘들이 S대 학생 맞아?”라고 한탄하는 교수가 나올 지경으로 기초 학력 즉 좌뇌 능력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좌우의 균형이다. 지식과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창의력은 몽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창의성 없는 논리와 지식은 생식 기능이 없는 지식창고인 백과사전에 불과하다.
현대는 영상시대다. 아무런 언어적 설명 없이 영상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기본적으로 우뇌형 인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겐 여전히 논리와 합리성이 부족한 듯하다. 그래서 필자는 작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좌뇌와 우뇌를 균형 있게 개발시키는 방법으로 수학을 권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수학을 싫어한다. 그 까닭은 아마도 인수분해 공식을 외우던 넌덜머리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수학 문제엔 딱 떨어지는 해답이 있으며 그 해답에 이르는 길이 하나뿐” 인 딱딱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다. 수학은 해답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학문이다. 논리와 창의력이 절묘하게 균형 잡힌 수학은, 마치 화가가 그림으로, 소설가가 언어로 세상을 묘사하듯, 숫자와 기호로 세상을 묘사할 뿐 그 숫자가 진리 자체는 아니다. 방정식 자체는 빈틈없이 논리적이지만 방정식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과정은 한 편의 소설이요 화가의 붓질일 뿐이다. 그나마 수학은 세상의 아주 일부분만 묘사할 수 있고, 그 나머지 영역은 ‘발명해야 할’ 오지로 남아있다.
30 -40대가 기억하는 <수학의 정석>에 있어서는 좌뇌형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어느 경지를 넘어선 고등수학에서는 좌뇌형 인간보다 우뇌형 인간이 더 월등한 재능을 보인다고 한다. 물리나 화학도 마찬가지여서 위인 반열에 오른 과학자는 대개 우뇌형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우뇌가 좌뇌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사람들이다.
다시 고교 수학을 펼쳐 보자. 아주 쉬운 문제부터 해답을 찾을 때까지 상상을 날개를 펼쳐 보자. 우리가 고교시절에 달달 외운 공식은 하나의 ‘지름길’이며, 각자의 창의력에 따라 수없이 많은 샛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질문을 하겠다. “지름길이 가장 좋은 길인가?” 최소한 성공과 행복에 있어서만큼은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학을 보면 성공이 보인다. ⓒ이내화2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