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챔피언: 휴 로리의 위트 vs 박인비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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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42
2013.12.06
수상소감 챔피언:휴 로리의 위트 vs 박인비의 진심
![수상소감 챔피언: 휴 로리의 위트 vs 박인비의 진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Q.25792577.1.jpg)
공식적으로도 감사해야 할 경우가 많아진 연말 은근히 스트레스다.
그대로 읽으면 식상할 테고, 외우자니 혹시 기억이 안날까봐 걱정이다.
남들처럼 짧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고 싶은데 많은 사람 앞에서는 눈앞이 캄캄하다.
20여 년 동안 천여 명 대상으로 강의경험도 있는 필자도 예외는 아닌데, 이유는 한 시간 이상 진행하는 강의와 3분 이내의 짧은 소감 전달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소감공식을 통한 1단계부터 위트의 2단계를 거쳐 최고봉인 진심의 3단계를 살펴보자.
1단계-1: 소감 스트레스에서 구원해준 소감공식 ‘APEC’
영광스럽게도 2012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인상을 12월 4일에 수상하면서 설렘과 긴장의 순간에 직면했다. 평상시에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소감공식 ‘APEC’이 없었으면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긴장의 늪에서 구해준 햇살과도 같은 이 공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와 이니셜은 같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A(Attention) : 관심 끌기
P(Point): 핵심 주기
E(Example) : 사례 풀기
C(Conclusion): 정리하기
1단계-2: 소감공식 ‘APEC’ 으로 쪼개본 수상 소감
A(Attention) : 관심 끌기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수상소감을 두 개 준비했는데요.
하나는 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긴 것인데 어떤 것으로 할까요? “
P(Point): 핵심 주기
“한경닷컴 칼럼을 진행하면서 저는 세 가지 매력에 빠졌습니다.
첫 번째가 배움의 매력인데요.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 분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가장 즐겨 읽는 칼럼은 ‘일본 열도 바로보기’입니다.
두 번째는 성찰의 매력입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경닷컴은 제게 생각을 디자인하게 한 공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소통의 매력입니다.“
E(Example) : 사례 풀기
“조회 수 5만 건이 넘는 경우도 경험하고
또 칼럼에 대한 생각을 메일로 보내주는 해외 독자 분들을 만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경닷컴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해외 독자의 피드백은 뉴욕에 사시는 분으로
칼럼을 올리자마자 거의 3분 만에 메일을 주신 경우였는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늘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옥의 티! 오타가 하나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 전에 수정해 주실 거지요?
그리고 이 말도 꼭 하고 싶네요. 다음칼럼이 자꾸 기다려져요‘ ”
C(Conclusion): 정리하기
“독자분의 이러한 섬세한 소통의 매력이 제게 칼럼을 쓰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고,
갑오년 새해에는 독자 분들께 더욱 매력적인 칼럼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단계: 위트 있는 휴 로리의 색다른 수상소감
6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국 드라마 <하우스>로 유명한 배우 휴 로리의 수상소감에는 위트가 묻어 있다.
감사한 사람이 많은 관계로 종이에 적어 와서 일일이 호명하는 것을 듣는 것은 관중에게는 곤혹스럽고 지류한 일인데, 그는 이 절차를 그만의 위트로 각색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한 분을 적어보니 172명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어왔습니다. 그럼 일단 잘 섞어서 몇 개 뽑아보겠습니다.(주머니의 종이를 섞는 제스처를 한 후) 먼저 첫 번째 당첨자는 스크립 슈퍼바이저 다음은 에이전시~ 그런데 이것은 제 글씨가 아닌 것 같은데요!”
3단계: 진심 어린 박인비 선수의 순도 100% 수상소감
소감공식 ‘APEC’에 근거해서 하는 1단계도 무난하고
위트를 발휘한 2단계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상소감은 역시 진심이 담긴 수상 소감이다.
진심은 모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맥박을 뛰게 하는 특별한 ‘그 무엇’이기 때문인데
2013년도 한국인 최초로 LPGA투어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품에 꼭 끌어안은 ’골프 여제’ 박인비선수는 약혼자에 대해
“오빠는 나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은 그가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운이 좋은 사람은 나다. 오빠가 있어서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는 갑자기 한국어로 “오빠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며 울먹여 청중의 마음을 진심으로 흔든데 이어서 라이벌이었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페테르센 선수에게 “두 사람이 시즌 내내 나를 몰아붙여 나도 이만큼 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비록 자로 잰 듯 한 매끈한 공식을 기본으로 하거나 위트가 넘치는 소감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그녀의 소감에 박수를 치는 것은 바로 진심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연말 모임에서 자신의 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감 스타일이 무엇일지 한번 고민해 보자. 그리고, 최소 10번 이상 거울 앞에서 제스처와 함께 리허설을 해본다면, 감사함을 전하는 소감의 향기가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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