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0



2013.01.24









며느리의 영원한 적, 명절아 사라져라?!
명절증후군을 박멸하는 창의적 배려 비법
아예 없어져 버려라! 명절 따위!



“어렸을 때는 명절날이 즐거운 축제 같았거든. 그런데 웬일이니? 시집 간 이후로 매번 명절 때마다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아프고 그렇더라고! 시댁에 미리 가서 음식 준비하느라 온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명절날도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만 해대는데도. 남편은 나 몰라라 하지!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명절 같은 거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어!”

얼마 전에 만난 친구의 넋두리다. 명절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의 진학, 성적 문제 등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 쉬운데 이것 역시 그녀의 스트레스를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서 가족의 경제력이나 직업 등의 비교가 그녀 속을 뒤집어 놓았다. 가까운 가족 친지관계일수록 경쟁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는 되도록 대화중에 꺼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함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입으로 어느새 새어나와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세상의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입 또는 손까지의 거리가 아닐까 싶고, 꿈 많고 명랑쾌활해서 인생의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 친구 L의 해맑은 미소가 그립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한 명절증후군



이것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생기는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문화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이 명절 증후군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친구 L의 울분도 바로 이런 현실에서 비롯되는데 제사는 남편의 조상에게만 지내지만, 막상 몸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시댁 식구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 즉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남편 자신들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들은 손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고 방에서 갖다 바치는 과일이나 먹으면서 TV보고 시시덕거리는 모습에서 울화통이 치민다는 것이다.



남편과 시부모도 앓고 있는 명절 증후군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명절증후군은 이 땅의 며느리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싶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로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영 편치 못한 이유는, 명절 때면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아내의 기분을 어쩔 수 없이 맞추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고 뿐만 아니라 몸은 방에서 과일을 먹고 TV를 보고 있어도, 거의 신경은 밖의 아내에게 쏠려 있다. 밖에 나가서 아내를 도와주자니 부모님의 따가운 눈총이 아프고, 방에 앉아 있자니 후속타로 나올 아내의 신경질적인 잔소리가 뻔 하기에 가시방석이다. 명절 당일에 일이 터지지 않더라도 집에 돌아온 후에 아내와의 냉전 상태가 며칠씩 가는 경우가 많아 이제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자꾸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고 하는 남편이 많다. 뿐만 아니라 시골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가족들이 왔다가 쫙 빠져나갔을 때 느껴지는 서글픈 감정이 ‘명절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바로 창의적인 배려!



명: 명석하게 하지 않으면

절: 절교하게 되는 날!



명절이 바로 이렇게 위험한 날이 되어가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내와 자꾸 다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도 역시 기분이 우울해지기 십상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칫 오해를 일으키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관계가 절단 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절다운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핵심 열쇠로 마음의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대안을 찾아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어떤 가족들은 명절 때 편을 갈라서 고스톱이나 윷놀이로 내기를 해서 진 이은 상차리기나 설거지하기, 심부름하기 등 여러 가지 명목을 붙여서 일을 나눠서 하는데 며느리 입장에서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여자들의 일 부담을 줄이면서 가족들 모두가 명절 준비에 참여함으로써 가족 공동구성원으로서의 유대감도 키울 수 있지 싶다.

이렇듯 명절증후군을 박멸시키는 것은 바로 창의적인 배려다.



주고받는 배려로 기다려지는 명절을 만들자



친구 S의 남편은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몇 년 전부터 아내를 위해 시장을 대신 봐주거나 집안청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명절 동안 할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꼼꼼하게 정리해서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하고 간소화 했단다. 예를 들어 자신은 물론, 남동생 그리고 아버지 즉 남성들에게도 명절 때 역할을 정해준다거나 새로운 음식을 장만하지 않고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뷔페 방식을 접목하는 ‘퓨전식 상차림’도 남편이 시부모님과 친지들의 동의를 얻어 적용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단다. 친구 S가 말하기를 자신의 몸이 조금 편해진 것도 있지만, 남편이 여성들에게 편중된 우리나라의 불균형적인 명절문화를 바꾸려는 의지와 자신의 아내는 물론 어머니 즉 여성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이 자신의 마음을 녹여주었단다. 고생하는 아내에게는 남편 등 가족의 격려와 배려가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가족이 조금씩 일을 나누고 서로에게 조금 더 많은 배려를 함으로써 함께 치르는 축제라는 명절의 본뜻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 설날에는 이 세상의 가장 먼 거리인 머리와 입 그리고 손까지의 거리를 적어도 한 뼘 더 가깝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영실facebook

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Homepage


박영실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