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사람들이 나보고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사는 게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난 ‘책을 읽으라’고 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3가지이다. ‘열심히 살기 위해서, 잘하기 위해서,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이다.



어디 부쳐먹을 땅뙈기 한 뼘없는 현대인들에게 ‘열심히’라는 단어는 옛날과 다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논.밭에 가서 땅을 일구고, 잡초를 뽑아줄 수있다면 열심히 못 살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몸으로 일하는 때가 아니라 머리로 일해야 하는 시대이다. 논.밭이 없고 어디선가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열심히’란 주어진 일거리가 아닌 ‘찾아낸’ 일거리가 있을 때 비로소 열심히 살 수있다. 아니면 일거리를 찾기 위하여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그게 현대인에게 거의 유일한 수단이 ‘독서’이다. 육체적인 힘이 중요하지 않은 현대에서 ‘지적인 힘’을 키워야 하는 데 독서말고는 별로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알아야 창의력이 생기고, 알아야 상상력을 키울 수있다. 일자무식한 사람이 태초의 빅뱅을 알 수없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를 알수가 없다. 아는 만큼 상상력과 창의력도 키울 수있다. 사업가에게 ‘열심히’란 사람을 부지런히 만나고, 머릿속의 논밭을 끊임없이 경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식하고 부지런한 사장보다는 유식하고 게으른 사장이 낫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 나가던 도요타가 자동차 사고 몇건 때문에 수렁에 빠졌고, 핸드폰 업계의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가 ‘아이폰’의 등장으로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팍팍 변하는 세계에서 무조건 ‘돌격 앞으로!’만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왜’에 대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바뀌는 ‘판’에 따라 나의 ‘수’도 바뀌어야 한다. 책에는 경영에 대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권투 선수의 새도우 박싱을 상상해보자. 경기전에 미리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상상하면서, 그 대책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실전에 들어갔을 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날아오는 상대 선수의 주먹을 피할 수있게 된다. 책을 읽을 때도 새도우 박싱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 속에 있는 사례들, 저자의 해결책들을 보면서 우리는 새도우 박싱을 하는 것이다. 한두권을 읽은 사람은 한두가지 새도우 박싱을 하는 것이고, 백권을 읽은 사람은 백가지 새도우 박싱을 하는 것이다. 권투선수는 매 게임마다 상대방 한 선수의 패턴만 파악하면 되지만, 경영에서는 매 게임마다 수백, 수천의 경쟁자가 있다. 권투는 상대방의 신장, 몸무게, 전적, 이두근등의 크기등 전력의 기본인 요소들이 공개되어 있지만, 기업의 경쟁에서는 상대방이 누군지마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권투는 상대와 내가 아는 규칙이라는 게 있지만, 세계화된 시장에서는 게임의 룰마저 일정치가 않다. 결국 가능한 한 많은 경쟁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계속해서 몸에 익혀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실전으로 해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책을 통한 경험은 피튀기지 않고 느긋하게 해볼 수있다. 게다가 책을 지은 사람들은 실전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매우 풍부한 사람이다. 그런 저자들의 해설까지 곁들여서 노키아나 삼성같은 세계적 기업들의 성장경험을 알 수있다. 노력만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게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문제는 얼마만큼 열심히 책을 읽고 이해하려고 하는 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열심히 그리고 잘’이 세상사의 전부는 아니다. 큰 회사는 대개 기획부라는 것이 있어서 뭔 일을 하더라도 계획적으로 한다. ‘전략경영’을 한다고들 한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기획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마 ‘전략경영’에 관한 전문가들 일 것이다. 그래도 자빠지고, 깨지는 큰 회사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실행한다. 이렇게 잘하기 위하여 열심히 살았어도 ‘운’이라는 게 있다. 하늘이 내렸다는 전략가인 ‘제갈공명’과 ‘봉추’의 도움을 받았던 유비도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천운’이 유비를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수많은 소기업의 사장들도 아직 운이 따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이라는 게 굴곡이 심하다. 그 힘겹고 어두운 나락같은 세월이 얼마나 오래갈지 인간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그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이다. 그 것은 삶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이다.



권투선수는 매번 이길 때마다 파이트머니는 커져간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장들은 계속해서 연전연승한다고 해서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익이 그에 비례해서 커지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게다가 미래 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예로 이전에는 핸드 폰 시장, 디지털카메라 시장, 전자사전 시장, MP3시장이 다 따로였지만, 점차 하나로 묶여가면서 이들 시장의 총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디지털 컨버젼스, 유비쿼터스니 하는 것들이 번드르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 안에서 게임을 치르는 사람들에게는 피튀기게 하는 말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같지만, 사실은 기존에 있던 시장을 통합해가면서, 전체 규모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의 양말시장도 세계적으로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양말을 신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자용 스타킹 시장은 거의 소멸상태에 이르고 있는 지경이다. 삶은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힘들어진다고 비관할 수는 없다. 일부러라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사업 파트너들도 나를 보고 싶어한다. 허구헌 날 얼굴찡그리는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학습된 낙관주의,”에서 마틴 셀리그만은 묻고 답한다. “살면서 겪게되는 크고 작은 불행의 원인에 관하여 여러분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에 관하여 흔히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탓이야,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찌해도 소용없을거야’. 반면에 불행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황이 좋지 않았어. 어쨌든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



꼭 이 책만이 삶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서점에 있는 책의 90%이상은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소설도 비극보다 해피엔딩이 잘 팔린다. 경영과 자기계발에 관한 책도 결국은 ‘자기처럼 하면 잘된다’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그럼 세계 경제가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잘 되고 잘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도 포기를 하지 않게 된다.



지금도 난 누군가를 만나거나 일하고 있지 않으면 항상 무언가를 읽는다. 왜?

‘열심히 살기 위해서, 잘하기 위해서,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



하지만 이 모든 책들보다 나를 긍정케하는 것은 역시 ‘가족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