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면 누구네 빵집, 누구네 식당하는 것처럼 주인의 이름을 간판에 걸고 하는 집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걸 꺼려했는 데 요즘은 바뀌고 있다. 원할머니 보쌈, 한경희생활과학, 안철수연구소, 공병호경영연구소등 자기 이름을 걸고 경영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2000년 ‘CEO주가’를 ‘신어’자료집에 수록했다. CEO주가란 CEO의 경영능력이나 이미지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주식가격을 말한다. CEO가 기업 경쟁력의 한 요인일뿐더러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조어이다. CEO 주가는 주식시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능한 CEO의 영입이나 사임도 해당 기업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투자자의 77.7%가 CEO를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는 통계가 있다. 주가를 좌우하는 CEO야말로 브랜드 CEO라고 할 수있다. CEO 주가를 형성한 국내의 대표적인 CEO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꼽을 수있다. 안연구소가 코스닥에 등록할 당시 이 회사는 CEO로 있던 안의장덕에 공모가격을 10-20% 높게 책정할 수있었다고 한다. 1995년 회사를 설립할 당시 그의 이름은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다.”



“CEO주가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CEO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첫 손에 꼽을 수있다. CEO의 비젼제시 능력과 구조조정 능력도 CEO 주가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CEO는 구성원의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식으로 가게 주인이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해야하는 것은 중견기업도 좋겠지만, 소기업은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처럼 브랜드도 없고,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소기업 사장은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이름만큼이나 자기의 이름도 알려야 한다. 둘다 알리기 어려우니 차라리 자기 이름으로 간판을 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소기업은 사장을 보고 거래하지, 회사이름을 보고 거래하지 않는다. 소기업은 사장이 회사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회사가 기울고, 갑자기 사장이 죽으면 회사도 갑자기 죽는 게 소기업이다. 그래서 소기업은 회사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장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소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만큼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 예를 들면 식당을 한다고 치면 오후에 약수터를 가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다거나, 넉넉한 인심을 가졌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식당주인이 야박하다는 소문이 돌면 그 식당에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동네 구멍가게의 주인이 옷도 제대로 빨지 않은 후줄그레한 옷에 가게안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를 나게 해도 안된다. 그럼 그 가게안에 있는 과자나 식품까지도 지저분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만큼 소기업 사장은 회사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개인브랜드’를 가지려고 애써야 한다. 회사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하여는 사장의 이미지도 분명하게 거래처, 고객, 잠재고객들에게 드러내야 한다.



우리 동네에는 사장의 사진을 간판에 큼직하게 붙인 부동산가게와 음식점이 두 개나 있다. 그만큼 자신의 서비스와 음식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아마도 그 두가게는 가게이름보다 사장의 얼굴을 사람들이 더 기억할 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 부동산가게의 사장은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음식점아줌마 사진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지금 나의 이미지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책을 쓴 사장’일 것이다. 부정적이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다. 책을 쓰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회사의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게 나의 이미지로 자리매김을 한 셈이다. 하지만 책을 쓰고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하여 ‘필맥스’를 알리고 나의 경영이론을 정리하는 것이다. 결국 ‘책, 양말, 신발’이 나를 생각하면 가장 자주 떠오르는 이미지 일 것이다. 그 것은 어쩌면 양말과 신발에 ‘책’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좀더 긍정적이 되었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다.



요즘의 제품은 제품 그 자체로 팔리지 않는다. 품질은 이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제품에 갖은 마케팅적 포장을 하려고 하는 데, 때로는 회사의 로고보다는 사장의 얼굴을 광고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애플은 아예 ‘벌레먹은 사과’보다는 청바지를 입은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가 더 많이 나온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그를 ‘창조적 예견자, 디지털시대의 아이콘’이라 부르며 숱한 이야기거리를 애플에 더해주고 있다.



PI (President Identity, 경영자 이미지 또는 사장의 정체성)는 기업과 고객간의 신뢰감 형성과 직원들의 회사와의 일체감 형성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비록 전국적이지는 아니어도 지역사회 또는 해당 산업분양에서 무슨 회사하면 ‘그 회사 사장은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괜찮아!’하는 정도의 이미지는 가져야 한다. 사장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소기업은 거래처와 고객들의 기억에도 별로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기업은 사장이 전부다. 사장의 이미지가 바로 그 회사의 이미지이다. 나의 이미지가 높아져야 회사의 이미지도 높아진다. ‘CEO주가’라는 말이 그냥 생긴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