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경쟁양상 (2-2)





2) 새로운 경쟁 : 정보, 시간, 편리성, 컨버젼스

새로워진 경쟁양상 (2-2)
그럼 이제부터는 필맥스의 발가락 양말이 어떻게 최근의 경쟁을 하고있는 지 살펴보자. 다시한번 돌아보자면 발가락 양말이란 일반 양말 시장의 1/1000의 규모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발가락 양말을 신지 않는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양말시장이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쟁은 그야말로 on-line, off-line에 컨버젼스까지 그야말로 대기업의 첨단 핸드폰이나, LCD TV가 펼치는 경쟁만큼 세상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최첨단 경쟁을 하고있다. 양말은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한 품목이라서 온라인으로 통신판매하려면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나 양말중에서는 Feelmax류의 발가락양말은 비교적 고가라서 어느 정도는 인터넷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요즘의 소비자는 무슨 물건을 사든지 우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확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전략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서치엔진의 상위에 랭크시키려는 노력은 필맥스의 7년간에 걸친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등락이 심해졌다. 얼마전까지만 ‘toe sock’하면 항상 첫 페이지에 랭크되었지만, 경쟁자들도 서치엔진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는 지 점점 치열해지고, 또 서치엔진 제공회사의 머리가 똑똑해져서 엉뚱한 사이트로 가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온라인 품목은 아니지만, 모든 경쟁자들을 온라인에서 만날 수있고,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비교를 해 볼 수있다. 그런데 다른 품목들과는 달리 온라인에 가격을 공표해놓는 사이트가 많지않다는 점이다. 결국은 백화점이나 소매상등을 통하는 전통적인 유통망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사이트만 가격을 공표하고, 제조업체의 사이트는 가격을 공표하지 않으며, Feelmax는 파트너들의 사이트를 링크시켜놓아, 지역별 접촉점을 분명하게 하고있다. 물론 온라인상의 경쟁은 실지로 벌어지는 경쟁 상황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로 디자인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사이트든지 최신의 모델을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경쟁자의 카피를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함이다. 둘째로는 소재의 경쟁이다. 아크릴 소재는 밀려나고, 면을 소재로 하여 한 양말이 기본으로 잡아가면서, 다양한 소재들을 통하여 기능성을 추가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소재는 비단이다. 비단의 가격이 일반실에 비하면 5-6배이상 비싼 것을 감안한다면 독자들에게는 의외이기는 하겠지만, 품질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제작하고, 사이트에 올려놓는 곳이 두어곳있다. Feelmax도 일반 판매는 하지 않고 있지만, 유럽의 스키어등 스포츠스타를 위하여 스폰서 개념으로 제작하여 공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쿨맥스등의 기능성 섬유로 제작하여 공급하는 곳도 많다. 단순한 양말이 아닌 기능성, 특히 운동을 감안한 기능성 섬유들의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발가락 양말 시장이 일반 양말을 신는 사람들보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으로 따진다면 복합적 기능을 보유하는 컨버젼스 제품이라고 할 수있다. 인터넷상으로 보아서 발가락 양말에 사용된 소재를 보면, 그 수가 적지않음에 놀라고, 소재들의 출현시기가 대단히 최근의 제품들임을 알 수있다. 이제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치고 경쟁이 없는 제품이 없다고 해도 과연이 아닐 것이다. 그 것도 아주 치열하게.



그러나 진짜 내가 무서워하는 경쟁자는 이렇게 보이는 경쟁자가 아니다. 소비자와 아직 보이지 않는 경쟁자, 이 둘이 나는 가장 무섭다. 얼마전까지만하여도 우리 제품은 완벽한 품질관리를 통하여 나가고, 최소한의 불량이 난다고 장담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들의 불평을 자주 듣는다. 이전같으면 불량이라고 치지 않던 불량들, 생산구조상 어쩔 수없다고 인정하고 받아주던 불량들에 대한 불평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변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그 들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그 들에게 판매한 소매상을 잃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 소비자들의 안목은 생산자만큼이나 높아졌다. 그 것은 단순하게 오래 써보았다고 생기는 안목이 아니다. 그 들도 인터넷을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가락 양말은 보통 양말과는 달리 백화점에 갔다가 생각나서 부담없이 구매하는 ‘충동구매’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만큼 그 들도 정보를 구하고 산다. 때로는 우리가 만들지는 않지만, 경쟁업체에서만드는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알 수있다. 언제나 그 들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다짐을 하지만, 최고의 품질을 찾고 새로운 제품을 요구하는 그 들이 두려울 따름이다.



이전의 전통적인 경쟁에서 구매자의 역할은 이미 시장에서 존재하는 공급자 제품의 가격과 품질등 여러 가지 조건을 비교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 구매자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여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타사 제품과의 비교 평가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올려서 ‘반 구매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 적극적인 시장 참여자로 변하였다. 그러나 소비자를 경쟁자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이 매우 빠르게 변한다는 점이다. 차라리 경쟁자가 신상품을 만드는 과정은 파악하기가 쉽다. 그러나 소비자가 어떻게 변할 지, 얼마나 빨리 변할 지는 소비자 자신도 모른다. 이 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뒤쳐져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들의 요구를 나보다 먼저 눈치채거나,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나보다 먼저 만들어내어서 시장에서 나를 어느 순간에 밀어낼지도 모르는 잠재적 경쟁자가 두렵다. 이제 과거의 경험은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기계로 아무리 잘만들어내도 따라가지 못한 기상천외한 제품을 가지고 인터넷이라는 초고속, 범지구적인 홍보수단을 이용해서 Feelmax를 시장에서 순식간에 퇴출시켜 낼 지도 모르는 경쟁자가 지금 이 순간 어느 곳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양말업계가 아닌 곳에서 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NASA, KAIST,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있을 수도 있다. 종이로 된 백과사전을 만들던 브리태니커가 CD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정보망에 의하여 불과 1년사이에 퇴출되었 듯이.



보이는 경쟁자는 오히려 경쟁자가 아닌 협력이 가능한 동반자일 수있지만, 원격지에 떨어진 경쟁자, 현재는 보이지 않지만 잠재적인 경쟁자가 오히려 더 위협적이 될 수있다. 지역적인 한계는 물론이고, 산업의 한계도 벗어나 있다. 텔레비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P.C가 되고있으며, 카메라의 강력한 경쟁자는 카메라의 기능을 갖춘 핸드폰이 되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주체인 백화점은 이제 할인매장과 더불어 커뮤니케이션 산업인 T.V방송의 홈 쇼핑이나 정보산업으로 분류되던 인터넷 쇼핑의 공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음반산업은 이전까지 복사판이라야 길거리에서 파는 해적판 테이프정도였고, 그나마 싼값에라도 사야만 소비자가 소유할 수있었지만, 인터넷과 MP3의 등장은 무료로 무제한의 유통이 가능해짐에 따라,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무한히 넓어진 경쟁의 범위에서 기업들은 기회와 위기를 같이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