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는 끈기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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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필자는 수많은 세계 초일류 기업 CEO와 경제.경영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가들의 이야기에서 늘 일관되게 흐르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발견했다. 대가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생각도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성공과 성취의 비결엔 공통된 키워드가 있었다. 魂.創.通이 그 것이다.” (이지훈의 혼창통에서)



“혼은 무엇인가? 혼은 꿈이고 비전이며 신념이다. 하는 일에 목적의식, 소명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창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혼이 씨를 뿌리는 것이라면, 창은 거두는 것이다. 창은 실행이다. 꿈을 현실로 바꾸는 과정이다. 통은 바로 혼을 통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목적, 세상의 수많은 조직과 만남을 제쳐두고 굳이 ‘우리’가 함께 한솥밥을 먹는 이유를 소통하는 것이다.”



혼.창.통, 그거 다 나한테 있는 건데.

난 사업을 즐겨서 하고, 나름대로 창조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 나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하고 통하는 데, 왜 나는 아직 성공을 못했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시기가 나에게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쨌든 성공은 하겠지만, 영웅은 시대를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지금의 나의 어려움이 ‘하늘이 나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난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당연히 ’아, 이야기는 내 이야기네‘하면서 책장을 가볍게 넘겼다.



혼.창.통, 잘 지은 제목, 유명한 인사들과의 인터뷰, 깔끔한 개념정리.

이 책을 보다가 ‘근데, 왜 난 아직 이 모양이지?‘ 하는 질문이 퍼뜩 들었다. 위 세가지가 다 있고,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닌 것같은 데, 게다가 내 생각에 시간도 충분히 지났는 데, 어째서 하늘의 나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를 주지 않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시간의 법칙‘이 성공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라면 난 이미 17년에 가까운 나날을 사장으로서 지냈으니 벌써 몇 번이고 성공했어야하고, 이제는 성공이 나의 습관이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 난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17년중에서 13년은 오로지 ’필맥스 (FEELMAX)’라는 브랜드만 가지고 지지고 볶고 했다. 다른 아이템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 필맥스에 대한 경영이론을 정립한다고 책만 4권냈고, 이제 5권째이다. 왜 그럴까?



요즘 나는 나의 습관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왜 나에게는 돈버는 습관이 없을까? 그럼 돈버는 습관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것이 과연 돈버는 데 도움이 될까? 만일 내가 책을 덜 읽고 돈버는 것에 대하여 더 고민을 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나을 수있을까?’



공병호는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혁신과 창조를 꾀하며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의식을 뜻한다.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 분야에서 무엇을 하든 치열하게 파고듦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다.” 맞는 말이고 나도 어느 정도는 이렇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본다. 발가락양말이 나름대로 유럽에서 최고급제품으로 인정을 받았고, 양말로 패션쇼도 하고, ‘따로 또 같이’라는 모토하에서 핀란드, 독일, 카나다 미국에서 각각의 이름으로 팔던 브랜드를 통일하였고, 장사꾼으로서 자존심을 갖고 가족기업을 만들고자 하였다. 맨발신발 또한 이 세상에 없던 개념을 찾아내서 신제품을 마케팅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런데 현재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보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직업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측면이다. 사실 직업인으로서 상대방 입장에 서보기, 청중 입장에서 서보기, 고객 입장에 서보기만으로 우리는 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있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할 수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맞다.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문제점이나 욕구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큰 기회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발가락 양말이나 맨발신발을 처음 시작할 때는 고객의 입장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게 그럴 듯해보이니까 시장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뒤가 바뀐 것은 아닐까? 그럼 지금 난 충분히 고객들의 입장에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럼 난 이렇게 대답을 하지. 이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고 있고, 맨발신발도 이제는 고객들도 상당히 설득되었다고 볼 수있다. 문제는 해결책이다. 그게 아직도 나에게는 문제이다. 이제 겨우 나도 알아챘고,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지는 데 더 나갈 방도가 잘 찾아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병호와 나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다재다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아, 맞다. 내가 많이 느리다. 뭔가를 깨닫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아마 그건 집안 내력일 수도 있다. 우리 식구들이 대체로 보면 화를 많이 삭이는 편이다. 화를 내야 하는 데, 화를 낼 타이밍을 못 맞춘다. 지나고 나서야 화를 냈어야 하는 걸 안다. 그래서 화를 못낸다. 아니면 ‘아버지 돌 굴러가유~~~~’하는 느림의 대명사인 충청도라는 지역의 DNA를 내가 많이 갖고 있거나. 달리기도 잘 하지 못한다. 남들과 1000미터 달리기를 하면, 잘 달리는 녀석과 운동장 한 바퀴 차이가 나는 것은 보통이니까. 아, 그걸, 이제사 깨닫다니, 역시 내가 느리기는 느리네. 내가 날 잘 몰랐구나! 이래서 책을 보면 항상 뭔가 하나씩은 깨닫게 된다. 내가 잽싸지는 못해도 끈기는 있다. 빨리 풀어야 하는 수학은 못해도, 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영어를 즐겨하는 게 내 근성이다. 내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도 엉덩이만 무거우면 얼마든지 잘 할수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공병호는 “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확실히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어중간하게 진행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채 내버려 두는 것을 죄악시할 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에서 오는 불쾌한 감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다.” 내가 딴 것은 못해도 충청도스러운 끈질김은 있다.



‘1만시간의 법칙’. 이 말은 적어도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1만시간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말로 알아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1만시간의 법칙은 다소 다르다. 물론 1만시간을 전심전력으로 노력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는 거다. 우선 책 표지 전면에 있는 말부터 써보자.

“왜 카나다 하키선수들은 1월생이 많은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중 14인이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난 이유는? 비틀즈와 빌게이츠의 공통점은? 유대인 이민자들이 미국 법조계를 장악한 이유는 무엇이며, 왜 아시아 어린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수학을 잘하는가? 빌 게이츠는 타고난 컴퓨터 천재인가? 모차르트는 위대한 클래식 신동인가? 타고난 지능, 탁월한 재능,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이 정말 성공을 보장하는가? 천재는 정말 타고나는 것인가?”



이에 대한 힌트는 ‘아웃라이어’의 표지 후면에 있다. “‘아웃라이어’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글래드 웰은 우리의 관심을 훨씬 더 근본적인 곳으로 이끌어 간다. 성공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사로잡혀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원석들이 발굴되고 세공되지 않은 채 사장된 것일까?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이 무시당한 채 묻혀졌을까?”

그 것은 타고난 천재도 환경이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주어진 환경이나 기회에서 적어도 1만시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1만시간은 사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1만시간은 하루 세시간 * 10년. 빌게이츠(MS), 빌조이(SUN), 비틀즈 등등 도 정상에 오르기 이전에 이런 시간을 통해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 그 사람들이야 1만시간이면 충분했어?



그럼 나는? 머리는 그들의 반정도 된다치면 2만시간이면 되겠네. 나도 계산해볼까?

하루 10시간 * 17년 * 365일 = 62,050시간.

질기구만. 정말 질겨. 하기사 이런 이야기하면 남들도 그런다. 정말 이제껏 해오신 게 용하다고. 그 시간이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성공하거나 망하거나 결론이 진작에 났다고.



그런데 돌아보니 이런 사람이 꼭 나만은 아니다. 흔히 이 바닥에서 말하는 4전5기니, 빛에 쪼들려 잠수탔다가 다시 성공한 사람, 길거리에서 노숙하다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앞에 서게 된 사람 ……. 이러저러하다보면 10-20년은 후딱 지나간다. 결국 환경이나 기회가 주어졌는 데 놓치거나, 아니면 아예 그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거나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말고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어금니가 바스러지도록 꽉물고 또 몇 년은 지켜내야 비로소 그 기회가 내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끈질김’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