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나?
왜 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나?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자기를 과대 평가하는 사람, 자기를 과소 평가하는 사람,

자기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 가장 바보같은 사람은 자기를 과소평가하는 사람이다. 그건 비루함이요, 자멸로 가는 길이다. 자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에 대해서 과대도 과소도 아닌 정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호아킴 포사다가 쓴 ‘바보빅터’라는 책이 있다. 주인공인 빅터는 어눌한 말씨 때문에 주위에서 놀림을 받고, 학교에서 실시한 IQ테스트결과 73이라는 숫자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서 바보로 낙인찍혀 살았다.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바보라고 하니 자신도 바보라고 믿고 그렇게 17년을 살았다. 또 여주인공 로라는 가족과 주변에서 못난이라고 불리자 자신이 정말 못난이라고 생각하며 돈벌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못난이콤플렉스에 묻혀서 살았다. 하지만 빅터의 실제 IQ는 173의 천재였고, 로라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 둘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생각하면서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빅터는 천재성을 간간히 발휘하다가 그를 찾아낸 어느 회사의 회장의 도움으로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 크게 성공하고, 나중에는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클럽’의 회장이 된다. 그리고 로라는 ‘오프라윈프리 쇼’에 참가해서 자신의 못남을 자책하다가 부모님들이 어렸을 적에 납치된 이후에 이를 두려워해서 일부러 아름다운 로라에게 좋은 옷을 사주지 않고, 못난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을 크게 돌아본다. 그리고 그녀가 꿈꾸던 동화소설 작가로 성공한다. 이 소설은 사실에 근거하여 써졌다고 한다.



이 소설의 말미에 빅터는 멘사클럽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연설을 한다. ‘ …….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 강연에서 쇠막대기를 들고 ’이 쇠를 두들겨 말굽으로 만들면 10달러 50센트의 가치가 된다. 이것으로 못을 만들면 3,250달러의 가치가 된다. 그리고 이것을 시계 부품으로 만들면 250만달러의 가치가 된다고 말했다‘“.



장사를 하다보면, 아니 살다보면 자기에 대한 믿음만큼 겉으로 보이는 것도 드물다. 내가 나를 믿으면 남들도 나를 믿어주고 격려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남들도 나를 믿지 못하고 바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두번의 실패를 겪고나면 이런 자기비하, 자신감 상실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고 남들을 만나기를 싫어하고 자기만의 고치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하면 일은 더욱 풀리지 않는 악순환으로 돌아간다. 결국 과소평가란 자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사실은 더 많은 일, 더 큰일을 할 수있지만, 손바닥만한 일을 하면서 그나마라도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재미있는 책이다.



성공과 실패를 겪다보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할 때도 있고, 정말 길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만도 못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뭘하자니 능력도 없고, 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게다가 난 재수도 없으니 차라리 어디가서 시간이라도 때울 수있는 월급100만원짜리 일자리라도 있었으면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고등학교 동창 산악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혼자 다니는 산을 좋아하다가 사업이 잘 풀리지 않고 환경이 바뀌면서 산에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동창 산악회에 자꾸 나가다보니 혼자다니는 산보다는 여럿이 다니는 산이 훨씬 재미있다. 더욱이 좋은 것은 친구들이 내가 못났다고 얕보지 않고 남보다 잘 났다고 으스대는 놈도 없다. 잘난 놈들은 회비를 더 낼뿐이고, 묵언의 순서가 오면 밥값을 다 내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없고 재미있어지자 계속해서 같이 등산을 하게 되었고, 또 그러다보니 산악회 총무도 하였고 지금은 동창회 총무를 하고 있다. 그건 나의 ‘주눅듦’에 대한 탈출구가 되었다. 그렇게 하면서 난 고치처럼 집에만 박혀서 나를 탓하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이제는 누가 나를 부르기만 해도 ‘나가요!’하면서 거의 무조건 친구건 누구건 사람을 만나러 간다. 사실 나도 그렇게 소심하거나 은둔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게 더 쉬웠을 지는 몰라도, 한동안 겪었던 그 시간은 참 어렵고 비참했다. ‘이래서는 안되는 데 ……’ 하면서도 하늘의 쨍쨍한 햇볕이 싫은 적도 있었다.



하는 일이 한두번 실패했다고 나의 실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실력이 경험이 되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실력의 횟수와 실패의 횟수는 비례한다. 문제는 그 실패를 활용하는 가, 아니면 사장시키는 가의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살리면 그 실패는 피가 되고 살이되는 보이지 않는 밑천이 되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실패는 실패로 끝난다. 실패한 많은 사장들을 보면 실력이 없어 실패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다만 아직 때를 못만났을 뿐인데, 그냥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자기한테 돌린다. 또 주위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높게 평가한다. 그러다보면 성공한 사람은 더 큰일을 자신있게 벌리고, 실패한 사람은 뭔가를 할려고해도 ‘나는 그 정도의 실력이 않되!’라는 자책의 늪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자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거기에 맞는 일을 한다고 해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일어나는 재벌들의 2세 상속과정을 보면 그렇다. 뭐 나도 지금의 회사를 좀 더 키워서 아이들에게 삼성이나 현대같은 회사를 하나씩 물려주는 게 꿈이라서 그들이 2세, 3세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이 재산상속의 과정을 정당하게 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내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문제는 킹콩이 원숭이 우리로 들어가려고 하는 게 나의 마음에 들지도 않지만,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는 것이다. 보면 주로 딸들에게는 면세점, 패션이나 식음료 분야를 물려주려고 하고, 아들들에게는 내부거래를 통한 제조업을을 물려주려고 한다. 실패의 위험도 없고, 키워가기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이 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갖고 있던 것을 재벌 2-3세가 사들이는 것 뿐이다. 법적으로야 문제가 없겠지만, 소시민들이 보기에는 ‘승자독식‘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 2-3세라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기회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건희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이 한때는 인터넷사업을 한다고 해서 몇백억을 날렸다. 그래도 지금은 삼성의 후계자로 수업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걸가지고 뭐라하지만 몇백조를 운영할 사람이니 그 정도의 수업료는 낼만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승계를 받는 과정에서 킹콩에 맞게 국내의 조그만 시장이 아닌 훨신 더 큰 시장, 전 세계의 패션산업, 전 세계의 IT산업, 최소한 ’히든참피언‘이 될만한 사업을 해보다 실패를 해보는 게 그들의 규모나 능력에 맞다. 재벌은 스스로의 규모나 2-3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사업을 하다가 이리저리 욕만먹고, 벌서 몇 개의 사업은 철수한 것은 물론이고, 더 큰 사업(대형마트)마저 위태하게 했다. 자꾸만 자기 자식들을 과소평가하고 작은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하려다 보면 언젠가 재벌을 경영할 2-3세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태는 생각하지 않고, 한국 사람이 너무 평등주의에 젖었다고, 그래서 실패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헤비급은 헤비급답게 놀아야 하는 데 플라이급들과 놀려고 하니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놀기에는 한국 내수시장은 너무 작다.



이처럼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상황이나 환경을 과대평가하게 한다. 시장에서 기업이 1-2등을 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시장점유율이라는 개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1등하는 것이고, 낮으면 꼴등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기업의 경영자와 마케팅 실무자들은 자신의 브랜드나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고심한다. 그런데 이게 좀 쉽다. 내가 목표로 하는 시장의 범위를 아주 좁혀놓는 것이다. 코카콜라가 자신의 목표 시장범위를 단지 ‘콜라’시장으로만 본다면 부동의 1위이다. 뭘 더해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안주하면 된다. 잭 웰치가 GE의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하도 1등만 외쳐대니까 직원들은 자신의 사업범위를 극히 좁게 잡아놓고는 1등한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자기가 할 수있는 일의 범위를 좁게하는 것은 ‘지금하는 것만 잘하겠다’하면서 회사의 핵심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최대의 시장성과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다. 단적인 예로 워드 프로세서의 전용기의 시장의 선두였던 대만의 왕(Wang)컴퓨터는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문서 작성과 정보 전달이라는 욕구가 아니라 문서 작성 기계로 정의함으로써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값싼 워드 프로세스 소프트웨어의 보급에 의해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중에 자주 드는 것이 ‘아, 그분은 무척 겸손하십니다’이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에는 겸손해도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하는 일마다 잘되지 않고, 열심히는 사는 데 미래의 비전은 보이지 않아 주눅들어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도 ‘겸손해라’, ‘자신을 낮춰라’라고 한다. 그건 이미 한참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나친 겸손은 오만이라고 하지만, 현실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겸손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주눅듦이고 비굴함이다. 이래도 실패하고 저래도 실패할 거라면 차라리 오만하고 과대평가하는 것이 훨 낫다. 애플 직원들을 쥐잡듯이 했던 스티브 잡스는 오만함의 표상이고, 허허벌판의 갯벌사진을 보여주면 거대한 조선소를 짓겟다고 한 정주영은 과대망상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주눅들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했던 위대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진출처 : http://blog.asiacoach.co.kr/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