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강약점을 살펴보자

(수출마케팅) 자사의 강점을 찾아보자


해외시장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은 국내 마케팅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요소도 다르다. 우선 국내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모두에게 같다. 예를 들면 유통환경, 경제제도, 소비를 둘러싼 문화등의 모든 요소가 같다. 결국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회사의 내부적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하여 해외 시장은 오히려 다르지 않음을 찾아내는 것이 빠를 정도로 많은 것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좀 약해도 외국에 나가서는 활개를 칠 수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필맥스 발가락양말은 한국에서는 무좀이 있는 사람들이 신는 발가락양말에 너무 화려한 색상의 줄무뉘가 있어 판매가 부진했지만, 발가락양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유럽사람들에게는 패션양말로 자리매김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만일 내가 한국에서만 양말을 팔고자 했다면 오래가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한국의 양말시장이라는 것이 커보여도 실제로는 몇몇개의 큰 회사들이 거의 과점상태로 운영되고, 양말공장들은 그들의 과점적 관행을 견뎌내며 근근히 버티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로서는 국내에서 경쟁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자금규모가 크지 않아 내수시장에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경쟁자들과 규모의 경쟁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공장의 규모도 거의 가내수공업 수준이라서 대량 생산도 어려웠고, 기계 또한 수명이 오래된 구식이었다. 유통망은 기존의 거래관계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사업의 형편상 내수 시장을 쳐다보기에는 내가 가진 약점이라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의 비즈니스에 대한 모든 경험은 오히려 해외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맥스라는 발가락양말회사는 결국 해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결국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회사도 없다. 뭔가는 장점이 있고, 어디선가는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환경이 똑같다면 결국 강한 분야가 많고 약한 부분이 적은 강자만이 살아남게 마련이다. 하지만 수출은 다르다. 내가 약해도 해외 시장이 그 부분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품질은 좀 떨어져도 가격경쟁력이 있다하면 이를 바탕으로 저가시장을 파고 들어갈 수있다. 유럽풍의 디자인이 강하다면 이를 가지고 유럽이나 중남미시장을 공략해볼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어느 부분이나 틈새시장은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한국의 시장은 평준화의 정도가 매우 높다. 품질도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하고, 디자인도 어느 정도 수준이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디자인처럼 계층의 특성이 많이 작용하는 것은 더구나 시장의 범위가 좁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마케팅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력이라는 것이 꽤나 넓은 걸 알 수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비퍼(삐삐) 호출기가 미국이나 호주처럼 땅은 넓고 무선통신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시장성을 갖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브라운관텔레비전도 얼마전까지도 중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팔리고 있고, 아나로그 텔레비전은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나라 (아마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팔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한물간 기술도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팔리는 시장이 많다. 나의 기술이 이미 늦은 기술이라고 해서 당장 폐기하면서 손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들이 일찌감치 포기해서 시장이 사라져버렸을 때, 그게 오히려 나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꼭 제품력만이 아니다. 관리력이 장점일 수도 있다. 남들은 남성용 정장 100벌을 만드는 데 10일이 걸리는 데, 나는 5일이면 된다면 빠른 공급능력 또한 장점이 될 수있다. 그런 시장은 주로 의류에서 나오는 데 고급 시장에서 소품종 소량 고가를 지향하는 바이어를 찾아내면 천생연분이 될 것이다. 빠른 공급력은 동대문시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찾다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그래도 열심히 찾다보면 분명히 나의 장점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럼 그걸 키워서 더 큰 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단점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성과를 낼 수있다. 기왕에 내가 삼성이 아닌 바에는 애플이 나에게 올 리가 없다. 그럼 해외 바이어도 상당한 단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의 장점을 좋아한다면 거래를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임직원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한 마인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크나큰 장점이 있더라도 사장이 해외 시장에 마음이 없으면 그건 보이지 않는 시장이다. 거기에다가 열정을 가지고 해외의 시장정보를 찾아내려는 직원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는 게 해외 수출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