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케팅) 브라질에서 사업하는 것
국민학교 시절 아버지는 부평에서 조그마한 구두방을 하고 계셨다. 상호는 영진양화점’이였지만 양화점이라고 부르기 힘든 초라한 규모라 구두방이 더 적합한 표현 일 것이다. 나의 국민학교 4-5학년 시절이니 70년대 중반이였는데 지금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부평공단에서 일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고향에 돌아가기 전 새구두를 하나 장만해서 신고 간다고 3-4명 들어가면 꽉 차버리는 그 좁은 가게가 북새통을 이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그런 대목 풍경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브라질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릴적 추석의 대목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다. 토요일 아침마다 집 근처에 있는 클럽에서 테니스를 치고 오는데 돌아오는 길이 상당히 막힌다. 주변에 백화점이 하나있고 또 우리나라 동대문 상가와 같은 봉헤찌로/브라스 지역과 중국산 잡화 도매상이 25 지 마르소 지역에서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려는 차량으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말에 이처럼 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12월20일까지는 모든 회사가 상여금 100%를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13번째 급여이지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연말상여금으로 1개월치 급여를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12월 20일 전후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약 한달 간의 휴가에 들어가면서 휴가비까지 챙기니까 브라질 직장인의 주머니가 가장 두둑해지는 시기가 바로 연말이다.

각 직장 별로 아미구 세끄레뚜 (Amigo Secreto)라는 선물 교환행사를 갖고 또 크리스마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선물 교환하는 것이 마치 우리가 설날에 절하는 것과 같은 전통이기 가게마다 대목으로 흥청거리기 마련이다. 이와같은 광경을 보면서 ‘브라질이 아직까지는 시장이 괜찮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끔한다.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도 많은 사업기회가 있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업기회가 많다는 것은 결코 사업하기가 쉽고 만만한 나라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업환경적인 면을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에는 나처럼 주재원 생활을 하다가 브라질의 잠재력에 매료되어 주저앉아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는 브르주아 (브라질이 좋아 주저앉은 아저씨)들이 많다. 그 브르주아들 중에서 번듯한 사업체를 설립하여 운영하느냐를 보면 어느 정도 사업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수준에 올라있는 사람은 5% 미만이다.

보기보다는 사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야기인데 무엇이 브라질에 진출해서 사업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첫째로 산별 노조의 간섭과 제재를 들수 있다. 브라질에 진출할 때 이미 각오를 하고들어 오지만 이곳 노조가 요구하는 조건들이 막무가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년에 준공식을 한 H자동차의 경우 산별노조가 이 회사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을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에 맞춰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곤욕을 치루고있다. 전세계 H자동차의 노동자 임금수준과 브라질 노동자 임금수준을 갖은 수준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선진국 노동자들의 숙련도, 생산성 그리고 물가수준등은 상관없고 그 곳에서 주는만큼 우리도 받아야겠다는 속셈이다. L전자의 경우도 현재 위치한 따우바떼 공장의 지역 산별 노조가 무척 골치아프게 하니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것까지 검토할 정도이다. 대기업만 이와같은 고충을 겪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직원의 근무환경, 해직,복지의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간섭하려 하여 사실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결정 권한이 상당부분 제한되어 있다.



둘째가 복잡한 세법구조이다. 유통세는 주정부의 주요 수입원인데 내가 하는 화장품/향수분야는 부가가치세 개념의 유통세에서 유통세 대체금 (ST : Substituicao Tributario) 세제로 전환되었다. 공장에서 출고하면서 생산업체가 모든 유통단계의 세금을 먼저 납부하고 처음으로 구매한 유통업체에게 해당 세금을 포함시켜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 회사가 100헤알에 제품을 생산하면 상파울로 대리점은 27%의 ST 세금이 포함된 R$127에 구입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문제는 이 세법이 모든 주별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São Paulo 주는 27% 이고 Porto Alegre 주는 31.5%, Parana 주는 현재까지는 이 세금이 적용되지 않고… 내년에는 이 세율이 또 어떻게 변동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비스세는 시정부의 주요 수입원이다. 브라질도 요즘은 종이 세금영수증이 아니라 전자 세금영수증을 발급한다. 해당도시의 전자 세금영수증 싸이트에 연결해서 요구하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모든 입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세금이 등록 됨과 동시에 세금영수증을 인쇄하거나 저장하여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다. 수많은 세금영수증을 하나 하나 손으로 입력하기 어려우니 각 회사가 사용하는 전사 시스템에 입력했다가 한꺼번에 자료를 시정부의 싸이트에 등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는 모든 도시가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마치 내가 사용하는 버전은 엑셀2007 버젼인데 A라는 도시는 엑셀2000, B라는 도시는 엑셀 2010…으로 서로 시스템적으로 호환이 되지를 않아서 전산시스템에 의한 자동작업은 불가능하고 일일히 수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브라질은 여행하다보면 110볼트를 사용하는 도시와 220볼트를 사용하는 곳이 있어서 항상 전자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척 조심해야하는데 서비스세도 마찬가지 인 셈이다.

셋째로 높은 세금또한 브라질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이유중에 하나이다.브라질은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로 중국과 인도의 세금은 국내 총생산 (GDP)의 22% 안팎인데 브라질은 35%에 달한다. 심지어 도난 화물에도 세금을 매긴다. 지난 5년간 화물 수송차량의 도난 금액이 32% 급증했는데 정부는 도난 물품에 대한 세금 1000억원 환급 책임이 없다고 선언했다. 물품을 도난당한 회사는 도난으로 인한 손실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세금까지 감당해야하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넷째로 높은 전기요금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브라질은 전기 생산의 7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나머지는 화력발전(27%)과 원자력(1.65%)이 담당한다. 하지만 단위당 최종 원가는 아르헨티나나 멕시코의 두 배에 달한다.



다섯째로 기업에 대한 복잡한 법령도 사업을 힘들게 한다. 우리 회사가 2010년 인수한 향수.화장품 생산회사 Sollis의 원 주인인 Giovannia씨는 공장 건물 건축을 마치고 관할 정부기관인 ANVISA로부터 생산허가를 받느라고 소요된 2년을 버티다가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어 결국 생산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공장을 넘기게 된 것이다.

여섯째로 종업원들에게 유리한 노동법 또한 기업에게는 항상 걱정근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개인 변호사나 법무법인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노동법과 관련된 대부분의 상담과 노동소송을 처리한다. 세무사도 또한 필수로써 복잡한 세법에 대한 상담과 종업원 급여 지급과 관련된 사항을 지원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브라질에서 사업하기가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브라질 코스트 (Custo Brasil) 이라고 칭한다. 이와같은 여러가지 불합리한 사업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계회사들이 브라질도 진출하고 있다. 그 만큼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이와같은 장애물을 뛰어 넘어 브라질 시장에 뿌리는 내릴 것인가는 브라질 진출에 관심있는 한국기업들이 심각하게 고심해야할 숙제이다.



글.사진 : BIOMIST대표이사 윤용섭

(이 글은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2013 개정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