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는 깐깐하고 제품에 대한 기대치, 디자인에 대한 욕구도 높습니다. 국내시장 니즈에 맞추다보니 수주가 들어와 역수출을 하게 됐습니다.[INT: 김태원/ (주)화승 상무]’ 이 업체는 현재 멕시코와 칠레, 중국, 홍콩, 일본 등에 국내에서 생산된 의류를 역수출하고 있는데, 올해 역수출액이 25억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패션 뿐 아니라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도 세계시장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비수기를 벗어나기 위한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우리나라에서 독자 개발된 메뉴. 그러나 이제는 중국, 쿠웨이트, 카타르 등 6개 국가로 역수출되는 상품입니다. 또 해외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제품 가운데 팥빙수를 응용한 제품은 국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입니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미국 본사는 아시아 시장으로 해당 제품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한층 높은 품질과 더 나은 디자인을 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 한국에서 통하면 틀림 없다는 공식이 생기면서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채녈 A뉴스, 2013.1.6)



몇 년전부터 이런 뉴스들이 간간히 나오기 시작하더니만 이제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불과 7-8년전만해도 세계의 테스트 마켙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일본사람들의 깐깐함이 세계의 많은 기업들을 울렸다. 그러면서도 일본 시장의 공략에 힘을 쏟았다. 왜냐하면 자사의 제품이 일본에서 팔린다는 자체로도 홍보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자사의 제품을 론칭하면서,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더 이상 일본은 세계의 테스트마켓이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일본이 변한 것은 없다. 그들은 여전히 까다롭고, 유행에 민감하며, 가격에 대하여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비교적 관용적이다. 여기까지는 한국도 비슷하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일본은 자기네 핸드폰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이고, 외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높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은 외국의 기업들에게 효용성이 높은 시장이다. 일단 일본은 일본만의 독특함이 지나쳐서 일본에서 팔리는 제품은 별도로 개발해야 하고, 다른 시장에서는 팔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결국 일본시장에 팔기 위하여는 상당한 정도의 수정을 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외국에서 팔기 위하여 큰 수정없이도 팔 수있다. 그러니 일본에서 팔지 못한 기업들이 보통하던 불만을 한국에서는 할 수가 없다. “일본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자국 기업간의 끼리끼리 모여서 담합을 하며 외국 기업의 진입과 유통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높게 쳐놨다”라고 할 수있지만, 한국에서 못팔면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그냥 실력이 없어서 못팔거나, 한국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런 한국시장의 개방성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생각을 나눌 수있게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촘촘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는 자기의 생각을 파일의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포털이나 전문 사이트에 올릴 수있다. 한국처럼 모든 파일에 사진이나 동영상, 음악이 들어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고 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뭔가 신제품이 나왔다 하면 누군가는 어딘가에 꼭 제품리뷰를 올린다. 그렇다고 배달된 박스의 포장상태부터해서 제품의 속안까지 구석구석찍어서 올리면, 이에 대한 댓글도 순식간에 올라간다. 그런데 그 포스팅이나 댓글이 전문가급 수준인 경우도 많다. 아마도 한국이 테스트 마켙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카메라부터였지 않나 싶다. 2005년 니콘의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인 D-70이 한국 디카족에 의해 블루밍 현상과 적록(일명 신호등)현상이 알려지면서 환불사태가 빚어졌다. 블루밍 현상은 태양처럼 아주 밝은 물체를 직접 촬영할 때 태양의 꼬리 모양이 나타나거나 녹색빛이 번지는 것이고, 적록 현상은 촬영 물체 옆으로 적색 또는 녹색이 번지는 것이다. 최초의 800만 화소급 카메라인 DSC-F828을 2004년 말 출시한 소니도 촬영된 화상에 보라색 잔상이 남는 일명 보라돌이 현상이 한국 디지털카메라 동호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회사 측이 힘들어 했다. 캐논 또한 EOS-300D도 상위 기종에서만 가능한 기능이 소프트웨어만 따오면 장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디카족과 회사 측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일련의 어려움을 겪은 후부터 디지털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출시하여 제품은 보완여부는 물론 시장성까지 한국에서 미리 테스트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개방적이고 또한 진정성이 있다면 쉽게 용서해주는 관용을 베풀 줄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뭔가를 만들고 판다는 것은 이미 이런 시장에 적응되어 있다는 잇점이 있다. 남들이 거쳐야 하는 오랜 적응기간이 필요없이, 그 자체가 우리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건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힘들고 괴롭지만, 외국에서 팔때는 한국에서 팔리고 있고, 살아남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말할 수 있는 때가 왔다.



자, 이제 외국에 나가서 확실하게 말하며 팔자!

“이거~~ 한국에서 잘 팔리는 거야, 믿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