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경영) 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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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마라
저 자 : 다케우치 겐레이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은 대기업에만 허용되는 판매전략이다. 대기업은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원가를 낮출 수있으며 많은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상품을 싸게 팔아도 이익이 나는 것은 막강한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뿐이다. 그런데 작은 중소가게나 중소기업이 대기업도 싸게 팔고 있으니 우리도 싸게 팔아야 한다며 할인 판매전략을 취하면 당연히 이익을 내지 못해 금방 자금이 바닥나고 만다. 시장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품이 혼재하는 이상, 중소기업은 상품을 싸게 파는 전략으로는 절대 대기업을 이길 수없다.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자본력과 경쟁력이 우위인 기업에 가격으로 승부하면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시장 경쟁력에서 밀리는 중소기업은 기업의 여력을 소모하는 의미없는 할인판매 경쟁을 피하고 하루라도 빨리 상품을 제 값받고 파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 확실히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있다.”
맞는 말이다. 내 장사 17년동안 내가 유지해온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구할 때는 다른 것도 많지만 가장 우선시할 것은 ‘그 아이템의 가격을 시장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할 수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근데 사실 그거 쉽지 않다.
2008년에 부산신발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핀란드의 파트너가 맨발신발을 개발하고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하는 기회였다. 그리고 나로서는 신발산업계에 대하여 좀 더 알고 시장성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일단 제품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심지어 어떤 분은 전시부스에 앉아 한참을 묻고 만져보더니만, 자기도 평생 이런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며 깊은 생각에 젖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신발이 너무 단순하게 생기고 가볍다 보니 쉽게 만들 수있다고 생각했는 지 부스방문객의 대부분이 보통 1만원, 많이 쳐줘야 2만원이었다. 하지만 그건 수입원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이었다. 박람회 첫 날 ‘이거요? 만원이면 충분해요!, 제가 중국에서 만들어 드릴까요?’하는 어느 제조업자의 말을 들을 때는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나의 예상판매가격은 1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메인물량이 들어와서 판매가를 산정해보니 8만원대에 정해졌다. 그건 내가 특별히 이익을 많이 넣었기 때문도 아니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침투가격이나 고가정책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난 원가정책을 썼다. 수입가격에 평균이하의 마진을 넣고 3단계의 유통마진을 넣었을 뿐이다. 그래도 가격이 1-2만원이 아닌 8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나 8만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4-5만원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바로 대량생산, 대량판매가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일단 이런 말이 나오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브랜드, 그리고 차별화’이다. 브랜드라! 이거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쉬울 수도 있다. 일단 ‘필맥스’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려고 무지하게 애를 쓰고 있고, 적어도 10년동안 해왔다. 문제는 회사의 규모에 비하여 너무 넓게 잡아서 그럴 수있다. 어쨌든 수출이니 세계시장을 상대로 ‘필맥스’를 알리려고 했으니. 하지만 구멍가게는 ‘사장이름’이 바로 브랜드이다. 그리고 동네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된다. 맛은 별로지만 사장이 좋아서 가는 식당도 얼마든지 있다. 차별화! 이건 쉽지만 어렵다. 일단 차별화라는 것은 남들이 하던 것을 조금만 바꿔도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이 된다. 그럼 차별화라고 할 수있다. 문제는 그 차별화를 하면 나머지 시장은 포기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거야 어차피 내가 양말시장을 전부 다 점령할 생각이 아니었으니 감수하면 된다. 그 대신 차별화의 장점은 가격대를 애매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직접적인 비교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있는 상품을 취급하기 보다는 가격대가 높다고 인식되는 상품, 혹은 가격대가 명확하지 않은 상품을 취급하는 편이 비싼 가격에 팔기 용이하다.”
뭐, 어떤 분이 그러시더구만요. 세상에서 남의 주머니 돈을 빼내기가 가장 어렵다고. 맞습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나름대로 ‘반드시 성공하는 대박 마케팅 12가지 원칙’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소개한다.
마케팅원칙 2 : 한 명의 고객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비싸게 팔기 위해 필요한 고객의 조건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 상품에 애착을 느끼는 열성적인 팬과 같은 고객
– 값싼 상품이 있음에도 반드시 자사 상품을 구입해주는 고객
– 이 사람에게만 산다는 충성심을 가진 고객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사원칙이다. 내 말로 바꾸면 ‘단골고객’이 있어야 한다. 물론 단골고객도 바보는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충성해야 나도 충성을 받을 수있다. 그럼 어떻게 충성을 받아야 할까? ‘바이어의 이익은 나의 이익에 앞선다’라는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말고! 그 사람은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없다.
“이와 같이 열렬한 팬을 만드는 판매방식은 고객 열 명중에 아홉 명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있다. 그러나 별난 판매방식을 사랑하는 마지막 한 명의 고객이 있다면, 그 고객은 평생 그 가게를 이용하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상품을 많이 구입한다. 캐릭터를 내세우는 판매방식은 고객의 호감을 사기보다 비호감을 사게 된다는 사실을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냄새나고 무좀있는 사람들이나 신는다는 ‘발가락양말’, 쿠션이 두툼하고 충격으로 보호하고 편하다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맨발처럼 다니라는 ‘맨발신발’. 내가 판매하는 두 제품은 모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호감이지만, 소수의 호감을 가진 고객들이 있어 내가 여지껏 버티고, 앞으로도 희망을 갖는 이유이다. 그 십년넘은 고객들이 있어서 난 내 제품을 싸게 팔지 않기도 하고, 대량생산을 못하기 때문에 싸게 팔지 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