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청중을 사로잡는 명강의 기술

저 자 : 조관일



어찌어찌하다보니 무역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실 무역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닌 내가 남들에게 ‘무역은 이렇게 해야되!’라고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예수가 성경을 쓴 것도 아니고, 부처가 불경을 쓴 것도 아니고, 공자가 경전을 쓴 것도 아니다. 다 그 밑의 탁월한 제자들이 썼다. 그 말을 해놓고 보니 내가 좀 마음이 놓였다. 수많은 사람이 무역을 했지만, 책쓰고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나? 그만큼 나도 열심히 하고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강의를 할 수는 없다. 마침 새로운 강의를 시작하게 되어 이 책을 사보았다. 무역만큼 강의도 잘하고 싶어서.



“좋은 강의, 훌륭한 강의는 궁극적으로 그 내용이 충실하고 좋아야 합니다. 명강의는 강의 기술과 콘텐츠라는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됩니다. 둘 중에 꼭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콘텐츠를 선택하겠습니다. …… 명강의를 하려면 강의안이 얼마나 많은 예화와 사례로 채워져있는 지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그것도 생생하고 흥미있는 예화와 사례로 말입니다. 그것이 부족한 강의안이라면 감히 청중앞에 나설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청중은 싫증나있는 사람들입니다. 웬만한 것은 다 압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명강의다’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겟습니까?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특수한 사례를 발굴해 소개하십시오. 그러면서 이론과 연결해 탁월하게 해석해주십시오.” 난 누가보아도 말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남들앞에서 오랫동안 말하는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난 말 재주가 없다. 앞으로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같지는 않다.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 그래서 난 강의를 파워포인트의 ‘양’으로 때우려고 한다. 내가 하는 무역실무 강의는 두 분류로 나뉘어진다. ‘무역사, 무역영어, 무역관리사’등과 같은 자격증위주로 해서 신용장등 서류관리 위주로 하는 강의가있다. 하지만 나는 무역실무 50%, 해외 마케팅 50%정도로 분배를 한다. 같은 무역실무라도 전자는 자격증 시험을 위한 취업교육이고, 내가 하는 강의는 실제로 무역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기초적인 서류관리와 더불어 해외 세일즈까지 맡게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한다. 그러다보니 ‘해외마케팅’에 관한 초보 실무자가 활용할 만한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원 모두 내가 만들어서 파워포인트로 강의한다. 그리고 내가 82년 대학무역학과에 있을 때부터 코트라에 있을 때, 그리고 내 장사하면서 돈벌고 까먹은 이야기를 한다. 수강생의 다수가 취업이 급한 사람들인만큼 자격증 위주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도 싶지만, 그건 너무 피상적이라는 생각이고 실제로 써먹기가 어렵다. 실무에 들어갔을 때 내 강의를 들은 사람이 더 나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난 명강의가 아니더라도 내 컨텐츠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강의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끝내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강의 내용을 만들어 갔지만, 수강생들의 분위기나 나의 흥분정도에 따라 어느 때는 늦게 끝나고, 어느 때는 너무 빨리 끝나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강연식 강의에서는 종결 단계가 오히려 강의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점을 유념해 강의안을 만듭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강의를 잘한 사람도 끝에 마무리가 싱겁게 끝나면 강의 전체의 인상이 싱거워집니다. 끝을 멋지게 장식함으로써 도입과 전개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보충하는 것도 강의 기술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개 종결단계에서는 요약, 제 동기 부여, 결언으로 끝을 맺습니다. 종결 단계의 시간배분은 5 – 10퍼센트 정도가 되도록 합니다.” 사실 이건 내가 강의하던 방식을 많이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글을 쓸 때는 결론을 처음에 내놓고, 그 이후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가는 방식이다. 물론 강의도 결론을 처음에 말하기는 하지만 마무리에 대한 중요성을 내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경우 강의자료를 많이 준비해서 끝낼 무렵에는 몇 개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뛰어넘어 가면서 시간맞춰 끝내기에 급급하였다. 시간을 제 때 끝내면서 마무리를 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겠다. 일단 강의안 작성방법을 다시 구성해보아야 겠다. 보통 시간당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15- 20개 정도 만든다. 그런데 때로는 내가 너무 자신이 없으니까, ‘양’으로 때우려는 것 아니야 하는 의구심이 든다. 좀 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아주 그럴 듯한 방법을 찾아냈다.



“전체적인 강의 훈련은 오히려 상상으로 하는 것이 더 실질적입니다. 상상속이라면 청중의 규모와 강의장 분위기도 머리에 그릴 수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객관화해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청중이 환호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을 수도 있습니다. 상상력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그 상상이 실제만큼이나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권투선수가 상대방이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상상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내가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때는 상상의 현실과 새도우박싱을 수없이 해보는 잇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을 강의에도 써먹을 수있다! 흠, 괜찮은 발상. 그래서 강의나가는 날, 지하철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강의안의 내용을 되씹으면서 ‘어떻게 강의를 시작해서 어떻게 강의를 이끌어 갈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기대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가장 큰 효과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어떻게 시작하여야 할 까?’라는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만 잘 되면 나머지는 술술 풀려가니까. 그러다가 너무 잘풀리면 제 흥에 겨워서 너무 많은 말을 하다가 끝내는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 대체로 수강생들은 끝나기 5분전부터는 슬슬 가방을 싼다. 그 모습을 보기 전에 강의를 마무리해야 내 기분도 산뜻하다.



“목소리가 크면 얼핏 열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커지면 자연적으로 말이 빨라집니다.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크고 빠른 목소리로 한두시간의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강사가 자신이 힘든 것은 그렇다치고 강의를 듣는 청중도 고역입니다.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천천히 두런두런 망를 하세요.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높낮이를 조절하고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말하는 것이 명강의의 요령입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남 앞에서 서는 것도 용감한 일인데, 이제는 간이 부어서 목소리까지 높아진다. 막 떠들다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강의 스타일은 강사는 말을 별로 하지 않고, 강의를 듣는 사람에게 뭔가를 시키고 자기는 가만히 있다가 그들이 잘했는 지, 못했는 지 마무리하는 강의 스타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수강생들이 미리 굉장한 숙제를 해오는 수밖에 없는 데, 그런 방법을 쓰기에는 무리가 많은 과목이다. 하는 수없이 현재 스타일로 강의를 하되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재미있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강사에게 최고의 콘텐츠는 에피소드라고 이미 말했습니다. 에피소드에는 남의 것이 있고, 자신의 것도 있습니다. 자신의 것, 즉 경험담이야말로 가장 좋은 이야깃거리입니다. ……. 실패담이든 성공담이든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으스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겸험을 해봤다‘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내 강의 스타일은 유머가 없고 재미가 없어도 내 경험과 이론 중심의 컨텐츠로 하는 게 좋겠다. 다행히도 내 경험은 듣는 사람들이 흥미있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