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겨울에 샵에서 잘 살고 있던 킹벤자민이 갑자기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했었다.

물을 주고, 좋은 위치에 놓아 따뜻한 햇빛을 받게도 해주었슴에도 나무는 도통 괜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일주일새에 풍성하게 가지고 있던 잎들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말았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샾을 이전하면서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엽게도 벤자민은 앙상하게 가지만 가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좋아했던 나무였기 때문에, 그모습이 불쌍해서 어떻게든 되살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었다.

원래 나무가 죽으면 내다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그때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모습이더라도 곁에 두고 싶었다.



그래서, 가지에다 꽃모양의 오너먼트도 걸어주고, 나무밑둥에는 작은 소품들을 놓아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듯, 그렇게 장식해두었었다.

그리고, 나무밑둥에 있는 작은 소품들인 아이비와 산호수들을 위해서 물을 충분히 주고,

계절이 추운때였는만큼 가습기도 그곁에 놓아 소품들이 잘 살수 있도록 신경써주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을까..

어느날 아침 샾의 문을 열고 들어가 여느때처럼 청소를 하고, 나무들에게 물을 주고

있었는데, 직원이 이렇게 얘기하는것이었다.



“실장님! 이거 보셨어요? 벤자민에 새싹이 났어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놀랍게도 벤자민의 앙상한 가지에서 여리고 작은 연두색

잎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놀라운 순간을 보여주었던 벤자민은 그후에 작은잎들이 계속 나와서, 마침내 그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부활하는 나무가 내게 미치는 영향
나무는 갑자기 위치를 바꾸어주거나, 바람을 심하게 맞거나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건강하던 나무라 할지라도 실내에서 몸살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집에 나무를 들일때면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트인 공간에서 막힌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꽃집에서 아무리 예쁜 상태로 사가지고 왔다하더라도, 일단은 한 번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꽃집에서는 건강했었는데, 사가지고 온 다음에는 일주일만에 죽었다며 기분나빠하시면서

나무를 바꿔달라는 분들이 가끔 있다.

나무가 갑자기 아픈 것은 갑자기 변한 환경때문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변화를 겪는다.

사람은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나무들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저 잎을 떨어뜨리고, 시들어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것이다.



자연속에서라면 어떻게든 자생의 힘으로 본인이 살수 있는 노력을 땅과 하늘로부터 받을

수 있겠지만, 사람의 손으로 들어갔을때는 나무는 자신을 소유한 사람의 손길에 따라

모습이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가 몸살을 할때는 잎을 다 떨어뜨려 주고 난 다음에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나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해야 나무한테 좋은지 그런 것을

생각해주면서 말이다.



겨우 나무 한 그루에 그런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하겠지만,

나무는 다시 말해 자연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만일 나무가 아프다고 생각된다면, 그 나무가 있는 공간이 나쁜 환경은 아니었나 생각해

보는게 좋다.

그것은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사람 대신 아파가면서 공기를 좋게 만들어주고 있는 그 순간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파하는 그 순간에, 사람들은 그래도 그 나무 덕분에 숨쉴 수 있고, 좋은 환경을 유지 할 수 있었다는것을 말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고, 장렬하게 죽어갔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 되기전에 사람들이 살려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한다.



벤자민의 부활은 여러모로 내게는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준 좋은 기억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씩 벤자민에게 괜찮냐고 말도 걸어주고, 잎이 하나라도 떨어지면

바람이라도 잘못 들었나 이곳 저곳 살피곤 한다.

나무가 건강하게 있어주어야 나도 건강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