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톡톡] 투자유치에 갈 길 바쁜 인니.. 깊어가는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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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화가 났다. 지난달 초 4일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의 일이다. 대통령은 최근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에서 해외로 이전한 기업 33개 중 인도네시아로 향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하며 불편함을 표시하였다. 투자허가 절차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전한 기업들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유치 부진이 뼈아픈 이유가 있다. 해외투자유치는 조코위 대통령이 재임 초부터 직접 챙겼던 사항이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 지수를 끌어올려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투자허가가 3시간 이상 걸리면 대통령인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럼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향하는 자금은 줄고 있는 것일까? 영자지인 ‘더 자카르타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8년 인도네시아로 유입된 해외 직접투자액은 206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14억 달러 증가하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런데도 해외투자유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유입되는 자금들이 비제조업 부문에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광업, 화학, 부동산, 금속 부문 순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으며, 제조업 관련 업종은 자동차 부문이 10번째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제조업 부문에 투자가 느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제조업 부문 투자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18년 기준 3,840 달러 수준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조업 부문이 당분간은 성장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
또, 젊은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제조업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25세에서 54세까지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4세까지 인구는 25%이다. 향후 당분간 인구 보너스를 누린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터운 젊은 인구층은 일자리가 있어야 보너스다. 일자리가 없으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의 해외투자 유입이 꾸준히 필요한 이유들이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환경평가(세계은행 발표) 순위만 보아도 2015년 114위(전체 189개국)이던 순위는 2019년에는 73위(전체 190국)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말레이시아(15위), 태국(27위)은 물론이고 베트남(69위) 보다도 뒤에 있다. 투자허가절차 단축이나 투자제한업종 정비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허가 이후에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IMB)를 받아 공장을 짓고, 인력 파견을 위해 근로허가를 받는 등 기업활동을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은 여전히 어렵고 느리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느리더라도 예측이 가능하면 괜찮다. 미리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면 경영계획을 세울 수 없다. 현지에서 보면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2~3년이 기약도 없이 흘러간다던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허가가 나오지 않아 손해를 보고 부지를 매각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드물지 않다. 법과 규정도 자주 바뀐다. 새로운 규정이 생겨서 설명회에 가 보면 현지 회사들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규정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법적,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매년 임금이 올라 임금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자카르타 지역의 2019년 최저임금은 394만 루피아(한화 약 33만 원)이다. 2014년에는 244만 루피아(한화 약 21만 5천 원)였다. 지금까지 오른 폭도 크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최저임금인상률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를 참고하여 책정되는데,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은 5%, 물가상승률은 3%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2017년부터 3년 연속 매년 8% 정도 최저임금이 상승하였다. 이런 추세가 얼마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최소 매년 8% 이상의 인건비 상승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퇴직급여 부담도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노동 관련 법규는 퇴직 사유에 따라 퇴직금의 크기를 달리 정하고 있는데, 정년퇴직을 하거나 사측의 경영상의 사유로 직원이 퇴직하게 되면 9년만 근속해도 최대 25개월 치의 기본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본급이 매년 오르는 데다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증가하다 보니 기업의 총 퇴직급여 부채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렇다 보니 공장 이전이나 폐쇄, 공장자동화 등을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작은 회사들도 퇴직금으로 몇십억 원대를 지출한다.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가는 건 마음대로 못 나간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투자유치를 두고 직접 챙기면 투자허가 관련 절차 등 비교적 쉽게 개선이 가능한 부문에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 확보, 노동비용 측면의 경쟁력 유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제조업 부문에서의 투자유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과감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조코위 정부 2기에서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파격적이고 과감한 투자유치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투자유치 부진이 뼈아픈 이유가 있다. 해외투자유치는 조코위 대통령이 재임 초부터 직접 챙겼던 사항이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 지수를 끌어올려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투자허가가 3시간 이상 걸리면 대통령인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럼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향하는 자금은 줄고 있는 것일까? 영자지인 ‘더 자카르타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8년 인도네시아로 유입된 해외 직접투자액은 206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14억 달러 증가하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런데도 해외투자유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유입되는 자금들이 비제조업 부문에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광업, 화학, 부동산, 금속 부문 순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으며, 제조업 관련 업종은 자동차 부문이 10번째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제조업 부문에 투자가 느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제조업 부문 투자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18년 기준 3,840 달러 수준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조업 부문이 당분간은 성장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
또, 젊은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제조업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25세에서 54세까지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4세까지 인구는 25%이다. 향후 당분간 인구 보너스를 누린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터운 젊은 인구층은 일자리가 있어야 보너스다. 일자리가 없으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의 해외투자 유입이 꾸준히 필요한 이유들이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환경평가(세계은행 발표) 순위만 보아도 2015년 114위(전체 189개국)이던 순위는 2019년에는 73위(전체 190국)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말레이시아(15위), 태국(27위)은 물론이고 베트남(69위) 보다도 뒤에 있다. 투자허가절차 단축이나 투자제한업종 정비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허가 이후에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IMB)를 받아 공장을 짓고, 인력 파견을 위해 근로허가를 받는 등 기업활동을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은 여전히 어렵고 느리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느리더라도 예측이 가능하면 괜찮다. 미리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면 경영계획을 세울 수 없다. 현지에서 보면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2~3년이 기약도 없이 흘러간다던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허가가 나오지 않아 손해를 보고 부지를 매각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드물지 않다. 법과 규정도 자주 바뀐다. 새로운 규정이 생겨서 설명회에 가 보면 현지 회사들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규정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법적,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매년 임금이 올라 임금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자카르타 지역의 2019년 최저임금은 394만 루피아(한화 약 33만 원)이다. 2014년에는 244만 루피아(한화 약 21만 5천 원)였다. 지금까지 오른 폭도 크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최저임금인상률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를 참고하여 책정되는데,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은 5%, 물가상승률은 3%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2017년부터 3년 연속 매년 8% 정도 최저임금이 상승하였다. 이런 추세가 얼마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최소 매년 8% 이상의 인건비 상승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퇴직급여 부담도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노동 관련 법규는 퇴직 사유에 따라 퇴직금의 크기를 달리 정하고 있는데, 정년퇴직을 하거나 사측의 경영상의 사유로 직원이 퇴직하게 되면 9년만 근속해도 최대 25개월 치의 기본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본급이 매년 오르는 데다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증가하다 보니 기업의 총 퇴직급여 부채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렇다 보니 공장 이전이나 폐쇄, 공장자동화 등을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작은 회사들도 퇴직금으로 몇십억 원대를 지출한다.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가는 건 마음대로 못 나간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투자유치를 두고 직접 챙기면 투자허가 관련 절차 등 비교적 쉽게 개선이 가능한 부문에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 확보, 노동비용 측면의 경쟁력 유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제조업 부문에서의 투자유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과감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조코위 정부 2기에서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파격적이고 과감한 투자유치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