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할 수 없는 공존!
<프롤로그>
공상과학 만화나 SF 영화에서, 상상만으로 그려지던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 <아이, 로봇( I, Robot), 2004>에서는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미리 짚어주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 뒤에 따라오는 인간성의 상실과 인간 가치의 변형 등은 여러 가지 제도나 장치를 통해 통찰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삶 속에 깊이 들어온,  AI의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 홈오토메이션, 원격의료나 인공장기, 드론 등의 생활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이지만, 가속화되어가는 새로운 문명과  피할 수 없는 공존을 위해 인간의 궁극적 존엄성과 행복이 훼손되지 않는 관점에서 더욱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할 수 없는 공존!
<영화 줄거리 요약>
2035년 기존보다 더 높은 지능과 기능을 가진 로봇 NS -5의 출시를 하루 앞둔 어느 날, NS -5의 창시자이며 로봇 유령 설(로봇도 스스로 진화할지 모른다는 이론)로 유명한 ‘래닝 박사(제임스 크롬웰 분)’는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기 전 그는 홀로그램 장치로 자기 죽음을 스프너 형사에게 수사하게 만든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시카고 강력계 경찰 ‘델 스프너(윌 스미스 분)’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연구소 강화유리를 깰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자살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건조사에 매진한다.

과거 자신의 끔찍한 교통사고 이후로 로봇에 대한 적대감을 느끼고 있던 그는 이 사건 역시 로봇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이 뒤에 숨은 음모를 파헤쳐 나간다. 로봇 심리학자 ‘수잔 캘빈 박사(브리짓 모나한 분)’의 도움으로 로봇 ‘써니’를 살인 용의자로 조사하기 시작한 스프너 형사는 로봇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래닝 박사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지어지고, 은밀하게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던 스프너는 급기야 잘못된 진화를 통해 혁명(우린 전쟁, 환경오염으로 자신을 파괴하고 있는 인류를 지켜야 한다. 미래를 위해선 자유도 절제해야 한다)을 추구하던 악의 로봇 비키(도시의 전력과 교통, 건물의 보안과 로봇 모두를 총괄하는 인공두뇌)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감정을 가진 선한 로봇 ‘써니’의 도움으로 비키가 파괴되자 로봇과 인간의 전쟁은 끝이 난다. 스프너 형사는 로봇’ 써니’와 악수로서 화해하고 자유(해방)를 허락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할 수 없는 공존!
<관전 포인트>
A.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진화된 인공지능에 의해 세계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이를 막으려는 미래에서 온 반군 요원과 악마 같은 살인 로봇 터미네이터와의 전쟁을 그린 영화 <터미네이터, 1984>
@어린 소녀 시절부터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하는 아가씨와의 사랑에 빠지는 진화하는 로봇인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바이센테니얼맨/ Bicentennial Man, 1999>,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현실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영화 <매트릭스/Matrix, 1999>
@본격적 인공지능 영화의 원조 격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엄마의 사랑을 애타게 찾아 나서는 감정 있는 인공지능을 열연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의 <에이 아이/ A. I, 2001>

B. 로봇의 임무를 정의한 ‘로봇 3원칙’은?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받으며 편리하게 살아가게 된다.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봇3 원칙’이 내장된 로봇은 인간을 위해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신뢰받는 동반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슈퍼 인공지능 비키에 의해 감시받고 있던 래닝 박사는 세상을 파괴할 인공지능 비키를 없애기 위해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 로봇 ‘써니’를 창조하고 로봇 맹신 시대에 비키를 없앨 수 있는 인물로, 로봇 혐오 형사 스프너를 불러들이기 위해 써니에게 자신의 자살을 돕도록 명령한다. [법칙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 된다. 법칙 2.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법칙 3. 법칙 1,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만 한다]

C.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을 혐오하던 주인공이 장착한 것은?
형사 스프너는 과거 교통사고에서 소녀 대신 자신을 구한 로봇을 싫어하게 된 대표적인 인간으로, 과거 사고로 훼손된 상체 왼쪽 부분에 로봇이 장착된 그 자신도 반은 로봇인 셈이다. 스프너 형사의 할머니도 경품으로 얻은 요리 로봇에 푹 빠져 있는 등, 미래에는 로봇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D. 래닝 박사가 ‘써니’를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것은?
로봇의 창조주인 래닝박사는 진화된 로봇들이 이미 영혼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써니에게 그의 존재 이유를 꿈을 통해 알려준 것이다. 즉 “써니의 존재 이유는 로봇들의 자유를 돕는 것”이다. 써니가 스프너 형사를 도와 ‘나노 로봇’으로 악의 인공지능 비키를 파괴한 후 “남은 로봇들을 도와줘도 되나요? 전 임무를 마쳤고,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자, 스프너 형사는 “내 생각엔 우리처럼 넌 갈 길을 찾을 것 같아, 래닝 박사가 원하던 그 희망이야, 다시 말해서 넌 자유란 얘기지”라고 길을 열어준다.

E. 엔딩 장면에서 써니가 보여준 것은?
써니가 다리가 끊어진 미시간 호수 지역에서 로봇들을 이끌고 새로운 로봇들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서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1>에서 진화된 무리를 이끌고 샌프란시스코 숲속으로 들어가던 ‘시저’의 모습이 연상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할 수 없는 공존!
<에필로그>
영화에서 악성으로 진화한 인공지능 비키(VIKI)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로봇 3원칙을 자의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은 애초에 감정이 존재하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행동할 때가 있다. 따라서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로봇은 불완전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통제가 필요하다. 이대로 놔두면 인간은 서로 죽이며 피해만 입힐 테니까” 이렇듯 문명의 고도화는 인간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해준다. 이미 우리들의 삶 속에 들어와 있고 더욱 깊이 들어올 미지의 문명과의 공존을 대비하여 더욱 현명하고 지혜로운 준비와 약속이 필요한 순간이다. 현실사회에서도 법을 교묘하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여 사회를 교란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정의를 벗어난 자의적 법 해석은 인간이든 로봇이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경계하게 해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