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프롤로그>
세계 2차대전 이후 인류는 냉전 시대를 끝내고 난 후 발전시킨 교통수단과 초고속 인터넷 통신으로 지구촌은 더욱 가까워져 보인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강대국 간의 군비 강화와 무역전쟁, 소통 없는 무력중심의 중동전, 홍콩 등 식민지였던 지역들의 주권분쟁으로 지구촌은 그야말로 최후 심판의 장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호주의, 산불은 대한민국의 면적보다 많은 면적을 태우며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뒤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이루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이런 시그널이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한 절대자의 마지막 경고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2006>에서도 돈이 되는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 살인, 인간성 말살을 일삼는 인간들의 타락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의 리더들이 언젠가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지구촌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과 협력을 통해 인류의 평화와 영속성의 불씨를 살려 나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  아프리카의 전쟁 중인 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로 거래 수입금이 전쟁 수행을 위한 비용으로 악용되는 것을 지칭한다. 영화의 배경인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세계 생산량 25%의 막대한 다이아몬드 산지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가장 고결한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는 이 나라에 신의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다. 거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다이아몬드 광산을 두고 내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거래의 지하로라 할 수 있는 주변국 라이베리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내전은 시에라리온 정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휴일도 없이 하루 두 컵의 쌀과 50센트의 돈을 받으며 캐낸 다이아몬드 원석은 밀반출된 후 이웃인 라이베리아산으로 둔갑하여 벨기에나 런던으로 건너간다. 여기서 다시 인도에 있는 세공 공장으로 보내져 정교하게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는 고가에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합법적인 다이아몬드’가 된 물량은 대형 기업의 금고 속에서 공급량이 조절되고 희소성을 갖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영화 줄거리 요약>
1991년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 지역의 지배를 두고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벌어지고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다. 어촌마을의 어부로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솔로몬(디몬 하운수 분)’은 어린 아들 ‘디아’가 의사로 성장하길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들이닥친 반군(혁명 연합전선)은 총을 난사하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부에 투표하지 못하게 한다며 산 사람들을 잡아다 팔을 자르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건장한 체구 덕에 팔을 잘리는 대신 다이아몬드 광산에 끌려가 노예 생활을 하게 된 솔로몬은 우연히 유례없이 크고 희귀한 100캐럿이 넘는‘핑크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그는 반군에게 소년병으로 끌려간 자기 아들을 구할 목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숨기게 된다.

그러나 반군 대장에게 적발되고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정부군의 습격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수용소에서 다시 반군 대장의 협박을 받게 된다. 감옥에서 무기 구매를 위해 밀수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를 만나게 되고, 아처는 솔로몬에게 다이아몬드를 찾아주면 힘을 써 솔로몬의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다. 또한 아처는 다이아몬드의 밀거래 과정을 취재하던 미국 기자 ‘매디(제니퍼 코넬리 분)’를 만나게 된다. 이에 아처는 매디의 도움으로 솔로몬과 함께 반란 세력의 영토를 통과하여 숨겨놓은 다이아몬드와 소년병으로 납치된 솔로몬의 아들을 찾아 나선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관전 포인트>
A.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만난 세 사람의 각각의 목표는?
@솔로몬: 자신이 찾아낸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해내고 싶어 한다. (시에라리온에는 아직도 세뇌당한 20만 명의 반군 소년 병사가 있다)
@아처: 짐바브웨 출신 백인으로 다이아몬드 중간 밀거래를 일삼던 용병이다. 그는 다이아몬드가 부패한 위 세력에 조종되며 폭력과 난동이 난무하는 아프리카에서 벗어날 기회를 줄 것을 알고 솔로몬에게 접근한다.
@매디 보웬: 시에라리온에서 폭리를 취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분쟁 다이아몬드 이면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미국 열혈 기자이다.

B. 막대한 다이아몬드를 채굴함에도 국민의 삶이 비참한 이유는?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밀반출을 통해 광산을 소유한 정부와 반군 세력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정작 시에라리온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 다이아몬드를 팔아 번 돈은 다시 무기를 구하는 데 사용되며 내전이 격화되면서 무차별 살상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계 최상품의 다이아몬드는 물론 석유와 금 등 천연광물이 풍부한 나라 시에라리온이 ‘아프리카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시에라리온 내전은 4백만 명의 난민과 7만 5천 명의 무고한 죽음 그리고 팔다리가 잘린 2만 명의 불구자를 남기고 2002년 UN 등의 개입으로 종료되었다. 국제사회는 2003년 이 지역에서 밀거래된 다이아몬드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킴벌리 프로세스(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킴벌리)’에 조인했으나 여전히 불법적인 다이아몬드 시장을 가지고 있다.

C. 영화의 의미심장한 결말은?
처음에는 서로의 목적이 달라 크게 갈등하던 대니와 솔로몬은 탈출 과정에서 솔로몬의 가족애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대니는 솔로몬의 가족들이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다이아몬드를 건네주며 영국에 있는 기자 매디에게 연락하여 솔로몬 가족들의 안전과 영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포트를 부탁하는 한편 자신은 죽음을 맞는다. 구출된 솔로몬은 청문회에서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증언하고 매디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만행의 기사를 전 세계에 고발하게 되면서 40개국이 분쟁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는 킴벌리 프로세스에 서명하게 된다.

D. 반군이 어린 소년병을 훈련해 전쟁에 내보내는 이유는?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소년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적을 죽이는 것을 최고의 선이라는 세뇌 교육(brain wash)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소년병들은 시키는 대로 무참하게 적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이 장면은 영화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 1984>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산 크메르루주 반군이 어린 소년들에게 붉은 머플러를 훈장인 양 씌워주고 인간병기처럼 세뇌해 사람을 살육하게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에필로그>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밍크가 죽임을 당하자 동물보호단체들이 입지 말자고 외친 이후, 최근 패션계에서 인조 모피(fake fur)가 부상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영화에서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의 내막을 알고는 결혼 프러포즈 시, 다이아몬드가 아닌 더 아름답고 소박하며 개성 있는 정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탐욕(자국 이기주의에 의한 전쟁, 종교나 이념 차이에서 오는 끔찍한 테러 활동, 자연훼손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천산갑 같은 야생동물의 섭취로 인한 백신 없는 변종 바이러스의 침공 등)으로 서서히 꺼져가는 지구의 심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 리더들의 특단의 리더십과 협력이 필요한 동시에, 모든 인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