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리는 인사업무에 대해 가끔씩 회의감이 든다. 직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 처리되면 당연한 것이고,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생기면 바로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것이 인사업무인 것 같아 가끔씩 영업부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착잡한 마음에 유 대리는 오랜만에 입사동기인 권 대리에게 전화를 건다.

유대리: 잘지내지?

권대리: 인사부로 갔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쪽 일은 어때?

유대리: 잘해야 본전이지.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항의 들어오고. 팀장님은 빗말이지만 내가 인사팀에 잘 맞는데.

권대리: 그래도 다행이다. 적성에 맞아서. 그리고 직장생활이 거기서 거기지 뭐. 힘내라.

유대리: 지난번 사내강의에서 강사가 자신이 조직의 핵심인재 인지 알고 싶으면 사표를 내보면 알 수 있데. 핵심인재라면 사표를 반려할 것이고, 아니면 바로 수리한다는 논리야. 나도 사표 한번 내볼까?

권대리: 바로 수리될 걸. 농담이야. 전화된 김에 뭐 하나 물어보자. 우리 부서에 입사한지 2년 정도된 직원이 있는데,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갑자기 사표 제출하고 출근을 안해. 어떻게 하지?

유대리: 통화는 해봤어?

권대리: 통화가 안되니까 답답한 거지. 팀장님은 사직서를 반려하고 출근명령을 하라고 하는데, 연락도 안되는데 어떻게 명령을 하지. 참.

유대리: 애매하네.

권대리: 팀장님 생각은 일단 사표는 수리하지 않고 인수인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거야. 가능한 건지 검토해 볼래.

유대리: 아이고. 혹 떼려다 혹 붙였네. 검토하고 알려줄께.

유 대리는 전화를 끊고 근로기준법상 관련 조항이 있는 지 찾기 시작한다. 한참을 찾다가 못 찾은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정노작에게 전화를 건다.
유대리: 너무 자주 전화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노작: 별 말씀을요. 제 일이니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주세요.

유대리: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근무를 시킬 수 있나요? 근로기준법을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 조항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노작: 민법 제660조를 한번 읽어보세요.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유 대리는 민법 제660조를 이번 사례에 어떻게 적용할까요?

정광일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