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소기업의 경영전략 수립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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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의 경영 전략 수립 절차
장사를 하다보면 어떻게 시작하면 좋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사업은 시작은 해야겠고, 무엇을 시작할지 모르거나 겁이 나는 사람들이다. 요즘 사장들은 겁을 내면서 시작한다. 불과 십 수 년 전만해도 사장은 기개가 있었다. 세상을 점령하기 위하여 사업을 하지만, 이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작하는 사장들이 많아졌다. 그럴 때 나는 잘 아시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부터 하라고 하기도 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답은 모두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니다.
나의 경우는 파나마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템을 했다. 아마 백화점에 널려져 있는 상품만큼 했을 것이다. 해봤던 품목을 대충 꼽으라면 닭털 뽑는 기계, 방탄복, 게르마늄 양말, 부직포, 강관류, 철강류, 골판 지붕재 등등 …… 한동안은 어떤 생각이 있어서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걸리기만 하면 수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무거나, 무엇이든이라도 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팔아볼 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일단 찾아진 아이템도 내가 물건을 만들지 않는한 그 물건에 적응해서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하고, 내가 공장을 하더라도 원부자재 조달과 공장 운영에 관한 수많은 변수가 있다. 결국 무엇 하나 내가 상당한 정도의 통제를 할 수 있는 내부 환경이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경영이론에서 분석하는 기업 환경에서 제품은 내부 환경으로 기업이 통제 가능한 요소로 들어간다. 보통 전략 수립 방법론에서 보면 우선 자사 역량을 분석한다. 자금, 인력, 경영진의 마인드 등이 이러한 요소에 들어간다. 그리고 외부 환경 분석, 또는 주변 상권을 분석한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 사업이 그렇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 삼겹살 프랜차이즈나 백종원 식당 중의 하나를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며 장사하는 프랜차이즈 점주나 편의점 점주는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회계 상으로는 독자적이지만, 판매 상품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환경이나 마찬가지이다. 필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핀란드와 양말을 거래하던 어느 날 갑자기 핀란드 필맥스에서 새로운 신발을 개발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샘플을 받아보니 듣도 보도 못하던, 도저히 신을 것 같지 않은 신발이 왔다. 부드러운 고무로 된 밑창이 1mm에 불과한, 그야말로 신발을 기능을 최대한 없애고, 맨발로 걷는 느낌을 최대한 주려고 노력한 신발이었다. 신발의 일반적인 통념은 두툼한 쿠션이 있어서 걸을 때 발바닥에 충격을 덜 주는 것이 좋은 신발이라고 받아들여질 때였다. 하지만 사실 그런 신발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1972년 나이키가 처음 와플기계에 고무를 넣어 틀을 만들었을 때이다. 불과 50년 사이에 신발의 개념이 확 바뀐 것이다. 내가 팔아야 하는 상품이기는 했지만, 상품의 세부 사항이나 본질에 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편의점 점주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다만, 그들보다 내가 좀 더 나았다면 한국에 대한 마케팅을 내가 구상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지가 별로 없었다.
흔히 말하는 마케팅의 격언 중에는 ‘시장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맨발신발이야말로 시장을 개념을 거꾸로 한 제품이었다. 게다가 뒤꿈치마저 전혀 없어서 키가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면 바로 마라톤 마니아들이었다. 잘 뛰는 마라토너들의 신발을 보면 밑창이 매우 얇다. 오랜 시간을 뛰기 때문에 두툼한 쿠션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왜냐하면 쿠션이 두툼할수록 충격의 되먹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발바닥의 충격은 적게 느껴지지만 무릎이나 고관절의 충격은 몇 배로 증폭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 맨발로 걷고 달리기의 유용성에 대한 의학적 연구 자료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마케팅할 바탕은 많았다. 하지만 워낙 특성이 강한 제품이라 시장에 맞도록 개선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10년째 온라인 홍보로 버티며 이제까지 왔다. 그리고 시장이 변한다는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버텨보기 위한 전략을 짤 필요가 느껴졌다.
하지만 마케팅이란 경영 전략 책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교과서들은 대체로 구멍가게들이 가장 약한 자금력, 인력의 수, 종업원과 사장의 능력 등은 통제 가능한 내부 변수로 취급한다. 이론 책에서는 선택 가능한 상수들이 구멍가게 사장들에게는 가장 구하기 어려운 절대 변수로 작용한다. 구멍가게의 유일한 전략은 매번 매 순간 변하는 환경, 심지어는 대기업이 소비자 상대 전략이나 옆 집 가게가 업종을 바꾸어도 내 상황도 바뀐다. 구멍가게의 전략은 포지셔닝, 4P,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 등등이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요’ 전략을 취하면서, 버티고 버티다 기회가 올 때 잘하면 대박, 못해도 본전이라도 하면 된다. 하지만 전략을 짜기에는 시장이 매우 복잡해졌다. 정보산업이 발달해서 세계의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장사 비밀을 지키면서 손님을 끌려고 하면 알릴 방도가 없다. 결국 장사 방법을 널리 알려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차라리 사업 비결을 드러내놓고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즉시로 세계의 모든 경쟁자가 내 비밀을 알게 된다. 경쟁자뿐만 아니라, 정치도 복잡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NO JAPAN’하는 바람에 날벼락 맞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일본에서 한국사람 상대하는 사업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 상대하는데 NO JAPAN 때문에 피 본다. 코로나19 때문에 손가락 빠는 기업 교육 강사, 식당업 종사자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지금 당장 어렵다. 하지만 지금만 쳐다보면 그 무게에 눌려서 미래를 놓친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멍가게 필맥스의 전략을 구상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그 전략의 시장은 일반적인 환경 분석에서 시작해서 제품 개발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구멍가게답게 제품 개발로 시작했으니 환경에 적응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구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곧 새로운 신발이 어렵사리 온다. 봄이 오면 나도 새 신발을 신고 팔짝 뛰어 볼란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나의 경우는 파나마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템을 했다. 아마 백화점에 널려져 있는 상품만큼 했을 것이다. 해봤던 품목을 대충 꼽으라면 닭털 뽑는 기계, 방탄복, 게르마늄 양말, 부직포, 강관류, 철강류, 골판 지붕재 등등 …… 한동안은 어떤 생각이 있어서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걸리기만 하면 수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무거나, 무엇이든이라도 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팔아볼 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일단 찾아진 아이템도 내가 물건을 만들지 않는한 그 물건에 적응해서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하고, 내가 공장을 하더라도 원부자재 조달과 공장 운영에 관한 수많은 변수가 있다. 결국 무엇 하나 내가 상당한 정도의 통제를 할 수 있는 내부 환경이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경영이론에서 분석하는 기업 환경에서 제품은 내부 환경으로 기업이 통제 가능한 요소로 들어간다. 보통 전략 수립 방법론에서 보면 우선 자사 역량을 분석한다. 자금, 인력, 경영진의 마인드 등이 이러한 요소에 들어간다. 그리고 외부 환경 분석, 또는 주변 상권을 분석한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 사업이 그렇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 삼겹살 프랜차이즈나 백종원 식당 중의 하나를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며 장사하는 프랜차이즈 점주나 편의점 점주는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회계 상으로는 독자적이지만, 판매 상품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환경이나 마찬가지이다. 필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핀란드와 양말을 거래하던 어느 날 갑자기 핀란드 필맥스에서 새로운 신발을 개발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샘플을 받아보니 듣도 보도 못하던, 도저히 신을 것 같지 않은 신발이 왔다. 부드러운 고무로 된 밑창이 1mm에 불과한, 그야말로 신발을 기능을 최대한 없애고, 맨발로 걷는 느낌을 최대한 주려고 노력한 신발이었다. 신발의 일반적인 통념은 두툼한 쿠션이 있어서 걸을 때 발바닥에 충격을 덜 주는 것이 좋은 신발이라고 받아들여질 때였다. 하지만 사실 그런 신발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1972년 나이키가 처음 와플기계에 고무를 넣어 틀을 만들었을 때이다. 불과 50년 사이에 신발의 개념이 확 바뀐 것이다. 내가 팔아야 하는 상품이기는 했지만, 상품의 세부 사항이나 본질에 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편의점 점주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다만, 그들보다 내가 좀 더 나았다면 한국에 대한 마케팅을 내가 구상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지가 별로 없었다.
흔히 말하는 마케팅의 격언 중에는 ‘시장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맨발신발이야말로 시장을 개념을 거꾸로 한 제품이었다. 게다가 뒤꿈치마저 전혀 없어서 키가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면 바로 마라톤 마니아들이었다. 잘 뛰는 마라토너들의 신발을 보면 밑창이 매우 얇다. 오랜 시간을 뛰기 때문에 두툼한 쿠션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왜냐하면 쿠션이 두툼할수록 충격의 되먹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발바닥의 충격은 적게 느껴지지만 무릎이나 고관절의 충격은 몇 배로 증폭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 맨발로 걷고 달리기의 유용성에 대한 의학적 연구 자료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마케팅할 바탕은 많았다. 하지만 워낙 특성이 강한 제품이라 시장에 맞도록 개선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10년째 온라인 홍보로 버티며 이제까지 왔다. 그리고 시장이 변한다는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버텨보기 위한 전략을 짤 필요가 느껴졌다.
하지만 마케팅이란 경영 전략 책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교과서들은 대체로 구멍가게들이 가장 약한 자금력, 인력의 수, 종업원과 사장의 능력 등은 통제 가능한 내부 변수로 취급한다. 이론 책에서는 선택 가능한 상수들이 구멍가게 사장들에게는 가장 구하기 어려운 절대 변수로 작용한다. 구멍가게의 유일한 전략은 매번 매 순간 변하는 환경, 심지어는 대기업이 소비자 상대 전략이나 옆 집 가게가 업종을 바꾸어도 내 상황도 바뀐다. 구멍가게의 전략은 포지셔닝, 4P,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 등등이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요’ 전략을 취하면서, 버티고 버티다 기회가 올 때 잘하면 대박, 못해도 본전이라도 하면 된다. 하지만 전략을 짜기에는 시장이 매우 복잡해졌다. 정보산업이 발달해서 세계의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장사 비밀을 지키면서 손님을 끌려고 하면 알릴 방도가 없다. 결국 장사 방법을 널리 알려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차라리 사업 비결을 드러내놓고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즉시로 세계의 모든 경쟁자가 내 비밀을 알게 된다. 경쟁자뿐만 아니라, 정치도 복잡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NO JAPAN’하는 바람에 날벼락 맞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일본에서 한국사람 상대하는 사업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 상대하는데 NO JAPAN 때문에 피 본다. 코로나19 때문에 손가락 빠는 기업 교육 강사, 식당업 종사자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지금 당장 어렵다. 하지만 지금만 쳐다보면 그 무게에 눌려서 미래를 놓친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멍가게 필맥스의 전략을 구상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그 전략의 시장은 일반적인 환경 분석에서 시작해서 제품 개발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구멍가게답게 제품 개발로 시작했으니 환경에 적응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구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곧 새로운 신발이 어렵사리 온다. 봄이 오면 나도 새 신발을 신고 팔짝 뛰어 볼란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