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는 디지털과 영상매체의 위력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기본을 빼앗아 가버린 채, 쉽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빨리빨리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게으름이 단체행동이나 자살로 이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만 공부를 해도 장학금을 탈 수 있다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한 젊은이의 비판에 정부당국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주관식 논술고사로 학생의 실력을 가늠하겠다는 학교방침을 관련부처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반대하며, 어기는 자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공직자들이 밥그릇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딱하다.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공무원 시험에 대학생이 몰려들고, 행정 입법 사법의 3권 분리 민주주의는 언제부턴가 사라져 버렸다. 무식하고 게으른 권력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영합주의를 표방하며, 코드만 맞으면 한 자리 차지하고, “오래 버티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욕구만 있으면,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고 인터넷과 사이버세상에서 배우고 TV앞에서 배우는 시대다. 캠퍼스에서 배우고 디지털세상에서 대학을 다닌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시 대학을 가고, 또 다른 대학원엘 가고, 여러 가지의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도 배우고, 닮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닮아서는 안 될 것도 배운다. 많은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이 다양한 모임과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며 인맥을 쌓고 공부를 하며,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한 갈증을 견디지 못해 미친 듯이 실력과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런 집단에 유난히 보이지 않는 집단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밥 먹고 사는데 별 문제 없는 사람들이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회피하고, 평가를 통한 Feedback을 두려워하고, 시장원리를 반대하며 그들만의 집단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전투구하며 살려고 한다. 오랫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마이클 겔브는 “당신의 두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한다 (“How to think like Leonardo da Vinci” written by Michael Gelb). 그 좋은 머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어영부영 살다 가기엔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기능과 기술을 배우고, 직장을 다니다 해고된 후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하고, 또 다시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와 경영학을 배우고, 클래식에 빠져들고 고전에 파묻히며, 역사박물관을 찾는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같을 수는 없다.
다양성(Diversity)과 유연성(Flexibility)을 고루 갖추고, 이들의 조화(Harmony)를 추구할 수 있는 지도자는 이 땅에 없는가?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