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초기에는 아시아에만 국한된 사태라 생각하며 소극적 태도로 관망했다. 하지만 사태가 엄중해지자 이제 전쟁으로 선언하고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는 듯 대대적인 전쟁 사령관의 용맹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런 임기응변적 포퓰리즘 보다는 범인류적 협력과 혁신적인 헌신으로 이 전쟁을 종식해 나가야 한다. 팀 버튼 감독의 그로테스크(기괴)한 SF영화<화성침공! (Mars attacks), 1996>에서도 국가의 지휘부는 국민에게 화성인과의 외교를 통해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적 역량을 뽐낸다. 그러나 정복자의 근성을 가진 외계인들에게 큰 굴욕을 당하고, 결국 시민의식이 가득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침략자 화성인을 슬기롭게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데 큰 시사점을 준다. <영화 줄거리 요약>
5월의 어느 날 지구에 수천 대의 거대 화성 선단이 지구에 나타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소문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등 지구는 대혼란에 빠지고 정치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지도자를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 제임스(잭 니콜슨 분)는 이들을 영접할 채비를 성대하게 한다. 그러나 평화를 원한다며 지구를 찾아온 화성인들은 네바다 사막의 환영식장에서 대기 중인 덱커 장군을 포함한 환영 인파를 무참히 사살해 버리고 유명 MC인 나탈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를 납치해간다.
참상의 원인이 커뮤니케이션의 문화적 차이라고 판단한 제임스 대통령은 화성인들과 다시 교신을 시도한다. 화성인이 공식적인 사과문을 보내오고, 국회 의사당에서의 사과 연설을 수락했지만, 당일 모인 정치인들을 모조리 살해하면서 의사당은 다시 살육의 장으로 변해버린다. 또한, 화성인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던 대통령의 과학자문위원인 케슬러 교수(피어스 브로스넌 분)도 납치되어 화성인의 생체실험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전 세계가 화성인의 무자비한 침공으로 멸망할 위기 속에 도넛 가게에서 일하면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던 소년인 리치는 우연히 할머니가 즐겨 듣던 음악 소리가 외계인에게 치명적인 전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화성인을 물리칠 전략을 구사하고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 명예훈장을 받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몇 차례에 걸친 화성인들의 공격에도 계속 호의적으로 대한 이유는?
미국 대통령은 화성인들과의 외교를 성공적으로 완성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욕심에 화성인의 계속된 거짓과 공격에도 호의적으로 대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이 대거 살상당하고, 영부인까지 죽게 된 상황에서도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는 결국 화성인 대사에게 협력과 상생 등 미사여구로 가득 찬 자기도취적 연설을 늘어놓다가 끔찍이 살해를 당하게 된다.
B. 화성인들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는 힘은?
화성인들은 지구인들의 본성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즉 탐욕, 거짓말, 이기주의를 이용한다면 정치인, 과학자 등 어떤 지구인도 속이고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변호사는 화성인이 습격하자 “세상을 정복하려면 변호사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롤렉스시계까지 주며 회유하다가 살해당하고 만다.
C. 야만적인 화성인을 응징하게 된 계기는?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때 일반 시민들은 화성인의 침공에 대비한 지구수비대를 결성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화성인을 저지해나간다. 그러다가 도넛 가게에서 일하던 리치(루카스 하스 분)는 할머니가 즐겨 듣던 올드 팝송의 특이한 선율과 파장을 들은 화성인들이 머리통이 통째로 터지면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이 곡을 전 세계 방송국에서 틀게 만들어 화성인들의 침공을 막아내게 된다.
D.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여자로 변장해 들어온 화성인은?
백악관에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미녀로 변장한 외계인은 양팔을 왕복으로 천천히 휘적거리며 걸으며, 기다랗게 솟은 머리와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외계인은 플레이보이인 백악관 공보담당 제리 로스의 안내를 받다가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녀는 질소로 호흡하기 위해 질소를 농축시킨 껌을 계속 씹는다.
E. 전직 챔피언이 보여준 용기는 ?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던 바이론 윌리엄스는 생활고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팬들에게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일을 하다가, 화성인의 침공에 용감히 맞서 싸운다. 그는 가수 톰 존스 등 여러 사람이 탈출할 수 있게 끝까지 남아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평소 전쟁게임으로 버스 운전을 하는 엄마를 애먹이던 두 아들은 평소 훈련한 대로 화성인들을 공격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한다. <에필로그>
영화<화성침공>에서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은 “화성인은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아 분명히 평화적일 거다. 발달한 문명은 야만적이지 않으니까”라며 새로운 적에게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하다가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동양권을 넘어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도 너무 낙관적으로 방심하다가 사태를 키우게 된 것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외계인이 침공했다는 가정하에, 약 1개월 정도의 일정 기간을 설정하여 최소 필수 요원만 제외하고, 전 국민이 자택에 머물면서 바이러스와 최후의 일전을 치러 보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병원은 지역별 연합야전병원을 운영하여 환자들의 분류, 의료진의 효율적 투입 등 전시상태로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단기적으로 모든 화력을 집중적으로 퍼부어 적의 예봉을 제압 후 장기적으로는 창의적 방역과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치로 국면 전환을 준비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나 막연한 조기 해결의 기대감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의 공포에 떨며 삶과 생업 그리고 교육을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인데도 평시처럼 자발적으로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것은 전쟁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제 바이러스의 심장부를 강타하고 일상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할 때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