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고 글로벌화된 COVID19와 소상공인의 신제품 출시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19와 소상공인의 신제품 출시 전략
세계는 연결되었다. 나의 비즈니스도 한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불안정적일 수도 있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말은 한국이라는 좁은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시장은 좁고 거래 선은 많지 않고 유행은 빨리 지나간다. 그렇지만 세계 시장을 노리면 이런 어려움이 줄어든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고 늘 얼굴 마주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장사란 내가 모르는 변수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의 일들이 나의 일로 어느 순간 다가와서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끼친다.

이제 곧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신제품을 출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존의 제품보다 더 얇게 더 가볍게 더 높게 만들었다. 맨발의 느낌을 최대한 주면서 발 볼 넓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신발로 떼돈을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KSNS라는 대체의학을 신봉하는 사람들, 산악 마라톤 하는 사람들이 주된 시장이다. 아주 작은 틈새시장 품목이다. 그래서 광고도 하지 않는다.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버텨온 볼 넓은 맨발신발의 필맥스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다. 빨리 코로나19가 끝이 나면 좋겠지만, 점점 그럴 희망은 엷어진다. 길어질 것 같다는 불안한 전망과 함께 신제품 출시에 대한 불안감도 깊어진다.

만일 중국 공산당이 우한 지역의 폐쇄를 적절한 시간에 완전히 실행하였다면 60%의 우한 사람들이 감염되고, 우한 지역은 충분히 면역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의 감염은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맞았거나 자체 소멸되었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우한 지역의 폐쇄는 오랜 기간에 걸쳐 퍼졌고,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한 지역의 사람들은 세계로 여행을 다녔고, 또 세계 사람들은 우한에서 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2019년 12월 1일부터 2020년 1월 20일까지 세계는 무방비상태에서 두 달을 지냈다. 1월 20일부터 한국 정부는 우한을 공식 전염병 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책을 세웠지만,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중국지역 전체에서 들어오는 잠재적 감염자에 대한 입국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아시아지역에서 퍼지는 중세시대 페스트와 같은 역병의 창궐을 팔짱끼고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렇게 또 2달이 흘러갔고 4월 12일 기준 전 세계 감염자는 215개국에서 약 180만 명에, 사망자는 11만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낳았다. 국가별로 보면 감염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나라마다 감염자의 발생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 최초 발생지인 우한에서는 신규 발생자가 없는 기간도 생겼다. 중국 공산당은 우한 지역의 봉쇄 해제를 선언하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끝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시 중국 지역에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규 감염자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 있다가 귀국하는 중국인들이었다. 우한 바깥으로 나갔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돌고 돌아 다시 중국으로 귀국하는 모양새이다. 다시 중국 공산당은 긴장하고 해외 입국자, 중국인 또는 외국인을 불문하고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경제와 문화가 엮여있는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코로나19는 다시 중국으로, 다시 우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바이러스의 한 세대는 하루라고 한다. 4개월 동안 코로나19는 글로벌한 여행을 즐기고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다. 처음 중국에서 나왔던 바이러스와 120여 일 동안 세계를 감염시키고 중국에 귀국한 바이러스가 같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은 낮다. 그 사이에 변종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태리의 바이러스와 최초 우한 바이러스 사이에서 차이가 있고, 심지어는 한국과 일본바이러스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와 다른 변종이라고 알려졌다. 더욱 불안한 것은 미국에는 벌써 5가지 변종 코로나19가 있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4월 전체 발병자의 절반이상이 공항을 통하여 들어온 해외 입국자들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인 우한 지역의 봉쇄가 풀림으로써 우한 지역의 사람들은 중국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1월 23일 우한 지역이 봉쇄되고, 76일만 인 4.7일 해제된 날 우한 지역의 사람들은 마치 감옥에서 탈출이라도 하듯이 10만여 명이 도시를 벗어났다. 그리고 어딘 선가 본토박이 우한출신 바이러스와 빠다물 잔뜩 먹은 글로벌 화한 우한출신 바이러스가 만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원조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가 중국 전체에서 짬뽕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제 우리는 중국 우한이 고향인 바이러스의 다양성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관등 성명할 것이다.

너 우한 몇 기야?

그럼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겠다.

네~ 저는 신천지 3기이고, 우한 15기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인류에게는 악몽을 꾸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시간이 언제까지 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사스와 메르스가 6개월 만에 끝났다. 2020년 4월 초에 이르면서 한국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세 둔화가 확연해지면서 하루 30-40여 명의 신규 감염자가 생기고 있다. 하루 100여 명도 넘게 증가하던 때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여름이 되면 이 악몽 같은 시점이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오랜 시간을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라는 각오와 체념이 섞여가고 있다. 그만큼 희망의 농도는 낮아지고, 불안한 불확실성은 짙어진다.

구멍가게들의 장사와 사업은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 글로벌 거시 환경의 미세한 흐름에도 큰 영향을 받곤한다. 이제 필맥스라는 소상공인 회사도 틈새시장의 볼넓은 맨발신발을 내놓고 거시적 환경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다. 지구를 한 바퀴 여행하고 다시 우한으로 돌아간 바이러스가 친정 집에서 얌전하게 머물기 기대한다. 나를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