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무언가에 속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날개를 부여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버리고 어딘가로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는 누구나 마음속에 안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 공포를 뛰어넘는 힘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라스트 콘서트(The last concert, Stella), 1976>에서 한물간 피아니스트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아름다운 소녀는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 가면서 그를 빛나는 별로 만들어 준다. 나에게 현실적으로 잘 맞는 조건을 가진 사람을 찾기보다 자신이 누군가의 숨겨진 장점을 눈부시게 세워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일 것이다. 이장희의 오래된 노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서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 할 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가사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영화 줄거리 요약>
영국인 피아니스트 리처드 라스키(리처드 존스 분)는 손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기다리던 중, 진찰실에서 나오는 한 아가씨의 보호자로 착각한 의사로부터 그녀가 백혈병으로 앞으로 2~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듣게 된다. 병원을 나온 리처드는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는데 리처드가 침울한 기분인 데 반해 그녀는 쾌활한 표정으로 재잘재잘 말을 건네고 두 사람을 태운 버스는 해안으로 향한다. 그녀의 이름은 스텔라(파멜라 빌로레시 분)로,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애인과 도망친 아버지를 찾고 있다. 한때는 유명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으나 오랜 슬럼프에 빠져 우울해하던 리처드는 스텔라의 티 없는 모습을 접하자 자신의 마음에 자리해 있던 우울함이 깨끗이 씻기는 것 같다. 이튿날 리처드의 도움으로 스텔라는 파리에 있다는 스텔라의 아버지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아버지에게 새로운 가정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텔라는 크게 상심한다. 상심한 스텔라를 위해 리처드는 거처를 몽마르트르에서 그들만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다시 피아노 연주를 준비한다. 스텔라도 리처드가 용기를 갖도록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연주를 받아주려고 하지 않자 리처드는 다시 현실 세계에서 도망치려고 기차역으로 향하고, 스텔라는 그를 강하게 독려하며 포기하지 못하게 온 힘을 쏟는다. 마침내 노력이 결실을 보아 리처드는 <스텔라에게 바치는 콘체르토>를 작곡하고, 그 곡이 파리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되던 날 스텔라는 무대 위의 리처드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숨을 거둔다.
<관전 포인트>
A. 두 연인의 운명적 만남은 ?
외롭게 자랐던 스텔라는 음울하지만 보호 본능이 생기는 리처드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오랜 슬럼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어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구김살 없는 스텔라가 생기를 불어넣어 주자 리처드도 점점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아간 스텔라는 아버지가 재혼하여 어린 아들과 같이 사는 모습을 보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 모습에 리처드는 자신과 같이 외로운 스텔라에게 동병상련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B. 스텔라가 리처드에게 격려를 한 장면들은?
@스텔라는 “당신의 하숙집 주인 시몬느가 연주를 좋다고 했잖아요. 그런 평범한 사람이 좋다고 했다면 그건 정말 좋은 연주예요.”라며 크게 격려하자 리처드는 칭찬에 용기를 얻게 된다.
@스텔라 아버지 집을 찾아갔다가 빈집에서 리처드의 연주를 듣고 “오케스트라가 보여요. 연주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난 맨 앞줄에 앉아서 연주를 듣다가 어느 순간 감정에 복받쳐 얼굴을 감싸 쥐고 우는 거예요”라며 리처드에게 확실한 꿈을 갖게 해 준다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악상이 떠오르지 않자 리처드는 현실도피를 하려고 하자 “당신은 멍텅구리에요. 어떻게 ‘난 끝났어, 안돼’ 그런 말을 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재기하려면 배짱이 있어야죠. 난 겁쟁이는 싫어요!”라는 스텔라의 말에 리처드는 다시 용기를 내서<스텔라를 위한 협주곡>을 만들고 스텔라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리처드가 다시 피아노 연주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도하면서 꽃집에서 ‘행운목’ 화분을 빌려서 집에 갖다두어, 결국 리처드는 일자리를 찾게 된다.

C. 스텔라가 리차드 곁을 떠나지 못한 이유는?
파리교향악단의 기존 피아니스트가 아파서 연주를 못 하는 탓에 리처드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오고, 스텔라는 자신이 부담을 줄 것 같아 몰래 집을 떠나 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실의에 빠져 공연을 포기하려는 리처드에게 “지난 몇 달 동안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한 남자의 여자로 더 바랄 게 없죠. 저의 꿈이 이뤄지게 해주세요”라며 하얀 드레스를 입고 연주장 맨 앞줄에서 응원을 약속하게 되고 리처드는 다시 힘을 얻어 스텔라가 선물로 준 자신의 상징인 펜던트 별(스텔라)을 연주복에 달고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치게 된다.

D. 아름답고 로맨틱한 장면은?
영화 배경음악에는 허밍, 휘파람 등이 적절히 섞이며 프랑스의 몽생미셸(성 미카엘의 산: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의 파도 치는 아름다운 해변을 쓸쓸한 피아니스트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당돌하지만 청순하고도 티 없이 맑은 소녀가 거니는 장면이 무척 로맨틱하다. 스텔라가 죽어갈 때 리처드는 “내가 사는 이유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야,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줘”라고 애원하고 스텔라는 “지금 그 모습 영원히 간직할게요”라며 애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에필로그>
티 없이 맑은 스텔라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하는 데는 그녀가 불치병으로 오래 살지 못한 것을 직감해서일 수 있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낙관적 생각과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배려로 짧은 시간 큰 사랑을 통해 한 사람의 온전한 삶을 완성하고 떠난다. 100세 시대가 보편적인 트렌드이지만, 인생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중요하지 무작정 오래 산다고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은 아닐 것이다.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잊히지 않는 반짝이는 별(스텔라)이 되어 <아름다운 콘서트>를 연주해 보길 기대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