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프롤로그>
나이가 들면서 가끔씩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본다면 어떨까?”라고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도달한 지금의 나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기에 현재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몸은 늙었지만, 인생의 맛을 알게 됐고, 나름대로 결실(가족, 추억, 일, 친구 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에서 과거의 문학적 낭만을 동경하던 주인공이 마법처럼 1920년대의 고전적 정서의 시대로 돌아가서 많은 예술인을 만나 교류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현재만이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기에, 현재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껏 남의 눈을 의식한 삶을 살아왔던 주인공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게 된다. 앞으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영화 줄거리 요약>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극작가 길(오웬 윌슨)은 자신만의 문학적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파리 여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약혼녀의 친구 커플’ 폴과 캐론’을 만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낭만과 예술의 감성을 즐기기 위한 파리 여행이 현실적인 피곤함에 물들게 된다. 한편 길은 약혼녀와 가치관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며 약혼녀와 멀어지게 되고, 파리의 밤거리를 혼자 배회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자 마법같이 나타난 자동차에 엉겁결에 타게 되고, 1920년대 파리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전설적인 예술인들을 직접 만나 환상적인 문학적 교류를 하게 되고 신비한 여인 아드리아나(마리옹 고띠아르 분)를 만나 사랑에도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길은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된다. 결국 길은 현실적 가치관에 몰입된 약혼녀와 결별하고 자신만의 문학 스타일을 찾는 동시에 서로의 삶의 방식과 꼭 닮은 파리지앵 여인 가브리엘(레아 세이두 분)과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관전 포인트>
A. 주인공이 추구하던 삶은?
길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에서 소설가로 전직을 결심하자, 약혼녀와 그녀의 부모는 반대한다. 이와 같은 갈등 속에 파리의 밤길을 걷던 길은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자 신비한 자동차가 나타나 함께 동승해서 이동하게 되는데, 그가 도착한 곳은 1920년대의 파리였다. 그곳에서 소설가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화가 피카소와 달리, 시인 장 콕토 등을 만나 자신의 삶과 문학을 토론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B. 헤밍웨이와의 만남에서 깨달은 것은?
길의 소설을 보고 헤밍웨이는 그녀의 약혼자가 구닥다리라고 혹평했던 것과는 달리 크게 칭찬하며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다. 또한, 헤밍웨이는 “진정한 사랑은 죽음마저 잊게 만든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언젠가 두려움은 다시 찾아오겠지, 그럼 또 뜨거운 사랑을 찾아야 하고”라며 가슴 뛰는 사랑이 인생을 살게 하는 원동력임을 일깨워준다. 이에 길은 용기를 얻어 미인이지만 가치관이 다른 약혼녀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C. 1920년대에 만난 여인과의 사랑은?
1920년 파리는 에펠탑의 건설 등 문화적 부흥의 시대임과 동시에 예술과 문학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자유와 창조가 두드러졌던 시대로 많은 예술가가 살아 숨 쉬던 찬란한 시기였다. 길이 1920년대에서  만난 ‘아드리아나’는 코코 샤넬에게 패션을 배우러 온 여인이었으며, 자유로운 연애와 낭만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뮤즈로 길 역시 그녀의 매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1871년대 프랑스의 <벨 에포크(Belle epoque):1871~1914 아름다운 시절, 좋은 시절> 시대로 돌아가 물랭루주에서 로트랙,드가 등과 교류하며 살고 싶어 하고, 길은 그녀에게 “지금 이곳에 머물면 이 순간이 현재가 돼요, 그러면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환상들을 없애야죠, 과거에 살았다면 행복했을 거란 것도”라며 그녀와 헤어져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D. 길이 현재의 삶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는?
1920년대의 파리에서 다시 1871년의 벨 에포크시대로 돌아가 보지만 “내가 사는 현재에 집중하여 행복을 찾는다면 과거를 동경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돌이켜보면 과거는 불편한 것이 참 많다. 항생제도 없고, 치과 진료 시 마취제도 없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도 없기에 지금의 문명의 이기에 감사하기도 한다.

E. 길이 새로운 여인을 찾게 된 것은 ?
미인이지만 가치관이 달랐고 다른 남자에 관심을 가진 이네스와 파혼 후, 파리의 골동품 시장에서 1920년대 감성의 LP판을 파는 파리지앵 여인 가브리엘(레아 세이두 분)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 없이 함께 걸으며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취향으로 서로에게 빠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에필로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갈망하던 문학과 예술의 황금기로 돌아가 전설적인 인물들과 교류하며 큰 감동과 설렘을 느끼지만,” 과연 동경하던 과거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나아질까”라는 자문을 하게 되면서, 결국 인생은 스스로가 만들고 살아가면서 가치를 완성해 나간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 나가게 된다. 현대인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달려가고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 삶의 방식을 성찰하며 조금씩 삶의 가치와 행복의 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어 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인생은 한 번밖에 살 수 없기에 기쁨과 행복,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길을 주도적으로 찾아 나서라.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한다면 행복은 따라오게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