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위한 균형 감각
  지난 <조직 생활의 멋과 맛은?> 칼럼에 대한 많은 지인의 피드백을 받았다. 예를 들면 리더로서 소속직원과 면담 시 이제부터는 <앵매도리(櫻梅桃梨)>와 <여실지견(如實知見)>의 관점에서 실시하겠다. 또 다른 지인은 ‘멋’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는 외부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이 강하고, ‘맛’은 내부적이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측면이 강함을 느꼈다고 하면서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합하여 한 몸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 지인은 조직 생활 멋과 맛의 균형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했다. 이에 두 가지 화두를 주었다.

  먼저 최인호 작가의 <상도(商道)>에서 주인공 임상옥의 좌우명이다. 그는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고 하였고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을 실천했다.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 임상옥은 사람을 저울로 달 때 몸무게가 아니라 인격을 올려 놓았다. 그는 평소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음은 2000년 코카콜라 더글러스 테프트 회장의 <삶이란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이란 글이다. 그는 다섯 개의 공을 회사, 친구, 건강, 가족 그리고 나라고 명명하고 모두 공중에서 돌리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고 했다. 회사에서 일은 고무공이라서 바로 튀어 오르는데 비해 나머지 4개의 공은 유리로 되어 있어 일단 떨어지면 깨져서 다시 전과 같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나?

  슬기로운 조직 생활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위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슬기로운 깜방 생활 등 드라마 제목에서도 익숙한 <슬기로운>이란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이는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분별하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하는 재능이라고 되어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Wise 또는 Intelligent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기로운 조직 생활의 균형을 위해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면 좋겠다.

▪우리 조직(회사)이 존재하는 이유와 나 자신이 조직 내에서 존재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일치 하는가?

▪우리 조직(회사)이 꿈꾸는 비전과 내가 조직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우리 조직(회사)이 중점을 두는 핵심가치에 나는 얼마나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가?

▪나의 가치관과 신념은 조직내 업무추진과 성과 달성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내 삶의 우선순위는 조직내 업무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고 이를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

  필자가 생각하는 조직 생활을 위한 균형 감각 고려 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회사에서의 일과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시간 투자간 균형이다. 이는 산술적 50대 50과 같은 것도 아니고, 자로 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자아 효능감을 주는데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간단위 또는 그 이상에서 자신의 업무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 성장과 행복을 위한 시간 투자를 적절하게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장단기 시간적인 균형이다. 인생의 장기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삼아 지금 현재 내가 추구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점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직생활 은퇴 후 삶도 고려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전문성이다. 적어도 1-2개 분야에서 탁월하고 차별성있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수행하며, 이를 자신의 삶의 가치로 이루어 내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심신의 피로감을 덜어 낼 수 있도록 그때그때 휴식과 건강도 중요하다. 건강이 담보되지 않으면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인간관계 균형이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필요한 사람들하고 인연을 맺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요청이 있을 때 자신이 기꺼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업무적으로든 업무외적으로든 상대가 필요로 하면 자신이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진정성 있게 도와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도움을 요청해도 늦지 않다. 만약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정중히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예부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주위에 그런 친구가 있으면 성공한 삶이 아닐까?

  결국 슬기로운 조직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의 꿈과 사명을 얼마나 조직과 얼라인먼트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의식이 있는 삶을 위해 이를 실천하는 용기와 동시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배려의 균형도 필요하다.

 오늘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보면 어떨까?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