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요즘 연인들은 작고 사소한 오해로 쉽게 헤어지곤 한다. 그만큼 사랑은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어서, 신뢰를 통해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나가야만 한다. 프랑스의 전설적 샹송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영화<라비앙 로즈(The passionate life of Edithe Piaf), 2007>에서는 에디트가 깊이 사랑했던 연인이 사고로 죽자 그녀는< 사랑의 찬가( Hymene a la Amour)>를 만든다. 그녀는 “ 푸른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 땅이 뒤집힌다고 하여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날 사랑해준다면, 난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요. 내 사랑이여, 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줄 거예요”라며 행복했던 사랑을 노래한다. 이를 통해 사랑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생명과도 바꿀 정도로 행복하고 소중한 가치임을 노래로 가르쳐 준다.
<영화 줄거리 요약>
1915년 파리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디트 피아프(마리옹 꼬띠아르 분/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부모는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만큼 가난했고 의지도 없었다. 14세부터 길거리 곡마단에서 아버지를 도와 노래하던 에디트의 목소리에 반한 나이트클럽 사장 루이 르플레는 ‘작은 참새’라는 뜻의 ‘피아프(piaf)’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열어주게 된다. 에디트의 열정적인 노래에 반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열광하기 시작할 무렵, 그녀를 발굴한 사장 르플레가 살해되면서 피아트는 뜻밖의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 최고의 시인 레이몽 아소에게 발탁된 에디트는 그의 시를 노래로 부르며 단숨에 명성을 얻게 된다. 관객들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 열정적인 무대 매너의 에디트에 열광한다. ‘장밋빛 인생’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프랑스는 물론 미국 시장까지 점령하게 된 에디트 앞에 그녀 인생의 단 하나뿐인 진실한 사랑인 세계 미들급 권투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장 피에르 마틴 분)이 나타난다.

마르셀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 에디트는 프랑스에 있던 마르셀에게 뉴욕에 있는 자신에게 와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다음날 마르셀이 타고 있던 비행기 사고 소식을 접한 에디트는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되고 <사랑의 찬가>를 작곡하여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을 아름답게 떠나보내게 된다. 결국 에디트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후회없는 사랑과 영원히 잊히지 않을 사랑의 노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에디트 피아프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아버지는 거리의 곡예사였고 어머니는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계 혼혈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 어머니는 도망가고 아버지가 그녀를 노르망디에서 매춘업소를 경영하는 친할머니에게 맡겨 몸을 파는 여인들 사이에서 불우하게 성장했다.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해 늘 영양실조에 시달렸고 각막염을 앓아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실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B. 피아프의 독특한 무대의상은?
어렸을 때의 영양실조로 키가 142cm밖에 되지 않던 에디트는 작은 새가 노래하는 것 같다고, 루이 레플리는 몸므 피아프(작은 참새)란 예명을 지어주었고, 작은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단아한 검정색의 무대의상을 입게 했다. 이 검은 의상은 에디트 피아프 평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피아프는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의 정체성과 천재성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C. 피아프의 또 다른 위기와 재기는?
나이트클럽의 사장 르플레에게 발탁된 후 2년간 두 장의 앨범을 내며 호평을 받고 많은 연예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르플레는 과거 자신과 관련이 있던 폭력조직에 살해당하고, 그녀는 다시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작사가 레이몽 아소는 그녀의 이미지를 로맨틱하게 바꾸고 ‘라 몸므 피아프’라는 예명 대신 에디트 피아프란 예명을 붙여주면서 이미지를 쇄신 시켜 준다. 그 후 에디트는 1940년 프랑스의 대문호인 장 콕토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슬럼프로부터 완전히 회복한다. 그녀는 프랑스 최고의 가수가 되었고 ‘고엽’으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인 이브 몽탕과 사랑하면서 만든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처럼 그녀의 삶도 장밋빛 인생으로 변해가기도 했다.

D. 에디트 피아프가 가장 사랑한 남자는?
에디트가 가장 사랑한 남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들급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이다. 그는 신사적 매너와 탄탄한 외모, 신실한 성격으로 많은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았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에 머물며 순회공연을 열던 피아프는 경기를 위해 뉴욕에 온 마르셀 세르당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세르당은 1949년 10월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에디트를 만나러 가던 도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등지게 된다.

E. 인생의 후반부에 자신의 일생을 대변하는듯한 노래는?
여러 차례의 교통사고와 연인의 죽음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피아프는 1960년 12월 29일 올랭피아 극장공연에서 <아니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d rien)>를 불렀는데 마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듯한 노래기도 하다. [가사:아니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남들이 내게 한 일은 좋건 나쁘건 나에게는 같은 거예요. 그것은 이미 청산되었지요. 깨끗이 청소가 끝났어요. 잊어버렸어요. 나는 과거를 저주하지 않아요. 추억과 함께 슬픔과 기쁨에 불을 붙였어요. 그런 것은 이제 필요가 없어요. 사랑도 그 떨리던 목소리의 사랑들도 모조리 청산해 버리고,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나의 인생도 나의 기쁨도 지금 당신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이 노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 2010>에도 테마곡으로 나온다.
<에필로그>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처럼, 피아프는 사랑을 하면서 모든 열정을 노래에 담았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주고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든 조건 없는 사랑과 뜨거운 예술의 감성을 현재에 불러내어 자기 일과 사랑 그리고 삶 속에 피워내길 기대해 본다. <사랑의 찬가>에서 피아프가 “ 내 사랑이여, 난 지구 끝까지라도 가겠어요. 내 머리를 금발로 물들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같은 간절하고 행복한 사랑의 마음이라면 우울한 코로나 시대를 힘차게 극복할 힘을 얻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