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 칼럼] 디지털화폐 CBDC 발행, 개헌만큼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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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는 익명성 보장이 어렵다. 한국은행도 시범 추진하려 한다. 사용하는 돈이 바뀌는 중차대한 일인데 국민이 별 관심이 없다. 개헌만큼 신중해야 할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하여 국민들이 사전에 잘 알아야 한다.
인간의 삶에 돈은 발명품 중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돈은 개인과 사회 전체를 순식간에 노예로 만들거나 막강한 지배자로 군림한다. 그래서 권력을 잡으면 적당한 명분으로 화폐개혁을 하여 기득권 세력을 흔들면서 권력자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화폐개혁은 보통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 denomination)을 수반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 산업자금 확보, 지하자금 양성화 등을 위한 정치, 경제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단행한다.
이를 위하여 예금의 지급정지, 신구 화폐 교환의 제한, 보유재산에 대한 과세 등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뒤따른다. 따라서 사람들은 화폐개혁이 예상되면 재산상의 손실을 막고 노출을 피하려고 서둘러 예금을 인출하거나 재산 가치를 유지할 만한 재화를 구입해 놓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함으로 화폐개혁은 불시에 단행한다.
한국도 화폐개혁을 3번 했다. 마지막 3차 화폐개혁은 1962년 6월 구정권의 부패행위로 만들어진 부정축재 자금과 지하경제에 있는 음성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명분으로 단행하였다. 3차 화폐개혁의 주요 내용은 圜(환)에서 원으로 호칭을 변경하면서 가치를 십 분의 일로 절하하였다. 구권에 대하여 유통 금지와 동시에 지정 금융기관에 강제 예치시키도록 했다.
비밀리에 추진한 3차 화폐개혁은 큰 혼란을 초래했다. 1962년 6월 11일(월요일) 이른 새벽부터 은행 앞에는 돈을 바꾸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새 화폐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로 인하여 시중에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생하였고 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중소기업 가동률이 통화개혁 전의 45%에 불과했다. 여유 자금을 쓰지 않고 묵혀두는 이른바 퇴장(退藏) 자금을 끌어내 산업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화폐개혁’은 실패했다는 평가다.
화폐개혁은 국민 불편과 사유재산의 침해가 없도록 신구 화폐를 교환하는데 3 무(無) 원칙 즉, 금액 제한, 교환기간, 실명확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를 보듯이 정치개혁, 사회 안정, 부패세력 척결 등의 명분을 앞세워 기득권 통제수단으로도 악용되기도 한다.
▲ 기존 화폐개혁 논의는 옛날이야기, 이제는 디지털 화폐 개혁 논의 중
지난해 5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때가 됐다”라고 발언하면서부터 다시 화폐단위 변경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 총재는 후폭풍이 거세지자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일 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물러섰다, 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 차원에서 화폐개혁을 검토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그 후 논의는 사그라졌다.
지금의 화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데 금년 1월 기준 약 191조 원의 본원통화가 발행되었다. 이 돈을 각 은행으로 교부하고 대출금으로 국민에게 지급하고 대출금이 다시 예치하는 신용창출이 반복되면서 사용한다.
그래서 실제 사용하는 광의통화(M2)는 화폐발행액의 15.3배 통화승수에 해당하는 2,929조 원이 통용된다.
그런데 금년 4월부터는 전통적인 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라 함)를 발행하느냐 마느냐로 화폐개혁의 논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
▲ 먼저 ‘블록체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특별한 신기술이 아니다. 중앙집중식 거래를 분산 방식으로 하여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뿐이다.
은행을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모든 거래는 은행으로 집중하고, 은행이 통제하고, 보관하였다. 즉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고객의 잔액 등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block chain)은 은행이 없이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거래를 하고 각자의 ‘블록’에 거래기록을 보관한다.
각 블록은 체인 형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거래기록을 바꾸려면 모든 참여자(최소 51% 이상)의 블록에 있는 기록을 바꾸어야 하므로 원천적으로 임의 변경이 불가능하다. 일방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이라는 장점이다.
비트코인(BTC)은 최초로 중앙은행(정부, 단체 등)이 없이 거래 당사자 각자가 분산처리방식 (블록체인)을 거래를 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즉 중앙이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일 뿐이지 블록체인 자체가 엄청난 신기술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 CBDC에 적용하는 기술과 방식 역시 대단한 것은 아니다. CBDC란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한다.
사실 지금도 중앙은행과 각 은행 간에 사용하는 거액 결제용 지불준비 예치금(reserves)을 유사한 전자화폐 성격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법정 디지털 화폐 화폐인 CBDC는 개인과 기업들이 사용하는 소액결제용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CBDC 구현 방식은 중앙은행 또는 은행이 CBDC 계좌 및 관련 거래정보를 보관·관리하는 단일 원장 방식과, 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동일한 거래기록을 관리하는 분산 원장 방식인 이른바 블록체인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방식은 개인과 기업끼리 정당한 거래요청이 이루어지고 이를 기록한 블록이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되더라도, 이후 주(main) 블록체인과 연결되지 못하고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결제 완결성 보장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CBDC는 지금의 화폐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은행을 통하여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발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단일 원장 방식은 다시 중앙은행이 지접 고객인 개인과 기업의 CBDC 계좌를 직접 발급 및 관리를 하는 ‘직접 운영’ 방식 또는 은행 또는 정부가 지정하는 민간 기업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간접 운영’ 방식으로 구분한다.
국내외 CBDC 관련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구현 기술, 여러 가지 운영방식을 간단히 요약하면 기존의 은행 또는 한국은행과 개인 및 기업이 디지털 화폐를 담은 전자지갑을 통하여 자금 거래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화폐 대신에 이미 국내외에 보편화된 각종 간편 결제 기능, 즉 체크카드나 충전식 카드에 디지털 현금이 보관하고 사용한다고 보면 무방하다. 모든 화폐 사용이 없어지거나 또는 일부 병행하여 인터넷 뱅킹이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 많은 장점에 비하여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단점
CBDC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폐의 발권 비용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CBDC는 초기 시스템만 구축하면 그 이후에는 사실상 발권비용이 거의 없다. 실제 코로나로 인하여 중국과 국내은행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보관, 사용하는 현금을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화폐의 이동을 데이터로 활용하여 금융정책,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 운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과세근거를 100% 추적이 가능하고, 위변조 및 자금세탁 등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거의 없다. 지하경제라는 것도 아예 존재할 수도 없다. 전자화폐의 보관, 사용 등 결제 시스템이 모두 정보통신 선상(線上)에서 이루어진다.
반면에 CBDC 발행에 따른 가장 큰 단점은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것이다. 일부 일정 수준에서 익명성을 충족하려는 기술개발을 시도 중이나 결국은 신용카드 사용과 같이 이력추적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어렵다. 이 같은 CBDC의 프라이버시 딜레마를 풀기 위한 선제적 실험이 유럽 중앙은행제도(ESCB)에 의해 최근 완료돼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소액에 한하여 중앙당국의 모니터링 및 승인 없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려는 시도인데 결국은 전산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지금의 화폐는 은행 창구 밖에서는 익명성(匿名性)이 보장되는데 반하여 CBDC는 전혀 보장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CBDC는 개인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거나 통제를 쉽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영국 등 상당수 선진국은 현재 주민등록증도 없다. 심지어 투표도 집에 온 투표 참가 엽서만 들고 가면 별도의 신분증 대조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서 태동하고 발전한 민주주의는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려는 국가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 즉 자유를 지키려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CBDC는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완벽한 개인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과 신용배분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또한 현재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각종 카드, XX 페이 등 결제 서비스 산업은 거의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통하여 이 모든 것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통화, 재정 팽창 정책 추진 한계에 이른 국가 입장에서는 통화를 원하는 만큼 발행할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는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 일본은 관망 중, 스웨덴 등 추진 이유?, 페이스북 추진한 리브라와 미국의 입장. 세계 곳곳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법정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구축에 가장 앞장선 스웨덴의 경우, 2017년부터 중앙은행 CBDC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이미 ‘e-크로나’라고 명명한 이미 시제품 개발과 실험까지 진행 중이다.
사용자들이 전자지갑에 이를 보유하고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지급·입출금·송금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단계에 와있다. 한국은행이 현재 눈여겨보는 모델이기도 하다.
스웨덴처럼 현금 이용 감소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금융포용 수준이 낮은 특수 환경에 처한 캄보디아, 우루과이, 케냐, 튀니지 등이 CBDC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14일, 현재 CBDC 발행 계획은 없지만, 실증실험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 초 ‘개념 증명 1단계’의 일환으로 발행과 유통, 타당성 검증, 파일럿 테스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단일 디지털 화폐를 목표로 한 리브라(Libra)는 페이스북이 2020년 발행할 계획으로 추진하다가 미국 민주당과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우려 등에 반대에 부딪혀 방향을 틀었다. 복수의 법정 화폐에 연동해 단일 글로벌 화폐를 개발한다는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을 전격 수정한 것이다.
수정한 계획은 각각의 법정 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개인 간에, 또 국제적으로 기존의 통화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치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즉 세계 통화 단일화 목표를 각국의 통화와 연계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분산시키는 것으로 일단 소나기를 피해 가려는 전력으로 보인다.
하루 이용자만 15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신용카드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2019년 5월 현재 3,000만 명이 암호화폐를 이용 하지만 페이스북은 월 23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 미국은 현재 소극적, 파월 미 연준의장 ‘CBDC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 사실상 앞으로 전세계 CBDC 발행에 영향을 주는 인물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미국이 중앙은행) 의장이다. 그는 이번 달 19일 디지털화폐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초국경 결제와 디지털 통화’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처음이 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한다는 것은 우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잠재적 편익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도 살펴본다는 의미”라며 광범위한 중요 현안들에 CBDC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Fed가 필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편익 외에도 철저히 평가할 필요가 있는 꽤 어려운 정책·운영상의 문제들이 있다”며 “사이버공격, 위조, 사기로부터 CBDC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BDC가 통화정책과 금융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CBDC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어떻게 불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문제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미국 경제와 결제 시스템에 대한 CBDC의 잠재적 비용과 편익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평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CBDC를 발행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등 모든 위험을 살펴본 뒤 대책을 만들어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중국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서둘러 하지는 않겠다는 표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의 발표에 대하여 “이러한 노력은 Fed가 CBDC 개발 프로젝트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은 자체 디지털화폐를 연구 중이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전세계 CBDC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 연준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각 나라들이 CBDC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완하는 데는 속도를 좀 내고, 실제 발행까지는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해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 개발을 공표하면서, 리브라와 같은 민간 화폐가 광범위하게 채택되면 중앙은행이 결제 시스템의 지배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은 왜 서두나? 달러 패권에 도전, CBDC는 공산주의 국가에는 최고의 통제수단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DCEP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CBDC 대신 공식 명칭을 `디지털 화폐·전자결제의 의미인 DCEP로 정했다.
이미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ㆍ개발해온 중국은 지난 5월부터 유통 테스트에 돌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선전, 쑤저우, 슝안 신구, 청두 등 4개 도시와 향후 2022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서 철저한 보안 속 CBDC 폐쇄식 테스트를 진행 해왔다.
그러다가 이번달 7일 현재 11억 위안을 발행했고, 313만 건의 시범운영을 했다.
현재까지 CBDC 기능은 충전, 계좌 이체, 카드, 지불, QR코드 스캔 등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중국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변모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80%는 이미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다. 거지조차 동냥할 때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를 활용한다.
중국은 디지털 화폐인 CBDC를 통하여 사실상 기축통화 중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 틱톡, 위챗은 물론이고 앤트 그룹의 알리페이 등도 사용을 못하게 하려 하고 있다. 또 앞으로 위안화 거래까지 국제적으로 제한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중국은 쫓기듯 속도를 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 및 정치협상회의)에서 한·중·일 CBDC 공동 발행을 추진하자는 논의까지 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3국이 디지털 화폐를 공동으로 발행한다면, 세 나라 간 환율 리스크가 줄어들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된다는 것이지만 속셈은 디지털 화폐를 통하여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고 한미일 동맹 균열을 꾀하여 미국의 힘을 빼는 것이 목적이다.
또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이미 안면인식 식별 가능한 CCTV로 통행자까지 감시하는 나라로서 디지털 레닌주의, 디지털 공산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개인이 보관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화폐를 완벽하게 사찰하고 통제하는 ‘빅빅 빅 브라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동물농장은 있을 수 없다.
▲ 한국은행의 입장 변화?
그런데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한국은행도 지난 4월 6일,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CBDC를 실험 운용을 할 것이란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스마트 컨트랙트와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법·제도 연구를 했던 인물들로 CBDC 법률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내년 중에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 위하여 외부 컨설팅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하였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만 해도 CBDC에 발행에 대하여 반대 입장이 분명하였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2019.1월호를 보면 그 반대 이유가 구체적이다.
“ CBDC 발행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 동기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이유는 우리나라는 현금수요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다수의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소수 민간업체의 지급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스웨덴)이 낮다.
또한 일부 개발도상국(우루과이, 튀니지 등)과 달리 예금계좌 보유율이 95%에 달하고, 인터넷·모바일뱅킹 관련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금융포용의 정도도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국의 대응, 기반기술의 발전 상황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체 연구는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던 한국은행이다.
급기야 이번달 7일 한국은행은 CBDC 기반 업무(설계·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2단계 사업인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 추진할 3단계는 CBDC 시험 체계는 사실상 현금이 유통되는 과정과 같다. 한국은행이 발행과 환수를 맡고, 유통은 민간이 담당하는 실제 현금 유통 방식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파일럿(시험) 체계가 가동한다는 것이다.
▲ CBDC 전면 발행, 개헌만큼 신중해야 한다.
현재 CBDC에 대부분의 국민들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별다른 공청회, 설명회 등도 거의 없이 한국은행 입장이 단기간에 변경하였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참고로 영국 중앙은행(BOE)은 2020.6.12.부터 금년 말까지 은행, 기술업체, 결제 산업, 학계 등에게 CBDC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CBDC 전면 발행은 기존의 화폐개혁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국가 경제, 사회에 대변혁을 초래한다. 아울러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국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수단이 중앙정부에 쏠리게 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CBDC는 국민들을 꼼짝 못 하게 예속(隸屬)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서울경제에서 “중국이 CBDC 방식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려는 이면에는 모든 위안화 거래 내역을 컴퓨터를 통해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인 부자들이 글로벌 금융망을 통해 돈을 해외로 빼내는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중국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위안화를 CBDC로 발행해 모든 위안화 거래자들의 실명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전문가인 이진길 ㈜통블록 대표는 “ 디지털 화폐인 CBDC가 은행에서 고객 전자지갑으로 넘어간 후에 추적 불가능 여부가 국내외 수준급 디지털뱅킹 엔지니어들의 화두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에 노출이 돼야 하는 특성상 기술적으로 언제나 추적이 가능하여 익명성이 보장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CBDC는 분명하게 장점이 많지만, 공산주의, 1인 독재 전체주의, 디지털 화폐 개혁을 통하여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국가를 제외한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중앙 법정 화폐로서의 전면적인 대체는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사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경제시대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IT강국으로 디지털 화폐에 대하여 보완적인 기술 연구와 개발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CBDC 발행은 어차피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시범사업을 한다고 어물쩍 대다가 불시에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차분하게 장단점을 설명하고 전문가와 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의 하나라도, 중국의 동조 압박에 의해서 또는 지지세력 다수에게 무상으로 CBDC를 주는 미끼 등으로 의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정부ㆍ여당이 예전의 화폐개혁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불시에 혹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나라에 혼란이 올 수 있고 경제의 토양을 물론이며 민주주의의 바탕을 망가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2022년 3월까지 임기가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는 CBDC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및 논의를 하여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 가면서 실시 여부는 다음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옳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 차 산업혁명, 언택트 비즈니스, 디지털 경제 시대이다. 즉,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이니 만큼 디지털 화폐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CBDC발행은 국민과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제도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따라서 CBDC 전면 발행은 개헌(改憲) 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박대석
인간의 삶에 돈은 발명품 중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돈은 개인과 사회 전체를 순식간에 노예로 만들거나 막강한 지배자로 군림한다. 그래서 권력을 잡으면 적당한 명분으로 화폐개혁을 하여 기득권 세력을 흔들면서 권력자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화폐개혁은 보통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 denomination)을 수반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 산업자금 확보, 지하자금 양성화 등을 위한 정치, 경제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단행한다.
이를 위하여 예금의 지급정지, 신구 화폐 교환의 제한, 보유재산에 대한 과세 등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뒤따른다. 따라서 사람들은 화폐개혁이 예상되면 재산상의 손실을 막고 노출을 피하려고 서둘러 예금을 인출하거나 재산 가치를 유지할 만한 재화를 구입해 놓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함으로 화폐개혁은 불시에 단행한다.
한국도 화폐개혁을 3번 했다. 마지막 3차 화폐개혁은 1962년 6월 구정권의 부패행위로 만들어진 부정축재 자금과 지하경제에 있는 음성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명분으로 단행하였다. 3차 화폐개혁의 주요 내용은 圜(환)에서 원으로 호칭을 변경하면서 가치를 십 분의 일로 절하하였다. 구권에 대하여 유통 금지와 동시에 지정 금융기관에 강제 예치시키도록 했다.
비밀리에 추진한 3차 화폐개혁은 큰 혼란을 초래했다. 1962년 6월 11일(월요일) 이른 새벽부터 은행 앞에는 돈을 바꾸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새 화폐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로 인하여 시중에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생하였고 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중소기업 가동률이 통화개혁 전의 45%에 불과했다. 여유 자금을 쓰지 않고 묵혀두는 이른바 퇴장(退藏) 자금을 끌어내 산업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화폐개혁’은 실패했다는 평가다.
화폐개혁은 국민 불편과 사유재산의 침해가 없도록 신구 화폐를 교환하는데 3 무(無) 원칙 즉, 금액 제한, 교환기간, 실명확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를 보듯이 정치개혁, 사회 안정, 부패세력 척결 등의 명분을 앞세워 기득권 통제수단으로도 악용되기도 한다.
▲ 기존 화폐개혁 논의는 옛날이야기, 이제는 디지털 화폐 개혁 논의 중
지난해 5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때가 됐다”라고 발언하면서부터 다시 화폐단위 변경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 총재는 후폭풍이 거세지자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일 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물러섰다, 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 차원에서 화폐개혁을 검토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그 후 논의는 사그라졌다.
지금의 화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데 금년 1월 기준 약 191조 원의 본원통화가 발행되었다. 이 돈을 각 은행으로 교부하고 대출금으로 국민에게 지급하고 대출금이 다시 예치하는 신용창출이 반복되면서 사용한다.
그래서 실제 사용하는 광의통화(M2)는 화폐발행액의 15.3배 통화승수에 해당하는 2,929조 원이 통용된다.
그런데 금년 4월부터는 전통적인 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라 함)를 발행하느냐 마느냐로 화폐개혁의 논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
▲ 먼저 ‘블록체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특별한 신기술이 아니다. 중앙집중식 거래를 분산 방식으로 하여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뿐이다.
은행을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모든 거래는 은행으로 집중하고, 은행이 통제하고, 보관하였다. 즉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고객의 잔액 등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block chain)은 은행이 없이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거래를 하고 각자의 ‘블록’에 거래기록을 보관한다.
각 블록은 체인 형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거래기록을 바꾸려면 모든 참여자(최소 51% 이상)의 블록에 있는 기록을 바꾸어야 하므로 원천적으로 임의 변경이 불가능하다. 일방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이라는 장점이다.
비트코인(BTC)은 최초로 중앙은행(정부, 단체 등)이 없이 거래 당사자 각자가 분산처리방식 (블록체인)을 거래를 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즉 중앙이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일 뿐이지 블록체인 자체가 엄청난 신기술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 CBDC에 적용하는 기술과 방식 역시 대단한 것은 아니다. CBDC란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한다.
사실 지금도 중앙은행과 각 은행 간에 사용하는 거액 결제용 지불준비 예치금(reserves)을 유사한 전자화폐 성격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법정 디지털 화폐 화폐인 CBDC는 개인과 기업들이 사용하는 소액결제용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CBDC 구현 방식은 중앙은행 또는 은행이 CBDC 계좌 및 관련 거래정보를 보관·관리하는 단일 원장 방식과, 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동일한 거래기록을 관리하는 분산 원장 방식인 이른바 블록체인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방식은 개인과 기업끼리 정당한 거래요청이 이루어지고 이를 기록한 블록이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되더라도, 이후 주(main) 블록체인과 연결되지 못하고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결제 완결성 보장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CBDC는 지금의 화폐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은행을 통하여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발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단일 원장 방식은 다시 중앙은행이 지접 고객인 개인과 기업의 CBDC 계좌를 직접 발급 및 관리를 하는 ‘직접 운영’ 방식 또는 은행 또는 정부가 지정하는 민간 기업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간접 운영’ 방식으로 구분한다.
국내외 CBDC 관련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구현 기술, 여러 가지 운영방식을 간단히 요약하면 기존의 은행 또는 한국은행과 개인 및 기업이 디지털 화폐를 담은 전자지갑을 통하여 자금 거래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화폐 대신에 이미 국내외에 보편화된 각종 간편 결제 기능, 즉 체크카드나 충전식 카드에 디지털 현금이 보관하고 사용한다고 보면 무방하다. 모든 화폐 사용이 없어지거나 또는 일부 병행하여 인터넷 뱅킹이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 많은 장점에 비하여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단점
CBDC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폐의 발권 비용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CBDC는 초기 시스템만 구축하면 그 이후에는 사실상 발권비용이 거의 없다. 실제 코로나로 인하여 중국과 국내은행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보관, 사용하는 현금을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화폐의 이동을 데이터로 활용하여 금융정책,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 운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과세근거를 100% 추적이 가능하고, 위변조 및 자금세탁 등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거의 없다. 지하경제라는 것도 아예 존재할 수도 없다. 전자화폐의 보관, 사용 등 결제 시스템이 모두 정보통신 선상(線上)에서 이루어진다.
반면에 CBDC 발행에 따른 가장 큰 단점은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것이다. 일부 일정 수준에서 익명성을 충족하려는 기술개발을 시도 중이나 결국은 신용카드 사용과 같이 이력추적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어렵다. 이 같은 CBDC의 프라이버시 딜레마를 풀기 위한 선제적 실험이 유럽 중앙은행제도(ESCB)에 의해 최근 완료돼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소액에 한하여 중앙당국의 모니터링 및 승인 없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려는 시도인데 결국은 전산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지금의 화폐는 은행 창구 밖에서는 익명성(匿名性)이 보장되는데 반하여 CBDC는 전혀 보장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CBDC는 개인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거나 통제를 쉽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영국 등 상당수 선진국은 현재 주민등록증도 없다. 심지어 투표도 집에 온 투표 참가 엽서만 들고 가면 별도의 신분증 대조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서 태동하고 발전한 민주주의는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려는 국가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 즉 자유를 지키려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CBDC는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완벽한 개인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과 신용배분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또한 현재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각종 카드, XX 페이 등 결제 서비스 산업은 거의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통하여 이 모든 것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통화, 재정 팽창 정책 추진 한계에 이른 국가 입장에서는 통화를 원하는 만큼 발행할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는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 일본은 관망 중, 스웨덴 등 추진 이유?, 페이스북 추진한 리브라와 미국의 입장. 세계 곳곳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법정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구축에 가장 앞장선 스웨덴의 경우, 2017년부터 중앙은행 CBDC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이미 ‘e-크로나’라고 명명한 이미 시제품 개발과 실험까지 진행 중이다.
사용자들이 전자지갑에 이를 보유하고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지급·입출금·송금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단계에 와있다. 한국은행이 현재 눈여겨보는 모델이기도 하다.
스웨덴처럼 현금 이용 감소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금융포용 수준이 낮은 특수 환경에 처한 캄보디아, 우루과이, 케냐, 튀니지 등이 CBDC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14일, 현재 CBDC 발행 계획은 없지만, 실증실험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 초 ‘개념 증명 1단계’의 일환으로 발행과 유통, 타당성 검증, 파일럿 테스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단일 디지털 화폐를 목표로 한 리브라(Libra)는 페이스북이 2020년 발행할 계획으로 추진하다가 미국 민주당과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우려 등에 반대에 부딪혀 방향을 틀었다. 복수의 법정 화폐에 연동해 단일 글로벌 화폐를 개발한다는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을 전격 수정한 것이다.
수정한 계획은 각각의 법정 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개인 간에, 또 국제적으로 기존의 통화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치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즉 세계 통화 단일화 목표를 각국의 통화와 연계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분산시키는 것으로 일단 소나기를 피해 가려는 전력으로 보인다.
하루 이용자만 15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신용카드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2019년 5월 현재 3,000만 명이 암호화폐를 이용 하지만 페이스북은 월 23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 미국은 현재 소극적, 파월 미 연준의장 ‘CBDC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 사실상 앞으로 전세계 CBDC 발행에 영향을 주는 인물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미국이 중앙은행) 의장이다. 그는 이번 달 19일 디지털화폐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초국경 결제와 디지털 통화’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처음이 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한다는 것은 우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잠재적 편익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도 살펴본다는 의미”라며 광범위한 중요 현안들에 CBDC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Fed가 필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편익 외에도 철저히 평가할 필요가 있는 꽤 어려운 정책·운영상의 문제들이 있다”며 “사이버공격, 위조, 사기로부터 CBDC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BDC가 통화정책과 금융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CBDC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어떻게 불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문제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미국 경제와 결제 시스템에 대한 CBDC의 잠재적 비용과 편익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평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CBDC를 발행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등 모든 위험을 살펴본 뒤 대책을 만들어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중국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서둘러 하지는 않겠다는 표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의 발표에 대하여 “이러한 노력은 Fed가 CBDC 개발 프로젝트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은 자체 디지털화폐를 연구 중이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전세계 CBDC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 연준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각 나라들이 CBDC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완하는 데는 속도를 좀 내고, 실제 발행까지는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해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 개발을 공표하면서, 리브라와 같은 민간 화폐가 광범위하게 채택되면 중앙은행이 결제 시스템의 지배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은 왜 서두나? 달러 패권에 도전, CBDC는 공산주의 국가에는 최고의 통제수단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DCEP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CBDC 대신 공식 명칭을 `디지털 화폐·전자결제의 의미인 DCEP로 정했다.
이미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ㆍ개발해온 중국은 지난 5월부터 유통 테스트에 돌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선전, 쑤저우, 슝안 신구, 청두 등 4개 도시와 향후 2022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서 철저한 보안 속 CBDC 폐쇄식 테스트를 진행 해왔다.
그러다가 이번달 7일 현재 11억 위안을 발행했고, 313만 건의 시범운영을 했다.
현재까지 CBDC 기능은 충전, 계좌 이체, 카드, 지불, QR코드 스캔 등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중국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변모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80%는 이미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다. 거지조차 동냥할 때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를 활용한다.
중국은 디지털 화폐인 CBDC를 통하여 사실상 기축통화 중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 틱톡, 위챗은 물론이고 앤트 그룹의 알리페이 등도 사용을 못하게 하려 하고 있다. 또 앞으로 위안화 거래까지 국제적으로 제한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중국은 쫓기듯 속도를 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 및 정치협상회의)에서 한·중·일 CBDC 공동 발행을 추진하자는 논의까지 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3국이 디지털 화폐를 공동으로 발행한다면, 세 나라 간 환율 리스크가 줄어들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된다는 것이지만 속셈은 디지털 화폐를 통하여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고 한미일 동맹 균열을 꾀하여 미국의 힘을 빼는 것이 목적이다.
또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이미 안면인식 식별 가능한 CCTV로 통행자까지 감시하는 나라로서 디지털 레닌주의, 디지털 공산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개인이 보관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화폐를 완벽하게 사찰하고 통제하는 ‘빅빅 빅 브라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동물농장은 있을 수 없다.
▲ 한국은행의 입장 변화?
그런데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한국은행도 지난 4월 6일,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CBDC를 실험 운용을 할 것이란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스마트 컨트랙트와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법·제도 연구를 했던 인물들로 CBDC 법률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내년 중에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 위하여 외부 컨설팅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하였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만 해도 CBDC에 발행에 대하여 반대 입장이 분명하였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2019.1월호를 보면 그 반대 이유가 구체적이다.
“ CBDC 발행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 동기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이유는 우리나라는 현금수요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다수의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소수 민간업체의 지급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스웨덴)이 낮다.
또한 일부 개발도상국(우루과이, 튀니지 등)과 달리 예금계좌 보유율이 95%에 달하고, 인터넷·모바일뱅킹 관련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금융포용의 정도도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국의 대응, 기반기술의 발전 상황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체 연구는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던 한국은행이다.
급기야 이번달 7일 한국은행은 CBDC 기반 업무(설계·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2단계 사업인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 추진할 3단계는 CBDC 시험 체계는 사실상 현금이 유통되는 과정과 같다. 한국은행이 발행과 환수를 맡고, 유통은 민간이 담당하는 실제 현금 유통 방식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파일럿(시험) 체계가 가동한다는 것이다.
▲ CBDC 전면 발행, 개헌만큼 신중해야 한다.
현재 CBDC에 대부분의 국민들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별다른 공청회, 설명회 등도 거의 없이 한국은행 입장이 단기간에 변경하였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참고로 영국 중앙은행(BOE)은 2020.6.12.부터 금년 말까지 은행, 기술업체, 결제 산업, 학계 등에게 CBDC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CBDC 전면 발행은 기존의 화폐개혁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국가 경제, 사회에 대변혁을 초래한다. 아울러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국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수단이 중앙정부에 쏠리게 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CBDC는 국민들을 꼼짝 못 하게 예속(隸屬)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서울경제에서 “중국이 CBDC 방식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려는 이면에는 모든 위안화 거래 내역을 컴퓨터를 통해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인 부자들이 글로벌 금융망을 통해 돈을 해외로 빼내는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중국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위안화를 CBDC로 발행해 모든 위안화 거래자들의 실명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전문가인 이진길 ㈜통블록 대표는 “ 디지털 화폐인 CBDC가 은행에서 고객 전자지갑으로 넘어간 후에 추적 불가능 여부가 국내외 수준급 디지털뱅킹 엔지니어들의 화두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에 노출이 돼야 하는 특성상 기술적으로 언제나 추적이 가능하여 익명성이 보장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CBDC는 분명하게 장점이 많지만, 공산주의, 1인 독재 전체주의, 디지털 화폐 개혁을 통하여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국가를 제외한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중앙 법정 화폐로서의 전면적인 대체는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사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경제시대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IT강국으로 디지털 화폐에 대하여 보완적인 기술 연구와 개발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CBDC 발행은 어차피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시범사업을 한다고 어물쩍 대다가 불시에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차분하게 장단점을 설명하고 전문가와 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의 하나라도, 중국의 동조 압박에 의해서 또는 지지세력 다수에게 무상으로 CBDC를 주는 미끼 등으로 의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정부ㆍ여당이 예전의 화폐개혁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불시에 혹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나라에 혼란이 올 수 있고 경제의 토양을 물론이며 민주주의의 바탕을 망가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2022년 3월까지 임기가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는 CBDC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및 논의를 하여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 가면서 실시 여부는 다음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옳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 차 산업혁명, 언택트 비즈니스, 디지털 경제 시대이다. 즉,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이니 만큼 디지털 화폐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CBDC발행은 국민과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제도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따라서 CBDC 전면 발행은 개헌(改憲) 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