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인문학] 걷기의 재해석(7) - 사교를 위한 걷기(1)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교를 위한 걷기
‘사교 걷기’라는 말은 내가 만들었다. 사교나 오락을 목적으로 두 사람이상이 단체를 이루어 걷기 모임을 하는 것이다. <사교 걷기의 의미>
‘사교 춤’이라는 게 있다. 사교나 오락을 목적으로 무도회에서 남녀 한 쌍이 추는 춤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개화기였다. 개화기부터 조선에 파견되었던 서양의 외교관이나 선교사, 사업가 등이 참여한 무도회를 통해 사교춤이 도입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 의하면 서양에서 들어온 사교춤은 소셜 댄스(Social Dance)로서,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인 상류층들이 사교를 위해 궁중무도회나 개인 무도회에서 추었던 춤으로 예의범절이 분명한 춤이었다. 20세기에 들어 소셜 댄스가 다양해지자, 1924년 영국왕실무도협회가 댄스파티에서 추는 왈츠(waltz), 탱고(tango), 퀵스텝(quickstep), 폭스트로트(fox-trot), 비엔나 왈츠(Vienna Waltz)를 볼룸 댄스(ballroom dance)라는 말로 공식화했다. 한국인으로 처음 사교춤을 춘 이는 이하영(李夏榮)이었다. 그는 1890년에 미국공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보스톤 왈츠(Boston Waltz)를 배웠고,이후 귀국하여 손탁호텔에서 사교춤을 추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사교걷기는 ‘골프’이다. 가만히 있는 작은 공을 툭치고는 서너명이서 같이 걷다가, 또 툭치고는 걷는다. 치는 게 목적인 지, 같이 걷는 게 목적인지 애매하지만, 프로선수와 도박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같이 걸으며 사귀고 비즈니스를 도모하기 위한 일이다.
정말로 ‘걷기 위한 걷기 모임’은 2007년 제주 올레길이 개장되면서부터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제주사람 서명숙이 제주도의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하여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수마포 해안)를 개발하였다. 이후 2012년 11월 24일 제주해녀박물관~ 종달바당을 잇는 총연장 약 420km의 긴 코스를 21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제주도를 한 바퀴 연결하는 올레코스가 완전히 연결되었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투어 걷는 길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이 길을 인터넷 카페 등에서 단체를 이루어 걷기 시작하였다.
<단체 걷기의 장점>
여럿이 걷는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편리함이다. 혼자걷기는 혼자서 시간, 일정 그리고 코스등을 정하는 편리함이 있지만, 또한 그 모든 것은 혼자 준비해야 하고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네이버에 ‘걷기 클럽’이 있다. 2006년도부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만 3천여명이다. 이 클럽과 내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도부터이다. 그 때가 핀란드에서 디자인하고 태국에서 만들었던 ‘맨발신발’을 막 시작했을 때이다. 사업 아이템으로 신발을 처음 시작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일단 걸어야 하는 것은 알았기에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 지를 찾았고, 그렇게 인터넷에서 나타난 것이 ‘걷기클럽’이었다.
일단 가입을 하니 갈 곳이 많아졌다. 우선 정기적으로 장소를 정해놓고 걷기, 주말에 교외로 나가 자연을 걷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걷는 번개걷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디든 걸을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아졌다. 그럼 그 이벤트에 참가 신청을 하기만 하면 내가 할 준비는 끝이다. 경기도 양평의 ‘산음휴양림 임도’ 교외 걷기와 ‘ 경복궁->부암동->경복궁’ 시내 걷기로 회원들과 얼굴을 익혔다. 그렇게 두어번 참가해보니 걷기와 등산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걷기가 등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등산은 가기 시작하면 대부분 정상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올라가는 코스와 내려가는 코스가 있어서 힘이 든다. 하지만 걷기는 일단 될수록이면 평지코스를 잡고,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도 있게 잡는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주변을 휘휘 둘러보면서 걷다보면 생각보다 내 삶의 주변에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우침을 받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그리고 등산과는 달리 걷기는 혼자하기가 좀 어렵다. 왜냐하면 등산로는 일정한 코스가 있지만, 걷기는 제대로 된 코스를 알지 못하고 혼자 찾아다니기는 버겁다. 게다가 오랜 시간을 천천히 혼자 걷기에는 심심하다. 클럽에 들어가니 매번 새로운 코스를 다니는 데, 그게 산길이든, 도심 길이든 좋다. 특히 이번 도심길 도보여행의 경우는 시내를 차를 끌고 가지 않고 일부러 걸어서 좋은 길들을 찾아가는 게 웬만큼 큰 마음먹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다니니 한결 여유있게 다닐 수 있게 된다.
자연과 도시를 단체로 다니다 보면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된다. 산 속을 걷다보면 산내음을 맡아 좋고, 그 상쾌한 기분을 옆 사람과 같이 나누어 좋다. 도시를 걸을 때는 그 장소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나누어 좋다. 그렇게 걷는 동안 잊어도 되는 것은 잊게 마련이고, 얻어야 할 좋은 생각들은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렇게 네이버 ‘걷기클럽’을 걸으면서 나는 ‘맨발신발’의 사업 구상과 이야깃거리를 만들 줄 알게 되었다.
단체 걷기의 장점을 정리하면 길을 몰라 못 걸을 일이 없고, 걸으면서 외롭고 심심해질 일이 없으며, 혼자 걸으면서 처하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되고, 동행과 대화를 하면서 사회 생활의 깊이를 깊게 하고, 자연과 사람을 같이 접하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사교 걷기’라는 말은 내가 만들었다. 사교나 오락을 목적으로 두 사람이상이 단체를 이루어 걷기 모임을 하는 것이다. <사교 걷기의 의미>
‘사교 춤’이라는 게 있다. 사교나 오락을 목적으로 무도회에서 남녀 한 쌍이 추는 춤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개화기였다. 개화기부터 조선에 파견되었던 서양의 외교관이나 선교사, 사업가 등이 참여한 무도회를 통해 사교춤이 도입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 의하면 서양에서 들어온 사교춤은 소셜 댄스(Social Dance)로서,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인 상류층들이 사교를 위해 궁중무도회나 개인 무도회에서 추었던 춤으로 예의범절이 분명한 춤이었다. 20세기에 들어 소셜 댄스가 다양해지자, 1924년 영국왕실무도협회가 댄스파티에서 추는 왈츠(waltz), 탱고(tango), 퀵스텝(quickstep), 폭스트로트(fox-trot), 비엔나 왈츠(Vienna Waltz)를 볼룸 댄스(ballroom dance)라는 말로 공식화했다. 한국인으로 처음 사교춤을 춘 이는 이하영(李夏榮)이었다. 그는 1890년에 미국공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보스톤 왈츠(Boston Waltz)를 배웠고,이후 귀국하여 손탁호텔에서 사교춤을 추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사교걷기는 ‘골프’이다. 가만히 있는 작은 공을 툭치고는 서너명이서 같이 걷다가, 또 툭치고는 걷는다. 치는 게 목적인 지, 같이 걷는 게 목적인지 애매하지만, 프로선수와 도박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같이 걸으며 사귀고 비즈니스를 도모하기 위한 일이다.
정말로 ‘걷기 위한 걷기 모임’은 2007년 제주 올레길이 개장되면서부터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제주사람 서명숙이 제주도의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하여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수마포 해안)를 개발하였다. 이후 2012년 11월 24일 제주해녀박물관~ 종달바당을 잇는 총연장 약 420km의 긴 코스를 21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제주도를 한 바퀴 연결하는 올레코스가 완전히 연결되었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투어 걷는 길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이 길을 인터넷 카페 등에서 단체를 이루어 걷기 시작하였다.
<단체 걷기의 장점>
여럿이 걷는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편리함이다. 혼자걷기는 혼자서 시간, 일정 그리고 코스등을 정하는 편리함이 있지만, 또한 그 모든 것은 혼자 준비해야 하고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네이버에 ‘걷기 클럽’이 있다. 2006년도부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만 3천여명이다. 이 클럽과 내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도부터이다. 그 때가 핀란드에서 디자인하고 태국에서 만들었던 ‘맨발신발’을 막 시작했을 때이다. 사업 아이템으로 신발을 처음 시작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일단 걸어야 하는 것은 알았기에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 지를 찾았고, 그렇게 인터넷에서 나타난 것이 ‘걷기클럽’이었다.
일단 가입을 하니 갈 곳이 많아졌다. 우선 정기적으로 장소를 정해놓고 걷기, 주말에 교외로 나가 자연을 걷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걷는 번개걷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디든 걸을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아졌다. 그럼 그 이벤트에 참가 신청을 하기만 하면 내가 할 준비는 끝이다. 경기도 양평의 ‘산음휴양림 임도’ 교외 걷기와 ‘ 경복궁->부암동->경복궁’ 시내 걷기로 회원들과 얼굴을 익혔다. 그렇게 두어번 참가해보니 걷기와 등산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걷기가 등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등산은 가기 시작하면 대부분 정상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올라가는 코스와 내려가는 코스가 있어서 힘이 든다. 하지만 걷기는 일단 될수록이면 평지코스를 잡고,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도 있게 잡는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주변을 휘휘 둘러보면서 걷다보면 생각보다 내 삶의 주변에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우침을 받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그리고 등산과는 달리 걷기는 혼자하기가 좀 어렵다. 왜냐하면 등산로는 일정한 코스가 있지만, 걷기는 제대로 된 코스를 알지 못하고 혼자 찾아다니기는 버겁다. 게다가 오랜 시간을 천천히 혼자 걷기에는 심심하다. 클럽에 들어가니 매번 새로운 코스를 다니는 데, 그게 산길이든, 도심 길이든 좋다. 특히 이번 도심길 도보여행의 경우는 시내를 차를 끌고 가지 않고 일부러 걸어서 좋은 길들을 찾아가는 게 웬만큼 큰 마음먹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다니니 한결 여유있게 다닐 수 있게 된다.
자연과 도시를 단체로 다니다 보면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된다. 산 속을 걷다보면 산내음을 맡아 좋고, 그 상쾌한 기분을 옆 사람과 같이 나누어 좋다. 도시를 걸을 때는 그 장소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나누어 좋다. 그렇게 걷는 동안 잊어도 되는 것은 잊게 마련이고, 얻어야 할 좋은 생각들은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렇게 네이버 ‘걷기클럽’을 걸으면서 나는 ‘맨발신발’의 사업 구상과 이야깃거리를 만들 줄 알게 되었다.
단체 걷기의 장점을 정리하면 길을 몰라 못 걸을 일이 없고, 걸으면서 외롭고 심심해질 일이 없으며, 혼자 걸으면서 처하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되고, 동행과 대화를 하면서 사회 생활의 깊이를 깊게 하고, 자연과 사람을 같이 접하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