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강한 기업은 디테일부터 다르다!
‘매일매일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뜻을 내포한 말이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이다. 이는 단순히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 항상 새로움을 더하라는 의미다. 그래야만 오늘날 세분화, 전문화되는 초경쟁시대에 창조와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그것을 실천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전통산업은 물론 첨단산업까지 제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소득간 불평등 심화를 가져오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경제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상황과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은 생존해야 되며 나아가 성장까지 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걸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큰 산이 아니라 신발 속에 있는 작은 모래 한 알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기업 환경에서 디테일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2011년 2월 경기도 광명역 입구 일직터널에서 KTX-산천이 탈선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관차 포함 4량은 분기기에서 설치된 가드레일에 의해 반대편 선로에 올라섰지만 5번째 칸부터 가드레일이 파손되어 탈선했다. 열차가 쓰러지지 않고 약간 기울어지는 정도로 끝나 다행히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당초 사고의 원인이 차체결함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으나 알고 보니 문제의 원인은 허무했다. 새벽에 선로 보수작업 중 밀착 감지기를 고정하는 7mm짜리 너트 하나가 없어서 조이지 않아서 탈선이 발생했다. 결국은 인재다. 보선원이 제대로 너트를 조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고였다.

문제의 시작은 언제나 디테일에서 시작된다

널리 알려진 우화가 있다. 고양이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쥐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쥐들은 서로 지혜를 짜내어 고양이가 오는 것을 미리 알아내는 방법을 궁리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조그만 생쥐 한 마리가 좋은 생각이 있다며 앞으로 나섰다.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아놓으면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방울소리가 날 것이므로 미리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쥐들은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기뻐하며 감탄했다.  그때 나이가 가장 많은 영감 쥐가 말했다. “좋은 의견이야. 그런데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지?” 그 말에 쥐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나 정책도 디테일한 부분을 소홀히 하면 무용지물이며, 심지어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이다. KTX 탈선사고처럼 마음가짐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듯, 기업의 관리자와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관리자와 직원들이 적극 나서서 규율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며,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직원의 역량 향상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

디테일 경영의 사례

카드업계 꼴찌에서 시작해 성공한 회사가 있다. 바로 현대카드다. 2001년 시장점유율 6위였지만 지금은 국내 카드업계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비슷비슷한 국내 카드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용카드 2~3개 정도를 지닌다.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의 포인트카드 등을 포함하면 평균 7~8개 정도 된다. 그렇다보니 지갑의 부피가 불어나 결제시에 원하는 카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앞면이 아닌 옆면에 컬러를 입히고 톱니바퀴 모양을 낸 것이다. 지갑 속에 감춰진 카드는 옆면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없는 고객의 사소함조차도 디테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디테일 경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겨울철 수도꼭지를 몇 도 정도 돌려야 적당한 온도의 물이 나올까?”까지도 고민한다. 담당 직원과 논의 끝에 수도꼭지에 가장 적당한 온도의 위치에 표시를 해 놓음으로써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디테일의 힘을 보여준 사례는 많다. 전 세계 120개국에서 3만5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맥도날드를 빼놓을 수 없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햄버거 패티의 무게와 크기, 두께를 어떻게 만들 때 햄버거가 가장 맛있는지 수많은 실험을 거쳐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표준화했다. 예컨대 지방의 양이 19% 이하인 소고기로 무게는 1.6온스, 지름은 3.875인치, 양파는 0.25온스 등으로 정했다. 특히 그는 청결에 매우 신경 썼다. 식당이 불결하면 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은 ‘청결하게 보여라(fresh look)’라는 구호를 내걸고 화장실 전등 점검, 거울의 청결 상태 확인, 휴지 보충, 변기의 물기 확인, 비누 보충, 악취 제거, 휴지통 비우기, 급수 확인, 환기구 점검, 화장실 1차·2차 점검 등 화장실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만 수십 가지에 달하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다. 레이 크록은 심하다 싶을 만큼 디테일한 경영으로 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일궈냈다.

디테일 경영의 시작은?

디테일 경영은 고객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관찰에서 시작된다. 한 의과대학 교수가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은 대담함과 세심함이네. 내가 하는 것을 잘 보고 따라해 보기 바라네” 간단하게 말을 마친 교수는 손으로 실험대에 놓인 소변이 가득 담긴 컵을 가리키더니 손가락을 컵 속에 집어넣었다가 빼서는 다시 입 속에 넣었다. 똑같이 하라는 교수의 지시에 모든 학생들이 손가락을 컵에 깊숙이 넣었다가 다시 입에 넣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구토를 하거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모습을 본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모두들 아주 잘했어, 대답한 행동이었어.” 이어서 교수는 근엄한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만 모두들 관찰력과 세심함이 매우 부족하군. 내가 컵에 넣은 것은 둘째 손가락이고 입속에 넣은 것은 셋째 손가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학생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말일세.”

디테일 경영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주의를 기울이는 부단한 습관이 바탕되었을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비범한 인물, 비범한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일일신우일신’ 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디테일 경영에서 말이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