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실패와 분노를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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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기 칼럼] 실패와 분노를 활용하는 방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Q.25816238.1.jpg)
“그렇게까지 공부를 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낸 근본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실을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고, 더욱 힘든 건 침묵이다.
아랫집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를 수시로 무시했다. 착하고 무딘 아버지는 늘 이웃사람들에게 당하고 살았다. 없는 돈 빌려서 빌려 주고 끝까지 받지 못하고, 지나가는 아저씨들 집으로 불러 들여 술 따라 주고 욕먹고, 호미와 삽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빌려 준 물건 찾아 오라고 엄마가 잔소리 하면, 모른 체 돌아서며, 혼자 투덜거렸다. “그냥 쓰라고 해”
공장에서 자동차 피스톤을 깎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루 종일 만든 피스톤이 모두 불량이 났다. 도면을 잘못 봐서, 측정을 잘못해서 오류가 난 것이다. 다짜고짜 공구실(工具室)로 끌려들어가 몇 대 맞고, 나와서 시말서를 썼다. 시말서를 쓰는 종이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건 아니지. 매까지 맞아 가면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결심했다. 더 공부 하기로.
공장에서 3년 동안 일을 하다가 사표를 내고 대학 입학시험을 보았다. D 대학에서 떨어져서 뒤돌아서면서 그냥 시골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2차 대학에 시험을 보았는데 붙었다. 앞서 떨어진 D 대학보다 좋은 대학이었다.
책을 내려고 원고를 보냈는데,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다. 포기하려고 하다가 원고를 수정해서 다른 출판사에 보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10년 동안 그 출판사에서 세 권의 책을 냈고, 지금 세 번째 책, “오늘도 계획만 세울래”는 3쇄를 찍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패는 또 다른 기회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원수를 갚고 싶은 사람에 대한 복수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준다. 가끔은 하늘과 땅이 대신 보복을 한다. 무서운 자연의 법칙이다.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