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다양한 변이로 개발 지속될 것”
‘제6회 한경바이오인사이트포럼’이 23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1부 대담은 ‘춘추전국시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를 주제로 진행됐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 장은현 스타셋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존재하는 암종으로, 개발된 치료제도 다수다. 그러나 여전히 미충족 수요도 많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26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그리소와 같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표적으로 하는 3세대 치료제가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렉라자의 차별점은 뇌전이 환자에 대한 임상 효능과 낮은 심장 부작용”이라며 “동일 계열 약물의 대표적인 안전성 이슈인 심장 독성과 관련해 중증 이상반응 보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렉라자의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1차 치료제로서의 단독 임상 및 병용임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시장 점유율이 좌우될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렉라자의 병용임상은 얀센이 'EGFR·c-Met' 이중표적항체 아미반타맙을 사용해 진행 중이다. 작년 말부터 세계에서 1000명의 환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주요 병원이 임상에 참여하고 있다.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경쟁으로 3세대 약물 치료가 확대되면, 4세대 치료제의 시장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브릿지바이오는 3세대 약물 치료 이후에 나타나는 ‘C797S’ 돌연변이를 저해하는 기전의 ‘BBT-176’를 개발 중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타그리소의 1차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타그리소의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에 C797S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고려해 BBT-176의 예상 환자를 추정하면 연간 8000명이라는 추산이다. 매출은 약 1조~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봤다.

BBT-176은 작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을 승인받았다. 이어 같은 해 5월 국내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이달 국내 임상 참여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임상 1·2상의 첫 번째 단계인 용량상승시험은 국내 3개 병원에서 실시되고, 이후 두 번째 단계인 용량 확장시험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라며 “임상 1상 용량상승시험 완료 전후를 기점으로 글로벌 제약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EGFR 항체의약품인 세툭시맙과의 병용 투여에 대한 효력 실험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일부 용량군에서 단독 요법에 비해 병용군에서 더 우수한 효력을 확인했다”며 “이 임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면서 다양한 치료제들과의 병용 요법에 대해 연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암의 내성 발생과 함께 관련 치료제의 개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은현 스타셋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암은 암세포의 증식경로를 차단하면 다른 우회 증식경로를 찾고,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하는 것이 반복된다”며 “과거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를 개발할 때 시장 규모가 큰 것들만 개발했지만, 현재는 발병율이 한 자리 수여도 효능이 확실하면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보로노이가 개발하고 있는 ‘VRN07’은 'EGFR Exon 20 INS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EGFR Exon 20 INS 돌연변이는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분야로, 비소세포폐암의 4~7%로 치료제 공백 영역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현재 EGFR Exon 20 INS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중 의미 있는 수준의 뇌투과율을 보이는 물질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보로노이의 VRN07은 경쟁약물 대비 압도적인 뇌투과율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주요 일정에 대해서는 “하반기 기술이전 협력사인 오릭파마슈티컬스에서 VRN07의 글로벌 임상 1상이 예정돼 있다”며 “지난달 HK이노엔에 기술이전한 ‘RET-fusion’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뇌투과율을 개선한 ‘HER2’ 저해제에 대한 개발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다음달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 후, HER2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병용을 위해 관계 기업과 병용 시험을 위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며 “앞선 두 후보물질과 같이 조기에 기술이전 또는 협력을 통해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