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교섭 나서라”... 하청노조 요구는 법 원칙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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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비교노동법학회 학술대회서 나온 한 목소리
“하청 노사 교섭에서 원청은 제3자일 뿐...”
하청 노조 위해 원청이 나서라는 권고는 문제돼
“하청 노사 교섭에서 원청은 제3자일 뿐...”
하청 노조 위해 원청이 나서라는 권고는 문제돼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원청이 공동 노력하라’고 내놓은 행정지도 결정은 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19일 한국비교노동법학회(회장 이상희 산업기술대 교수)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소장 김희성 교수)가 춘천에서 개최한 특별공동학술대회에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와 권혁 부산대 교수는 한 목소리를 냈다. 원청은 하청업체 노사 교섭에서 제3자일뿐이며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반드시 근로계약 당사자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지부로 조직돼 있는 사내하청 노조들은 각각의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9개사를 상대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업체가 교섭 당사자는 아니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행정지도 결정’을 내놓았지만, 별도의 권고 조항도 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원청업체는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보건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하도급 사용자들과 공동 노력하라”는 문구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사 교섭에 참여하라는 취지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사내하청 지회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가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학계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일방 당사자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인력공급, 근로자 파견 등 형식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나 사실상 근로계약 관계와 동일시할 수 있는 일부 사례에서 예외적으로만 사용자 개념이 확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하청업체 노사 간 근로계약에 있어서 원청업체는 제3자에 불과하다”고 박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 교수는 “하청 사용자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하청 노조를 도와주라는 것은 그와 반대로 하청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제 된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원청이 신속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하청 사용자를 압박해 하청 노조의 활동에 개입한다면 이때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청 업체 노사문제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서라도 노사 당사자 자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의미다.
결국 하청업체 근로자나 노조를 도와주려는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원청이 하청업체 노사교섭에 개입하도록 (노동위원회나 정부가) 압력을 가하는 것’은 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번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결론이다.
이를 지난해 중노위 ‘행정지도’나 고용부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에 적용해 보면 사내하도급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업체(도급사업주)가 나서라는 권고는 법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법 원칙에도 불구하고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는 계속 증가한다. 게다가 정부는 노동계 요구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지난 19일 한국비교노동법학회(회장 이상희 산업기술대 교수)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소장 김희성 교수)가 춘천에서 개최한 특별공동학술대회에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와 권혁 부산대 교수는 한 목소리를 냈다. 원청은 하청업체 노사 교섭에서 제3자일뿐이며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반드시 근로계약 당사자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지부로 조직돼 있는 사내하청 노조들은 각각의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9개사를 상대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업체가 교섭 당사자는 아니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행정지도 결정’을 내놓았지만, 별도의 권고 조항도 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원청업체는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보건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하도급 사용자들과 공동 노력하라”는 문구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사 교섭에 참여하라는 취지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사내하청 지회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가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학계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일방 당사자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인력공급, 근로자 파견 등 형식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나 사실상 근로계약 관계와 동일시할 수 있는 일부 사례에서 예외적으로만 사용자 개념이 확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하청업체 노사 간 근로계약에 있어서 원청업체는 제3자에 불과하다”고 박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 교수는 “하청 사용자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하청 노조를 도와주라는 것은 그와 반대로 하청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제 된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원청이 신속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하청 사용자를 압박해 하청 노조의 활동에 개입한다면 이때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청 업체 노사문제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서라도 노사 당사자 자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의미다.
결국 하청업체 근로자나 노조를 도와주려는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원청이 하청업체 노사교섭에 개입하도록 (노동위원회나 정부가) 압력을 가하는 것’은 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번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결론이다.
이를 지난해 중노위 ‘행정지도’나 고용부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에 적용해 보면 사내하도급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업체(도급사업주)가 나서라는 권고는 법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법 원칙에도 불구하고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는 계속 증가한다. 게다가 정부는 노동계 요구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