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습지 대장주의 오랜 양강 구도가 깨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습지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다. 오프라인 학습지에 주력하던 대교는 네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 학습지를 공략한 웅진은 ‘어닝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 실패한 대교…5분기 연속 적자 위기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6억원으로 예상된다. 작년 1분기 17억원 영업손실에서 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깜짝실적’이다. 대교는 작년 1분기 19억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도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을 가른 것은 사업 구조다. 대교는 학습지 ‘눈높이’와 ‘차이홍(중국어)’의 성공에 힘입어 2017년까지 8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스마트 학습지, 온라인 교육 등 신사업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코로나19 타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대교는 작년에도 네 분기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5000~6000원대였던 주가도 회복하지 못했다. 23일 대교 주가는 4035원을 기록했다. 작년 초 대비 35% 떨어진 상태다.

반면 웅진씽크빅은 코로나19 이전 주가를 모두 회복했다. 작년 초 2850원이었던 주가도 3010원까지 상승했다. 비대면 교육 서비스 부문이 오프라인의 부진을 상쇄했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작년 1분기를 제외하고 2~4분기 모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태블릿PC 기반의 학습지 ‘스마트올’은 회원 수가 올해 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65% 늘어나는 수치다. 서울 강남 대치동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치TOP’ 서비스가 회원 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올은 판매단가가 높아 영업이익률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스마트올은 평균판매단가(ASP)가 14만~15만원으로 기존 오프라인 학습지 대비 25~35%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작년 대비 47% 늘어난 295억원으로 예상된다. 대교의 올해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망된다. 흑자전환은 성공하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웅진씽크빅의 4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대교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눈높이 부문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영중 대교 회장의 장남인 강호준 해외사업총괄본부장(CSO·상무)이 해외에서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진행했던 해외 사업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5년간 해외 사업으로 불어난 누적 순손실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사업 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대교의 부채비율은 51.2%를 나타냈다. 2017년 26.6%, 2018년 34.6%, 2019년 50% 등 매년 오르는 추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