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에 처한 사람은 흔히 세상을 탓한다. 인정의 각박함을 탓하고, 우정의 얕음을 탓하고, 속세의 무심을 탓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한데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게 순서다.

당신은 고립무원에 처한 그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응원한 적이 있는가, 친구의 아픔을 우정으로 포근히 감싸준 적이 있는가, 타인의 흠결을 살포시 덮어준 적이 있는가…. 선뜻 ‘예’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세상을 탓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아니오’라고 쭈빗거린다면 세상을 향한 탓을 잠시 멈춰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고립무원은 당신이 자초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천하를 다투던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싸움은 유방 쪽으로 기울었다. 항우에게 마지막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끼던 장수 범증마저 떠나가고, 한나라와 강화를 맺고 동쪽으로 돌아가던 해하에서 항우는 한의 명장 한신에게 포위까지 당했다.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고, 병사와 군량미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갔다. 한나라 군사의 포위망은 빠르게 좁혀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사방에서 처량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한나라가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에게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다. 한군에 포위된 초나라 병사들은 지치고 향수에 젖어 싸울 의욕을 잃었다. 항우가 외쳤다. “초나라가 이미 빼앗겼단 말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이 저리 많은가” 그는 죽음을 직감하고 ‘최후의 만찬’ 진중의 주연을 베풀었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를 지어 자신의 운명을 탄식했고, 그의 총애를 받던 우미인은 자결로 시에 답했다. 항우 역시 오강을 건너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천하의 꿈을 접었다. 그의 나이 서른하나였다. 《사기》항우본기에 나오는 얘기다.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방(四面)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楚歌)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군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다. 세상사 원인과 결과는 늘 붙어다닌다. 당초 동네 불량배 유방은 귀족 가문 항우의 상대가 못됐다. 한데 천하는 유방이 거머쥐었다. 유방은 나누고, 항우는 인색했다. 공신에게 땅 몇 리 내어주는 데도 옥새를 만지작거리느라 모서리가 닳을 정도였다.

쪼개서 나누고, 베푼 은혜는 잊어라. 친구를 위한 수고로움은 아끼지 마라. 힘든 자에게는 손을 내밀어라. 그럼 평생을 살면서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
[바람난 고사성어] 사면초가(四面楚歌)-스스로 고립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