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는 만물에서 교훈을 얻는다. 선행은 따르고, 악행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 둘러보면 교훈은 늘 근처에 있다. 인간은 누구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한다. 원래 달라붙으면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때로는 이웃이 내 자식을 나보다 더 잘 안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먼 곳의 타인은 먼지까지 들춰낸다. 나의 상상, 나의 편견으로 그를 마구 재단하기 때문이다.

폭군의 공통 키워드는 술과 여자다. 걸왕은 고대 중국 하(夏)·은(殷)·주(周) 세 왕조 중 하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그는 지용(智勇)을 겸비한 왕자였다. 한데 왕이 되어 유시씨(有施氏) 나라를 정벌했을 때 유시씨국에서 보내 온 매희라는 여인에게 빠져 정사를 팽개치고 술에 취해 살았다.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은 방탕이 극에 달한 그의 주연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탕왕이 중국 최초의 역성혁명으로 은나라를 세웠다.

은나라는 약 600년 후 주왕에 이르러 망한다. 주왕도 지혜와 무용이 뛰어났지만 그 역시 유소씨(有蘇氏) 나라 정벌 때 공물로 보내 온 달기라는 여자에게 빠져 ‘주지육림’에서 세월을 보냈다. 삼공(三公) 중 두 사람은 주왕에게 간하다 죽임을 당했고 훗날 주나라의 문왕이 되는 서백은 옥에 갇혔다. 서백의 죄목은 ‘불순한 시 구절 인용’이다. 그는 ≪시경≫ 대아편 탕시 구절을 인용해 “은 왕이 거울로 삼을 것은 먼 데 있지 않고(殷鑑不遠), 하나라 걸왕 때에 있다”고 간언했다.

방탕으로 나라를 잃은 하나라 걸왕을 ‘거울(鑑)’로 삼으라는 충언이었다. 주색에 빠진 주왕은 모든 간(諫)을 물리쳤고 결국 걸왕의 길을 걸었다. 나라를 잃고, 목숨도 잃었다.  쓰다고 약을 뱉으면 병이 깊어진다. 역사의 폭군은 하나같이 간(諫)을 뱉었다. 뱉은 정도가 아니라 간함에 죄까지 물었다.
은감불원(殷鑑不遠), 주변은 모두 스승이다. 망한 나라는 흥하는 나라의 반면교사이고, 간신은 충신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현자에게는 주변이 모두 거울이다. 그 거울로 자신의 내면을 살핀다. 우자는 자신이 거울이다. 자신이란 거울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거울이 탁한지, 불퉁불퉁한지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자는 세상을 두루 보고, 우자는 자기만을 쳐다본다. 자기에게 달라붙어 자기를 보지 못한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
[바람난 고사성어] 은감불원(殷鑑不遠)-타인은 자신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