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먹히는 경영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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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오후 포항시 북쪽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에 제철소 공장이 있는 포스코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까지 파악된 피해는 없다”면서 “다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어 공장 내 인력은 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다소 떨어진 남구에 위치하고 있다지만 주변의 큰 피해와 낡은 산업시설에 비해 피해가 전무하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사실 강진에도 포스코가 피해가 없었던 배경에는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의 ‘안전 공사’라는 ‘원칙’ 덕분이다. 1977년 포항제철 발전 송풍 설비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박 전 회장은 건설 회사 소장들을 불러다 놓고 이미 80%가량 완료된 설비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켰다. “부실 공사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평소 박 전 회장의 원칙이 있었기에 이번 지진 때 선반의 컵 하나 안 떨어질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을 ‘집단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리더 스스로 지켜야 할 정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Leadership에서 Leader는 ‘이끄는 사람’을, ship은 ‘행동양식’을 뜻한다. 구성원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방향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리더 스스로 원칙이나 기준과 같은 행동규범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태준 전 회장과 같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으면 보다 의사결정이 명료하고 구성원이 리더를 대하는 신뢰수준도 높아진다.
한 번 정한 원칙과 기준은 예외가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손무(孫武)는 20년 동안 병법(兵法)을 탐구하며 산간벽지에 숨어 손자병법을 저술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오왕(吳王) 협려(闔廬)가 궁녀들을 상대로 자기 병법을 실용성을 소개하는 기록이 있다. 당시 손무는 오왕에게 불려갔는데 오왕이 시험하려고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 전투 훈련을 시키게 했다. 손무는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 모아 놓고 이들을 두 편으로 나눈 다음 오왕이 총해하는 두 명을 각 편의 대장으로 삼았다. 손무는 군령이 불분명하고 호령이 숙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잘못이나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었음에도 따르지 않는 것은 직속 지휘관인 대장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좌우의 두 대장 궁녀의 목을 배려한다. 이 때 오왕은 자신이 아끼는 희첩들이니 죽이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손무는 “저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전쟁터에 있으면 임금의 명령이라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오왕이 아끼는 두 희첩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처럼 한 번 정한 원칙은 당장 손해 보더라도 예외없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영구불변의 철학이어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4선 연임에 성공한 이유도 예외 없는 원칙의 실천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늘어나는 난민 수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빠져 있을 때 메르켈 총리는 극우세력을 경고하며 “우리에게 온 모든 사람들을 인간적이면서도 위엄하게 대하는 게 독일의 이미지여야 합니다.”라고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강조했다. 결국 그녀는 정치적 악조건에서도 불구하고 시리아 망명자를 모두 독일에 수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원칙을 정함에 있어서 리더 한 사람의 사리사욕과 정치적 의도를 충족시키는 방향이라면 원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없다. 원칙의 방향은 나보다는 우리, 우리보다는 국민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차원이어야 한다.
한때 최악의 항공사였던 컨티넨탈 에어라인의 CEO인 고든 베슨은 이러한 상징적 행위들 중 한 사례를 말해주고 있다. 1990년대 초, 컨티넨탈은 10대 항공사 중에서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항공사는 보딩 패스에 사용할 연필 색깔에서부터 휴가 신청서 양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정해놓은 관료주의적 규정들에 의해 질식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들이 그 항공사 종업원들의 손발을 묶어놓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규정 위반 시에는 처벌까지 받도록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항공사의 규정에 의하면 비행편이 취소될 경우, 정액 요금을 낸 승객에게는 호텔 객실을 제공하고, 할인 요금을 낸 승객에게는 식권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처럼 경직된 의사 결정은 당연히 컨티넨탈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화가 난 승객들은 탑승 수속 직원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실제로 탑승 수속 직원들은 위험 근무 수당을 받았다.
회사의 규정은 이처럼 경직된 시스템의 상징이었다. 변화의 필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베슨은 한 무리의 종업원들을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규정집을 45갤론 짜리 드럼통에 던져 넣고 가솔린을 부은 뒤 불을 질러 버렸다. 그리고 그는 다음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규정집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 당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회사에도 이익이 되고 고객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라.”
원칙이 있는 조직은 불황일수록, 위기가 닥칠수록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원칙이 있는 조직은 모든 구성원이 명확하게 인지되었기 때문에 리더가 없어도 분명하게 의사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의 원칙은 무엇인가?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사실 강진에도 포스코가 피해가 없었던 배경에는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의 ‘안전 공사’라는 ‘원칙’ 덕분이다. 1977년 포항제철 발전 송풍 설비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박 전 회장은 건설 회사 소장들을 불러다 놓고 이미 80%가량 완료된 설비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켰다. “부실 공사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평소 박 전 회장의 원칙이 있었기에 이번 지진 때 선반의 컵 하나 안 떨어질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을 ‘집단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리더 스스로 지켜야 할 정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Leadership에서 Leader는 ‘이끄는 사람’을, ship은 ‘행동양식’을 뜻한다. 구성원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방향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리더 스스로 원칙이나 기준과 같은 행동규범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태준 전 회장과 같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으면 보다 의사결정이 명료하고 구성원이 리더를 대하는 신뢰수준도 높아진다.
한 번 정한 원칙과 기준은 예외가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손무(孫武)는 20년 동안 병법(兵法)을 탐구하며 산간벽지에 숨어 손자병법을 저술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오왕(吳王) 협려(闔廬)가 궁녀들을 상대로 자기 병법을 실용성을 소개하는 기록이 있다. 당시 손무는 오왕에게 불려갔는데 오왕이 시험하려고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 전투 훈련을 시키게 했다. 손무는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 모아 놓고 이들을 두 편으로 나눈 다음 오왕이 총해하는 두 명을 각 편의 대장으로 삼았다. 손무는 군령이 불분명하고 호령이 숙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잘못이나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었음에도 따르지 않는 것은 직속 지휘관인 대장의 잘못이라고 하면서 좌우의 두 대장 궁녀의 목을 배려한다. 이 때 오왕은 자신이 아끼는 희첩들이니 죽이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손무는 “저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전쟁터에 있으면 임금의 명령이라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오왕이 아끼는 두 희첩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처럼 한 번 정한 원칙은 당장 손해 보더라도 예외없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영구불변의 철학이어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4선 연임에 성공한 이유도 예외 없는 원칙의 실천이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늘어나는 난민 수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빠져 있을 때 메르켈 총리는 극우세력을 경고하며 “우리에게 온 모든 사람들을 인간적이면서도 위엄하게 대하는 게 독일의 이미지여야 합니다.”라고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강조했다. 결국 그녀는 정치적 악조건에서도 불구하고 시리아 망명자를 모두 독일에 수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원칙을 정함에 있어서 리더 한 사람의 사리사욕과 정치적 의도를 충족시키는 방향이라면 원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없다. 원칙의 방향은 나보다는 우리, 우리보다는 국민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차원이어야 한다.
한때 최악의 항공사였던 컨티넨탈 에어라인의 CEO인 고든 베슨은 이러한 상징적 행위들 중 한 사례를 말해주고 있다. 1990년대 초, 컨티넨탈은 10대 항공사 중에서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항공사는 보딩 패스에 사용할 연필 색깔에서부터 휴가 신청서 양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정해놓은 관료주의적 규정들에 의해 질식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들이 그 항공사 종업원들의 손발을 묶어놓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규정 위반 시에는 처벌까지 받도록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항공사의 규정에 의하면 비행편이 취소될 경우, 정액 요금을 낸 승객에게는 호텔 객실을 제공하고, 할인 요금을 낸 승객에게는 식권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처럼 경직된 의사 결정은 당연히 컨티넨탈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화가 난 승객들은 탑승 수속 직원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실제로 탑승 수속 직원들은 위험 근무 수당을 받았다.
회사의 규정은 이처럼 경직된 시스템의 상징이었다. 변화의 필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베슨은 한 무리의 종업원들을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규정집을 45갤론 짜리 드럼통에 던져 넣고 가솔린을 부은 뒤 불을 질러 버렸다. 그리고 그는 다음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규정집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 당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회사에도 이익이 되고 고객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라.”
원칙이 있는 조직은 불황일수록, 위기가 닥칠수록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원칙이 있는 조직은 모든 구성원이 명확하게 인지되었기 때문에 리더가 없어도 분명하게 의사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의 원칙은 무엇인가?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