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룰루레몬코리아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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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s are more important than money’
캐나다의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의 청담플래그십스토어의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다. 룰루레몬은 북미시장에서는 애슬레저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들이 아시아 최초로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달하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가 ‘친구가 돈보다 중요하다’였다. 리테일 매장의 첫 번째 메시지의 주어는 customer가 아닌 friends다. 고객이 아니라,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면, 왜 주어는 customer가 아닌 friends를 이야기하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운동복 차림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지나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1층 매장을 가볍게 둘러보다가, 남성의류가 모여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룰루레몬의 직원이 엄청나게 반가운 목소리를 내며 인사를 했다.
“어……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뒤를 돌아보니, 내가 아닌 오랜만에 들른 단골고객에게 하는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제 남자친구에요.”
매장 직원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며, 서로 인사를 한다. 흔치 않은 풍경에 힐끔힐끔 구경하게 된다. 잠시 후에 한 무리의 여자 손님들이 올라온다. 모두 운동복 차림이다. 인사 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세일한다고 하길래, 얼른 들렸어요.”
직원과 고객 모두가 운동복을 입고, 서로 반가워한다. 의류매장이라기 보다는, 지역 운동 동호회 같다. 청담점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도 이런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관계는 동호회 리더와 회원, 혹은 아주 친밀한 운동코치와 회원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룰루레몬은 접점 직원을 에듀케이터(Educator), 고객을 손님(guest)라고 부른다. 단순히 판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품과 운동, 룰루레몬의 철학, 그리고 일상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주는 에듀케이터다. 고객 역시 구매를 전제로 한 Customer이 아니라 우리 집에 놀러온 기분이 드는 Guest다. 스타벅스가 직원을 파트너, 고객을 버디라고 부르는 것에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는 것처럼, 룰루레몬이 직원을 에듀케이터, 고객을 손님으로 부르는 것에도 철학이 담겨 있다. 크레딧스위스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버스는 과거 소매 업계의 모델이 ‘여기 와서 우리 제품을 사면 멋있어진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면, 룰루레몬은 ’당신은 아주 멋집니다. 우리는 당신이 최고의 모습이 되도록 도울 파트너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룰루레몬은 노골적인 판매보다는 의미 있는 삶의 변화에 더 관심을 갖는 셈이다.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룰루레몬의 ‘커뮤니티클래스’이다.
룰루레몬코리아의 커뮤니티클래스는 공식블로그와 각종 SNS에 공지되어 있다. 룰루레몬코리아 본사가 아닌, 스토어 별로 기획하고 안내한다. 요가와 관련된 클래스가 쉽게 눈에 띈다. 요가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러닝클래스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평범해 보이는 러닝클래스에서도 룰루레몬의 색깔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러닝클래스는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한다. 에듀케이터들은 참석자들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자기 소개와 간단한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벼운 준비 운동 후에 속보로 이동하여, 러닝을 시작한다. 러닝 속도는 매우 느리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 어떤 러닝클럽보다 느리다. 룰루레몬은 승리나 경쟁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일상의 변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변화가 경쟁을 한다. 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일단 빠르게 걷기만 해도 어제의 나보다는 나은 셈이다. 그러기에 러닝에 참여하는 에듀케이터들은 항상 신신당부한다. 무리해서 빨리 달리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즐기라고 말한다.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게스트들은 에듀케이터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약 5km를 뛰고 난 후에는 커뮤니티룸으로 돌아온다. 한 시간 가량 요가로 몸을 푼 후에는, 간단한 스낵과 맥주로 뒤풀이가 이어진다.
러닝클래스 후에 에듀케이터와 게스트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누가 에듀케이터고 누가 게스트인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그저 운동을 함께 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에듀케이터들은 이 자리에서 게스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오늘 너무 힘이 들지는 않았는지, 게스트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코스는 적절 했는지 등을 묻는다. 어느 에듀케이터는 자신의 비전과 올해 목표를 이야기하며, 현재 어디까지 진행 됐는지 이야기한다. 제품을 이야기하지 않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랜드의 비전을 말하지 않고, 나의 비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룰루레몬이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은 개별적이다. 에듀케이터의 삶과 게스트의 삶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연결을 통해 룰루레몬의 가치를 ‘확산’시킨다. 강요하지 않고, 권유한다. 설득하지 않고, 그저 관심을 갖는다. 룰루레몬은 ‘평범한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비전은 에듀케이터를 통해 게스트들의 삶에 흘러 들어가, 공유된다. 아마도, 에듀케이터를 통해 룰루레몬과 관계를 맺는 게스트들은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비전에 대해 좀더 공감하고 확신할 것이다. 그리고,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단순한 컨셉이나 광고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믿게 된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現)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前)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
캐나다의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의 청담플래그십스토어의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다. 룰루레몬은 북미시장에서는 애슬레저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들이 아시아 최초로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달하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가 ‘친구가 돈보다 중요하다’였다. 리테일 매장의 첫 번째 메시지의 주어는 customer가 아닌 friends다. 고객이 아니라,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면, 왜 주어는 customer가 아닌 friends를 이야기하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운동복 차림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지나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1층 매장을 가볍게 둘러보다가, 남성의류가 모여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룰루레몬의 직원이 엄청나게 반가운 목소리를 내며 인사를 했다.
“어……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뒤를 돌아보니, 내가 아닌 오랜만에 들른 단골고객에게 하는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제 남자친구에요.”
매장 직원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며, 서로 인사를 한다. 흔치 않은 풍경에 힐끔힐끔 구경하게 된다. 잠시 후에 한 무리의 여자 손님들이 올라온다. 모두 운동복 차림이다. 인사 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세일한다고 하길래, 얼른 들렸어요.”
직원과 고객 모두가 운동복을 입고, 서로 반가워한다. 의류매장이라기 보다는, 지역 운동 동호회 같다. 청담점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도 이런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관계는 동호회 리더와 회원, 혹은 아주 친밀한 운동코치와 회원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룰루레몬은 접점 직원을 에듀케이터(Educator), 고객을 손님(guest)라고 부른다. 단순히 판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품과 운동, 룰루레몬의 철학, 그리고 일상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주는 에듀케이터다. 고객 역시 구매를 전제로 한 Customer이 아니라 우리 집에 놀러온 기분이 드는 Guest다. 스타벅스가 직원을 파트너, 고객을 버디라고 부르는 것에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는 것처럼, 룰루레몬이 직원을 에듀케이터, 고객을 손님으로 부르는 것에도 철학이 담겨 있다. 크레딧스위스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버스는 과거 소매 업계의 모델이 ‘여기 와서 우리 제품을 사면 멋있어진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면, 룰루레몬은 ’당신은 아주 멋집니다. 우리는 당신이 최고의 모습이 되도록 도울 파트너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룰루레몬은 노골적인 판매보다는 의미 있는 삶의 변화에 더 관심을 갖는 셈이다.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룰루레몬의 ‘커뮤니티클래스’이다.
룰루레몬코리아의 커뮤니티클래스는 공식블로그와 각종 SNS에 공지되어 있다. 룰루레몬코리아 본사가 아닌, 스토어 별로 기획하고 안내한다. 요가와 관련된 클래스가 쉽게 눈에 띈다. 요가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러닝클래스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평범해 보이는 러닝클래스에서도 룰루레몬의 색깔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giddk0709/220830362297)
러닝클래스는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한다. 에듀케이터들은 참석자들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자기 소개와 간단한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벼운 준비 운동 후에 속보로 이동하여, 러닝을 시작한다. 러닝 속도는 매우 느리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 어떤 러닝클럽보다 느리다. 룰루레몬은 승리나 경쟁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일상의 변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변화가 경쟁을 한다. 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일단 빠르게 걷기만 해도 어제의 나보다는 나은 셈이다. 그러기에 러닝에 참여하는 에듀케이터들은 항상 신신당부한다. 무리해서 빨리 달리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즐기라고 말한다.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게스트들은 에듀케이터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약 5km를 뛰고 난 후에는 커뮤니티룸으로 돌아온다. 한 시간 가량 요가로 몸을 푼 후에는, 간단한 스낵과 맥주로 뒤풀이가 이어진다.
러닝클래스 후에 에듀케이터와 게스트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누가 에듀케이터고 누가 게스트인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그저 운동을 함께 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에듀케이터들은 이 자리에서 게스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오늘 너무 힘이 들지는 않았는지, 게스트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코스는 적절 했는지 등을 묻는다. 어느 에듀케이터는 자신의 비전과 올해 목표를 이야기하며, 현재 어디까지 진행 됐는지 이야기한다. 제품을 이야기하지 않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랜드의 비전을 말하지 않고, 나의 비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룰루레몬이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은 개별적이다. 에듀케이터의 삶과 게스트의 삶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연결을 통해 룰루레몬의 가치를 ‘확산’시킨다. 강요하지 않고, 권유한다. 설득하지 않고, 그저 관심을 갖는다. 룰루레몬은 ‘평범한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비전은 에듀케이터를 통해 게스트들의 삶에 흘러 들어가, 공유된다. 아마도, 에듀케이터를 통해 룰루레몬과 관계를 맺는 게스트들은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비전에 대해 좀더 공감하고 확신할 것이다. 그리고,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단순한 컨셉이나 광고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믿게 된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現)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前)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