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망양(多岐亡羊). 갈랫길(岐)이 많아 양을 잃었다는 뜻이다. 배움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리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가르침이 다양해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헷갈린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출처는 ≪열자≫로, 중국 전국시대 극단적 개인주의를 주창한 사상가 양자와 관련된다. 동시대를 산 묵자와 양자는 생각이 극으로 갈렸다. 묵자는 만물을 두루 사랑하라는 겸애(兼愛)를 설파했고, 양자는 나라에 이익이 된다 해도 머리카락 한 올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
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이웃집 사람은 물론 양자네 하인들까지 양을 찾아 나섰다. 양 한 마리에 너무 요란스럽다 싶어 양자가 물었다. “양 한 마리 찾는데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서느냐?” 하인이 답했다. “양이 달아난 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지만 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양은 찾았느냐?” 양자가 물었다. “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그냥 되돌아왔습니다.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하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인의 말을 들은 양자는 얼굴빛이 어둬졌다. 그후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여러 날이 지나도 스승의 얼굴에 수심이 가시지 않자 제자 맹손양(孟孫陽)이 선배 심도자(心都子)를 찾아가 저간의 연유를 말하고 그 까닭을 물었다. 심도자가 양자의 속뜻을 짚어줬다.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고(多岐亡羊), 학자는 여러 갈래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네. 원래 학문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이 이리 갈라지고 말았네. 선생께서는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
갈래가 많으면 양을 잃는다. 생각이 과해도, 욕심이 과해도 길을 잃는다. 복잡하면 꼬이고, 꼬이면 헤맨다. 누구도 두 길을 동시에 걷지는 못한다. 때로는 생각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계문자가 세 번 생각한 뒤에야 행동한다는 얘기를 듣고 공자가 말했다. “두 번이면 된다.” 복잡한 세상에선 좀 단순하게 사는 것도 지혜다. 단순의 출발은 ‘버림’이다. 잡다한 물건, 잡다한 생각을 버려야 삶이 심플해진다. 너절하게 펼치지만 말고 가치 있는 일에 마음을 쏟자. 어차피 다는 갈 수 있는 게 인생의 길이다. 갈랫길을 헤매다 길을 잃는 양이 되지 말자.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