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0년이었다. 뉴욕에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 보러 갈래?”라고. 유럽출신 친구는 내게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의 파티에도 갈 수 있다며, 진지하게 나를 부추겼으나 나는 뉴욕을 지켰다. 지금의 평창이 그렇지만, 그 때의 벤쿠버 역시 호텔 숙박비용이 평소보다 몇 배는 비쌌고,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몇몇의 유럽친구들은 벤쿠버로 향했고, 나는 뉴욕의 스포츠바에서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작품같은 ‘본드걸’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바 안에서 내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묻던 사람들은, South Korea라고 하자 Yuna Kim이랑 같은 나라라며, 매우 뿌듯하겠다고 하며 건배를 제안하기도 했다.

어느 덧 8년의 시간이 흘러,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드디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0℃ 이하의 일수가 110일이나 되며, 평균 250cm의 국내 최대 적설량을 가지고 있는 평창. 2018년에 일어나는 이 행사를 위해 2010 그리고 2014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도 참여하여 두 번의 쓰라린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삼수에 도전하여 2011년 7월 6일,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앙시라는 두 도시를 제치고 한국의 평창이 개최지로 선택했다.

왜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전세계 도시들이 노력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올림픽이 일어나는 기간 동안 해당 도시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도시 이름 인지도를 한 번에 올릴 수 있다. 캐나다의 벤쿠버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도시 이외에 일본 나가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이탈리아 토리노, 러시아의 소치라는 도시는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서 경기 중계방송이 전파를 타지 않았다면,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도시로 묻혔을 곳들일 수 있다. 미국의 방송사 NBC에 따르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프라임 타임때 평균적으로 약 2,140만 시청자가 중계 방송을 보았다고 밝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에 따르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러시아 SNS인 vKontakte와 같은 디지털 채널에서 2억건 이상, 개인 선수와 팀들에 의해 9만건의 업데이트가 있었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TV와 인터넷 매체 노출 이외에도 제고로 인한 기업 이미지 동반상승효과, 고용 창출, 경기 관람을 위한 외국 관광객 증가와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도시 이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올림픽, 이만큼 좋은 기회는 없어 보인다.

‘빚’이 아닌 ‘빛’이 되기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www.olympic.org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계 올림픽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결과는 존재한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의 경우, 550억 달러(한화 약 59조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처음 입찰시 예상 지출 비용 120억 달러의 약 4.5배가 소요되었다. 행사당 비용에 있어서는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기록되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재정의 96.5%가 공공 부담으로, 올림픽 기록사상 공공 부담이 가장 높은 올림픽으로도 기록된다.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경기장을 비롯하여, 거대한 기반 시설에 대한 정확한 사용계획도 없다. 시설 운영, 유지 등을 위해 세금 약12억달러(한화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치 동계 올림픽은 러시아 국가 이미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전세계 학자들의 의견이다. 동계 올림픽만의 문제는 아니다. 월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2 런던 올림픽은 약 35억달러(한화 약 3.8조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약 180억달러(한화 약 19조원)를 지출하고서 말이다. 약 140억 달러(한화 약 15조원)에 달하는 재정 손실이 발생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가시적인 효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발생할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인 효과는 배제되어있으니 무조건적으로 손해보는 행사였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올림픽은 해당 대회가 개최되는 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 한국 언론만이 아닌 미국 CNN도 잊을 수 없는 15대 사건으로 선정했던 김연아가 아닌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이 갔던 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방에 있는 인구 약 34만명의 도시, 소치. 인구 수로는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주시와 규모가 비슷하고, 2018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보다는 약 8배나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라는 것은 모르더라도, 2014년 동계올림픽을 시청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소치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우주의 별처럼 많은 지구상의 도시들 중에서 러시아라는 나라에 가본 적 없는 대한민국 서울의 한 여성이 소치라는 도시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것이 브랜드로 기억나고,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것이 그 동안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이 간과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지금까지 도시의 이름을 알린 것이지, 그들 도시를 브랜드로 알리는 것에 성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었을 뿐, 그 누구도 그 곳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휴가때 여행가고 싶을 생각을 할까? 그저 9시 뉴스에서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만 기억하는 어느 행사지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았다고 해서, 소치에 가서 스키를 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10월에 올려진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전세계 최고 스키 타운(The World’s Best Ski Towns)이라는 기사에 실린 25개의 마을 중 러시아의 마을은 한 곳도 없다. 올림픽이 끝난 지 4년이 지나가는 시점의 소치, 처음의 계획된 비용보다 늘어난 지출은 물론 시설물 유지 관리비까지 감당해야하는 소치 시민들에게 올림픽이 끝난 후의 경제적 소득 창출은 어디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빚’이 아닌 ‘빛’이 되기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 @www.olympic.org


이제 곧 있으면 현실이 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러시아의 소치와는 다른 결과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한 국내 언론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은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의 후원금과 기부 금액이 1조 92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다른 곳에 사용될 수도 있는 재원이 평창 올림픽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평창이 소치와 다른 도시들의 적자 올림픽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까?

1972년 아시아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삿포로는 기존에 지어진 경기장을 활용하여 2017 동계 아시안 게임을 치루었다. 새로 건물을 짓는데 돈을 들이지 않고, 동계 올림픽 개최지의 역사계승을 내세워 2026 동계 올림픽 유치에도 도전한다. 경기장을 처음부터 제대로 잘 짓는 것은 당연한 말이고, 사후 관리와 유지계획의 중요성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평창 올림픽을 평창이라는 도시 이름이 붙은 동계 올림픽으로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할 것이 아니라 동계 올림픽도 개최한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도시로 브랜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략을 가지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한 평창을 매력적으로 브랜딩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핵심적인 특징을 마케팅 목표를 설정하여 커뮤니케이션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되기를 바란다. 빠른 인터넷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동계올림픽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조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에 재구매는 일어나지 않으며, 구매자들의 불평과 불만으로 새롭게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도 적어질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평창을 찾을 각 국의 선수와 관계자들, 언론인들이 2월 9일부터 25일까지의 평창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완성될 지는 경기 운영 방식은 물론 숙소, 식당같은 인프라 그리고 그 인프라 스트럭쳐를 관리하고 운영해나가는 운영진은 물론 평창의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수많은 요소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제 행사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결과 보고서 작성, 전문가들에 의한 행사 계획 및 운영에 대한 인사이트로 다음 국제 행사 개최 및 유치시 참고할 가이드라인 제작과 같은 후속 조치작업들도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똑같은 실수, 예산 낭비가 번복되지 않을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현재 올림픽 관람 티켓보다는 평창 패딩, 평창 스니커즈와 같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머천다이징 상품의 인기가 뜨겁다. 가성비 좋은 품질과 디자인이 평창 동계 올림픽과 만나 완성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구매할 이유와 매력을 찾는다면 사람들은 구매한다. 여행의 도착지가 될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발견되는 도시라면 사람들은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남북한의 긴장은 물론 우울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빚’잔치가 아닌 진정한 ‘빛’잔치가 되기를 뜨겁게 열망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날 때 즈음, 뉴욕의 친구들이 “평창에 가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것을 상상해보며 글을 마친다.

오하니(Hani Oh)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향수 프로듀서
현) 한국법제정책연구회 도시정책컨설팅센터장
현) 한국향문화연구소 대표
현) 뷰티, 패션, F&B, 도시 등 다수의 브랜딩 및 컨설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 인큐 브랜드 이사
< 여우야, 뉴욕가자> 저자
뉴욕 패션스쿨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 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 전공
뉴욕 F.I.T. 이미지 컨설팅 수료
프랑스 파리 퍼퓨머리 향수 제작 워크샵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