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서비스를 만나다(7) – 러쉬코리아, 체화된 가치는 매뉴얼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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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명동, 두 명의 젊은이가 러쉬 매장 앞에서 거품을 만들고 있다. 거품의 상쾌한 향과 어울리는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안녕하세요 신선한 러쉬입니다”
명동에 있는 많은 화장품 회사의 직원들이 ‘두 개에 만원’ 혹은 ‘오늘까지 세일’을 외치고 있을 때, 러쉬는 ‘신선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직원들 너머로 보이는 ‘Lush Fresh Handmade Cosmetics’라는 문구와 잘 어울린다. 매장 앞의 직원들의 표정은 친절해보이기보다는 즐거워보인다. 그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생겨,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경쾌하게 인사한다. 포장되지 않은 러쉬의 제품들이 화려한 색깔과 향을 발산하고 있다. 몇 몇 제품은 레스토랑에 거대한 치즈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도마 위에 놓여 있다. 원하는 만큼 잘라드린다는 안내도 보인다. 이렇게 파는 이유가 정말 궁금해 져서 직원에게 묻는다.
“저…. 죄송한데 왜 포장을 안하고 파는 거죠?”
코에 피어싱을 한 직원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연다. 피어싱은 코뿐만 아니라 혀에도 있었다. 강렬한 색과 향을 풍기는 브랜드에 어울렸다.
“포장이란 건 결국 쓰레기거든요. 불필요한 포장을 해서, 쓰레기를 만드는 건 환경 오염일 뿐이에요. 저희 러쉬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까지 생각하거든요.”
글로 읽는다면 너무 진부하고 뻔한 대답이다. 환경단체의 말이라면 이해하지만, 화장품 업체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마케팅적으로 느껴진다. 그저 마케팅을 위한 ‘컨셉’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직원의 말에 진실함을 불어 넣는 것은 생기 있는 직원의 표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다.
발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는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방문해본다. 앞선 매장처럼 밝은 표정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한 명의 남자 직원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그냥 보러 왔어요.”
“아…그럼 편하게 보다 가세요. 2층도 있으니까 한 번 올라가보세요.”
“근데, 여긴 왜 이렇게 포장이 다 안되어 있죠?”
“이거 환경을 생각해서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는 거에요. 저희 러쉬는 자연에서 나오는 친환경 재료로 제품을 만드는데, 그러면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쓰레기도 만들지 않아요.”
앞서 방문한 매장의 직원과 다른 문장을 말하고 있지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러쉬의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왜 포장이 되어 있지 않냐?’라는 질문을 하면 모두가 비슷한 대답을 한다. 러쉬의 친환경 정책, 더 나아가 동물실험 반대까지 말하는 직원들이 있다. 똑같은 대답은 하나도 없다. 러쉬 직원들의 응대는 브랜드 가치에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다. 신선함과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담은 제품을, 그에 맞게 디스플레이 한다. 그리고 직원들과 고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브랜드가치를 향해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다.
“실은 몸에 바르는 로션을 사러 왔어요.”
“아~ 보디 로션이요? 여기 좋은 제품이 있어요.”
“채러티 팟이라고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이에요,이 제품은 SLush(Sustainable Lush) 펀드로 후원된 농가에서 만든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SLush 펀드는 원재료 구입과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의 2%를 기금으로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이 돈으로 황무지를 구입해서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만들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어요. 또, 러쉬가 후원하는 판매금액은 저희가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고 있어요. 이 건 부산에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라고 위안부 역사 교육 및 자료를 보존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고 있어요.“
외워서 말을 했다면, 상당히 숨이 차는 속도로 이야기했을 내용이다. 일방향의 응대가 아닌 손님과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말을 한다. 나는 단지 비누를 사러 갔을 뿐이지만, 직원의 설명을 통해, 내가 사는 비누의 의미와 이야기를 알게 된다. 평소에 기부를 해야지라는 마음만 있고, 실천하지 못했던 나는 이 비누를 사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탐스에서 신발을 한 개 산다면,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제 3세계어린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 것처럼, 러쉬에서의 소비는 환경을 보호하고, 가치를 실현하게 돕는다. 제품과 서비스가 단순한 매출액 증가, 고객만족을 넘어 가치를 실현한다는 관점에서 필립 코틀러가 이야기한 마켓 3.0에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마켓 1.0 시대는 제품 중심의 시대였다. 효율적인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한 헨리포드는 제품 중심인 마켓 1.0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다면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 일화는 헨리 포드의 통찰력을 알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하지만, 그가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해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마켓 2.0 시대는 생산능력의 증대와 함께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래된다. 다양한 상품을 쉽게 비교해서 선택하게 된다. 선택의 주도권은 기업이 아닌 고개들에게 넘어갔다. 고객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자, 기업들의 노력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택을 받기 위해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고민하게 된다. 마켓 2.0 시대의 경쟁은 고객을 왕으로 만든다.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에서는 고객이 아닌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이나 정서적 만족을 넘어서 좀더 큰 미션과 가치, 비전을 통해 이세상에 공헌하는 기업이 마켓3.0을 리드할 것으로 보았다.
마켓 2.0 기업에게 서비스는 고객만족이 도구이지만, 마켓 3.0에서 서비스는 가치를 연결하는 도구가 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서비스로 연결이 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자각하지 못했을 때, 브랜드는 마케팅과 서비스, 특히 접점 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 줄 수 있다. 러쉬에서 뉴 채러티팟을 구매한다면 서비스가 어떻게 고객의 가치와 브랜드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지 알수 있다. 뉴 채러티팟은 원료부터 가치를 실현한 SLush 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생산된 재료 역시 자연 친화적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뉴 채러티팟의 판매 수익금은 위안부 역사 교육 및 자료보존을 위해 힘쓰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과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에 기부가 된다. 뉴 채러티팟을 구매하는 것은 제 3세계 농부들을 지원하며, 가치를 위해 힘쓰는 단체에 기부도 하게 된다. 또한, 모든 과정이 오염물질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그만큼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소비를 통한 가치실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러쉬에서 제품 용기는 블랙 팟(Black Pot)로 부른다. 이 용기들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 블랙팟을 5개 모아서 가져올 경우에는 ‘프레쉬 마스크’로 교환해 주는 캠페인을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블랙팟을 성실히 모아서 가져갈 경우에는 환경보호에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셈이다. 러쉬의 제품을 사는 것은, 제품의 기능적인 경험 외에 러쉬의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활동을 하게 만든다. 나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상상해보자. 러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러쉬 직원들의 서비스가 계산 및 포장 업무에 국한된다 러쉬가 지향하는 가치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굳이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부지런한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러쉬의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접하기 힘들다. 정보 없이 제품만 구매한 사람들은 러쉬 제품의 향과 매장의 인테리어만 기억하기 쉽다. 러쉬 제품의 효과도 직원들의 설명을 들었을 때와 듣지 못했을 때에는 체감하는 차이가 크다. 제품에 대한 사용법과 효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러쉬 제품에 든 성분으로 인해 피부가 촉촉해진 것인지, 최근에 구매한 9,800원짜리 미니 가습기를 책상 위에 틀어놔서 촉촉해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접점에서 러쉬 직원들의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향기로운 비누를 내 몸과 지구를 위한 노력으로 만들고, 보디로션을 위안부 할머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동참하는 활동에 함께하게 한다.
서비스가 없다면 고객들은 러쉬의 why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러쉬의 what과 how만 느낀 채로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접점 직원들의 확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 제품에 담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표정에서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가치가 생명을 얻는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의 프레즌스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185명의 동영상 분석결과가 나와있다. 투자금 유치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은 개인의 경력이나 연설내용이 아니었다. 투자 유치자들의 자신감과 열정이 가장 많이 표출된 사람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스토리의 생명력과 진실성은 ‘언어’가 아닌 ‘비언어’에서 나온다. 말이 아닌 몸에서 나온 에너지가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러쉬 제품에 담긴 스토리는 직원들의 공감 에너지를 토해서 생명력을 얻는다. 고객들은 제품 설명이 아닌 접점 직원들을 통해서 차별화된 가치와 스토리를 경험한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전) 멀티캠퍼스 집합교육그룹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안녕하세요 신선한 러쉬입니다”
명동에 있는 많은 화장품 회사의 직원들이 ‘두 개에 만원’ 혹은 ‘오늘까지 세일’을 외치고 있을 때, 러쉬는 ‘신선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직원들 너머로 보이는 ‘Lush Fresh Handmade Cosmetics’라는 문구와 잘 어울린다. 매장 앞의 직원들의 표정은 친절해보이기보다는 즐거워보인다. 그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생겨,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경쾌하게 인사한다. 포장되지 않은 러쉬의 제품들이 화려한 색깔과 향을 발산하고 있다. 몇 몇 제품은 레스토랑에 거대한 치즈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도마 위에 놓여 있다. 원하는 만큼 잘라드린다는 안내도 보인다. 이렇게 파는 이유가 정말 궁금해 져서 직원에게 묻는다.
“저…. 죄송한데 왜 포장을 안하고 파는 거죠?”
코에 피어싱을 한 직원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연다. 피어싱은 코뿐만 아니라 혀에도 있었다. 강렬한 색과 향을 풍기는 브랜드에 어울렸다.
“포장이란 건 결국 쓰레기거든요. 불필요한 포장을 해서, 쓰레기를 만드는 건 환경 오염일 뿐이에요. 저희 러쉬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까지 생각하거든요.”
글로 읽는다면 너무 진부하고 뻔한 대답이다. 환경단체의 말이라면 이해하지만, 화장품 업체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마케팅적으로 느껴진다. 그저 마케팅을 위한 ‘컨셉’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직원의 말에 진실함을 불어 넣는 것은 생기 있는 직원의 표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다.
발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는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방문해본다. 앞선 매장처럼 밝은 표정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한 명의 남자 직원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그냥 보러 왔어요.”
“아…그럼 편하게 보다 가세요. 2층도 있으니까 한 번 올라가보세요.”
“근데, 여긴 왜 이렇게 포장이 다 안되어 있죠?”
“이거 환경을 생각해서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는 거에요. 저희 러쉬는 자연에서 나오는 친환경 재료로 제품을 만드는데, 그러면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쓰레기도 만들지 않아요.”
앞서 방문한 매장의 직원과 다른 문장을 말하고 있지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러쉬의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왜 포장이 되어 있지 않냐?’라는 질문을 하면 모두가 비슷한 대답을 한다. 러쉬의 친환경 정책, 더 나아가 동물실험 반대까지 말하는 직원들이 있다. 똑같은 대답은 하나도 없다. 러쉬 직원들의 응대는 브랜드 가치에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다. 신선함과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담은 제품을, 그에 맞게 디스플레이 한다. 그리고 직원들과 고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브랜드가치를 향해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다.
“실은 몸에 바르는 로션을 사러 왔어요.”
“아~ 보디 로션이요? 여기 좋은 제품이 있어요.”
“채러티 팟이라고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이에요,이 제품은 SLush(Sustainable Lush) 펀드로 후원된 농가에서 만든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SLush 펀드는 원재료 구입과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의 2%를 기금으로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이 돈으로 황무지를 구입해서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만들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어요. 또, 러쉬가 후원하는 판매금액은 저희가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고 있어요. 이 건 부산에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라고 위안부 역사 교육 및 자료를 보존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고 있어요.“
외워서 말을 했다면, 상당히 숨이 차는 속도로 이야기했을 내용이다. 일방향의 응대가 아닌 손님과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말을 한다. 나는 단지 비누를 사러 갔을 뿐이지만, 직원의 설명을 통해, 내가 사는 비누의 의미와 이야기를 알게 된다. 평소에 기부를 해야지라는 마음만 있고, 실천하지 못했던 나는 이 비누를 사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탐스에서 신발을 한 개 산다면,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제 3세계어린이들을 후원할 수 있는 것처럼, 러쉬에서의 소비는 환경을 보호하고, 가치를 실현하게 돕는다. 제품과 서비스가 단순한 매출액 증가, 고객만족을 넘어 가치를 실현한다는 관점에서 필립 코틀러가 이야기한 마켓 3.0에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마켓 1.0 시대는 제품 중심의 시대였다. 효율적인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한 헨리포드는 제품 중심인 마켓 1.0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다면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 일화는 헨리 포드의 통찰력을 알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하지만, 그가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해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마켓 2.0 시대는 생산능력의 증대와 함께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래된다. 다양한 상품을 쉽게 비교해서 선택하게 된다. 선택의 주도권은 기업이 아닌 고개들에게 넘어갔다. 고객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자, 기업들의 노력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택을 받기 위해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고민하게 된다. 마켓 2.0 시대의 경쟁은 고객을 왕으로 만든다.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에서는 고객이 아닌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이나 정서적 만족을 넘어서 좀더 큰 미션과 가치, 비전을 통해 이세상에 공헌하는 기업이 마켓3.0을 리드할 것으로 보았다.
마켓 2.0 기업에게 서비스는 고객만족이 도구이지만, 마켓 3.0에서 서비스는 가치를 연결하는 도구가 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서비스로 연결이 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자각하지 못했을 때, 브랜드는 마케팅과 서비스, 특히 접점 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 줄 수 있다. 러쉬에서 뉴 채러티팟을 구매한다면 서비스가 어떻게 고객의 가치와 브랜드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지 알수 있다. 뉴 채러티팟은 원료부터 가치를 실현한 SLush 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생산된 재료 역시 자연 친화적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뉴 채러티팟의 판매 수익금은 위안부 역사 교육 및 자료보존을 위해 힘쓰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과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에 기부가 된다. 뉴 채러티팟을 구매하는 것은 제 3세계 농부들을 지원하며, 가치를 위해 힘쓰는 단체에 기부도 하게 된다. 또한, 모든 과정이 오염물질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그만큼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소비를 통한 가치실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러쉬에서 제품 용기는 블랙 팟(Black Pot)로 부른다. 이 용기들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 블랙팟을 5개 모아서 가져올 경우에는 ‘프레쉬 마스크’로 교환해 주는 캠페인을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블랙팟을 성실히 모아서 가져갈 경우에는 환경보호에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셈이다. 러쉬의 제품을 사는 것은, 제품의 기능적인 경험 외에 러쉬의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활동을 하게 만든다. 나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상상해보자. 러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러쉬 직원들의 서비스가 계산 및 포장 업무에 국한된다 러쉬가 지향하는 가치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굳이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부지런한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러쉬의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접하기 힘들다. 정보 없이 제품만 구매한 사람들은 러쉬 제품의 향과 매장의 인테리어만 기억하기 쉽다. 러쉬 제품의 효과도 직원들의 설명을 들었을 때와 듣지 못했을 때에는 체감하는 차이가 크다. 제품에 대한 사용법과 효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러쉬 제품에 든 성분으로 인해 피부가 촉촉해진 것인지, 최근에 구매한 9,800원짜리 미니 가습기를 책상 위에 틀어놔서 촉촉해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접점에서 러쉬 직원들의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향기로운 비누를 내 몸과 지구를 위한 노력으로 만들고, 보디로션을 위안부 할머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동참하는 활동에 함께하게 한다.
서비스가 없다면 고객들은 러쉬의 why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러쉬의 what과 how만 느낀 채로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접점 직원들의 확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 제품에 담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표정에서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가치가 생명을 얻는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의 프레즌스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185명의 동영상 분석결과가 나와있다. 투자금 유치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은 개인의 경력이나 연설내용이 아니었다. 투자 유치자들의 자신감과 열정이 가장 많이 표출된 사람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스토리의 생명력과 진실성은 ‘언어’가 아닌 ‘비언어’에서 나온다. 말이 아닌 몸에서 나온 에너지가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러쉬 제품에 담긴 스토리는 직원들의 공감 에너지를 토해서 생명력을 얻는다. 고객들은 제품 설명이 아닌 접점 직원들을 통해서 차별화된 가치와 스토리를 경험한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전) 멀티캠퍼스 집합교육그룹
삼성생명 고객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