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보다 일찍 열리며 먹음직스럽게 생긴 개살구는 그 예쁘고 먹음직한 모습에 기대에 부풀어 먹어 보면, 새콤달콤은 커녕 떫고 시큼 털털하여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래서 겉만 번지르르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을 빗대어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합니다.

작년 5월 보스코인이라는 회사에서 국내 최초로 IC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ICO 역사가 이제는 변환점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보스코인 이후 수십 개 이상의 기업이 백서 한 장 달랑 들고 많게는 수백억에서 적게는 수십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이더리움)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투자유치를 부러워하며 또 그들의 성공을 기대하면서 기꺼이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년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필자는 얼마전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계의 대표적인 CEO분들을 모시고 작은 모임을 가졌습니다.

시장 상황에 대한 논의와 상호 협조 방안을 이야기하던 중 ICO를 경험한 많은 CEO분들로부터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화려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ICO의 뒷면에는 투자를 유치해주고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수십%까지 수수료를 챙긴 중간 마케팅 회사의 폭리와  정체조차 불 분명한 어드바이저들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수수료 및 코인등으로 인해,

실제로 ICO로 조달했다고 하는 자금의 50% 미만이 실질적인 투자유치 규모인 것이 현실이며, 이 조차도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입하기도 하고, 설상가상 투자받은 이더리움의 가격까지 폭락하여 현재는 자금이 거의 거덜 난 기업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전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대부분 ICO 기업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결국 지난날 벌어졌던 수많은 밋업을 통해 진행된 엄청난 투자의 소용돌이가 지금 돌이켜 보면 정신없이 투기판으로 끌려간 광란의 질주에 불과하였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 ICO 시장이 세계적으로 물 좋은(?) 호구 동네였기에 그렇게 외국인들이 뻔질나게 방문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 결과 작금의 암호 화폐 투자자들은 원금대비 1/10로 쪼그라든 실망스러운 결과를 손에 쥐고, 어떻게 하든 남들보다 빨리 원금의 일부라도 회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투매에 투매를 거듭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최근 ICO 시장 투자 분위기는 냉랭한 것을 넘어, 아예 투자 시장 자체가 거의 말라붙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1년이 넘은 기간이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결과물 하나 내놓은 국내 회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그날 필자를 비롯한 참석자 대다수는 왜 초기 스타트업들이 적정 자금이 아닌 수백억 원씩이나 되는 거대한 Seed Money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반성에 공감했으며,

과연 그렇게 모아진 자금이 올바르게 쓰였는가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면서,

또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 했는지? 그리고 무리한 투자유치 활동이 없었는지에 대한 돌아봄이 필요한 시기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아울러 무리한 투자유치 과정에서 과도하게 남발된 코인으로 인해 작금의 코인 가격 폭락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여지고, 도를 넘는 바운티(보너스 보상) 물량이 풀려나오면서 매도의 쓰나미를 불러오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름만 걸어 놓고 엄청난 코인을 받아간 어드바이저들은 코인이 상장만 되면 가차 없이 보유 물량을 팔아 치우면서 알트코인 시장은 끝없이 붕괴되어 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투자자들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여기에 더 해서 자금 조달로 과도하게 비축되어 있는 이더리움은 각 기업의 개발비의 충당을 위해 지속적으로 매물로 등장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신규 ICO 시장은 위축되고 매수세가 받쳐주지 못하니 이더 가격조차 지지부진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언제쯤 이 시장이 회복될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이기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이 지속 발전하기 위하여는 엔젤 투자는 필수적이기에, 왜곡되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ICO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 형태의 시장 출현이 시급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개발이 완료된 블록체인 메인넷과 디앱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내세워 진행되는 IEO 시장으로 빠르게 대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IEO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빛 좋은 개살구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는 백서를 기반으로 ICO를 추진하는 기업은 과거의 전철을 경험 삼아 꼭 필요한 소액의 개발비용만 투자받는 엔젤투자의 정석에 가까운 ICO 방식을 진행해야 할 것이며,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블록체인 개발을 완료한 후에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을 다시 조달하는 IEO 형태의 건전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IEO 설계 시 무엇보다 체계적인 코인 이코노미 생태계를 설계하여 투자자들에게 만족할만한 투자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진일보된 투자 시스템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