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은 탈 중앙화(Decentralization) 참여, 그리고 보상입니다.

탈 중앙화(Decentralization)는 중앙 집권적인 기존 체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Middle man이 없는 개인과 개인(P2P)이 직접 연결되어 거래하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신뢰의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블록체인 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 중에 간혹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개발 철학을 높이 평가하여 Decentralization의 개념에 집착하며, 극단적인 아나키스트 성향을 보이는 분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 자체는 중앙 권력에 의해 핍박받아온 아픈 과거로 점철되었고, 항상 권력자의 금고지기 노릇을 해온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화폐 남발로 수없이 경제 위기를 자초했으며, 경제위기는 결국 일반 국민들의 고통 분담으로 귀결되어 왔습니다.

나카모토 사토시 역시 이러한 금융체제의 불합리성에 반발하여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해석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토시의 정신은 무정부주의자(Anarchist) 성향을 가진 외골수 사람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 결과 블록체인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상당수의 리더들 역시 비슷한 사상을 갖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가끔 이분들의 성향이 조금 지나쳐 모든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에 탈 중앙화 잣대를 들이대며 Public Blockchain이 아닌 Private Blockchain에 대하여는 아예 블록체인이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해석은 물론,

모든 소스코드도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며, 공개되지 않는 블록체인은 인정하지 않는 경향까지 보입니다.

물론 누구나 사상과 판단의 자유가 있으니 뭐라 할 수 없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필자 역시 아나키스트 추종자의 일인으로 지나친 정부나 중앙의 간섭은 태생적으로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그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려면 이상적인 이념이나 사상보다도 사용자의 편의와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탈 중앙화 기준의 적용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추종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인(人)이란 한자(漢子)의 모습에도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사람이라는 객체를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단이라는 조직이 유지되기 위하여는 필연적으로 조직 내에 정립된 통일된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며, 규범이나 규약 또는 법이라는 잣대는 공정함을 기반으로 사회의 모든 현상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정해주기에 이러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중앙 기관은 사람들의 요구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탄생되었습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가장 큰 요인이 협력을 할 줄 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지능이 높은 고등동물이기에 가능한 현상인데, 이러한 협력의 중심에는 반드시 리더(중재자)가 필요하며 이 중재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은 항상 힘을 가진 자의 자의적 판단을 기준으로, 또 재화가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파워가 앞서는 권력자 집단의 기준에 의하여 관리자의 역할이 왜곡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역사에 나타난 바와 같이 중앙화된 권력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민초의 저항을 바탕으로 결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으나, 민주주의 역시 입법, 사법, 행정으로 권한의 분산을 이루었을 뿐 중재자인 미들맨은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바와같이 인간은 누군가의 중재와 관리가 당연시되는 체제에 익숙하게 살아왔으며 중재자가 없는 생활은 오히려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는   게 당연시되어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인식이 보편적인 상황에서 ‘탈 중앙화’를 급격히 진행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점차 실생황에 접목되기 시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Public Blockchain의 모습을 기대하기보다는, Private Blockchain으로 시작하여 점차 퍼블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사상과 가장 연관이 깊다고 얘기하는 공유경제 체제 역시 탈 중앙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블록체이너들이 공유경제 생태계를 목표로 블록체인을 접목 시키려 하면서 큰 부작용 없이 탈 중앙화 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으로는 공유경제 시스템 중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일단 성공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근한 예가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모델입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원초적으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설사 최신 인공지능 기법으로 신뢰 점수를 부여한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상대방으로부터 잘못된 피해를 입을 경우(ex, 중국에서 디디추싱 운전자가 승객 살해 사건이나, 에어비앤비의 방문자 성폭행 등을 의미합니다) 그 피해를 보상해 주거나 책임을 물을 중재자가 없기에 탈 중앙화 된 블록체인 생태계에 초기 사용자의 유입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런 공유경제 모델에는 일종의 Private Blockchain이 적합 할 수 있으며, 국가가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화폐 분야와 국방 등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역시 탈 중앙화된 블록체인이 접근하기가 절대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대한 맹목적인 탈 중앙화의 기준 적용은 오히려 블록체인 산업의 퇴보를 불러올 수 있기에, 단계적으로 중앙화된 생태계에서 점진적으로 탈 중앙화 생태계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또한 기술적인 면으로 보더라도 탈 중앙화 된 블록체인이 현재 Web이나 App에서 사용자들이 누리는 동일한 서비스와 동일한 처리 속도를 그대로 구현하려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며 상당 기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기에,

그 중간 과정으로 하이브리드형 블록체인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며, 점전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블록체인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임을 인식하여, 현 중앙화된 체제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점차 참여와 보상 방식을 통해 이상적인 탈 중앙화 된 생태계로 전환시켜야 할 것입니다.

블록체인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