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골만은 감성지능 분야 전문가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리더들은 한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즉, 효율적인 리더들은 <감성지능(Emotional Intellgence)>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IQ와 전문성이 효율적인 리더와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최고의 직무교육을 받았고, 예리한 분석력을 가지고 있고,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온다고 해도 감성지능이 없다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감성지능 영역은 다섯 가지이다. ▪자기인식,▪자기규제,▪동기부여,▪공감능력,▪사교능력 이다.
첫째, 자기인식이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바로 아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자기규제란 우리가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감정을 상황에 맞게 잘 다루어 조절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승진한 사람이 승진 못 한 사람들 앞에서 표정을 잘 관리한다면 훌륭한 감정조절이다.
셋째, 동기부여란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성과를 즐기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넷째, 공감 능력이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즉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 능력이다. 다섯째, 사교 능력이란 다른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다, 순서적으로 앞의 세 가지는 자기를 관리하는 기술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대인관계 기술이다.
여기서 감성지능을 기업 경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감성지능과 영향력 관계다.
감성지능의 자기규제는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리더가 침착한 사람이면 직원들도 덩달아 침착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상층부가 감정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조직 전체에 매우 바람직한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이와 반대로 조직의 리더가 충동적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리더의 감성지능은 조직문화에 대단히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둘째, 감성지능과 창의성 관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창의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보다 융통성이 있고 개방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감성지능과 의사결정 관계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인간(economic and rational man)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합리적인 방법을 추구하지만 최적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고 감정과 직관에 의해 의사 결정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감정조절을 못 하여 화가 났을 때 어떤 의사결정을 하면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결정으로 흐르기 쉽다. 우리가 자기인식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란 주장이 생각난다. 그는 저서 <넛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반 경제학 이론은 사람들이 대단히 이성적이고 감정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가정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종종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심리학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넷째, 감성지능과 인간관계다.
우리들은 통상 인간관계가 좋은 리더를 본능적으로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 역할이란 무엇보다 조직구성원으로 통해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감 능력과 사교 능력은 무척 중요하다. 본인과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IQ와 전문성을 더욱 발휘하게 하려면 감성지능을 더불어 활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섯째, 감성지능과 성과 창출 관계다.
이는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검증되어 있다. 데이비드 맥클레란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료업체를 조사한 결과 관리자가 높은 수준의 감성지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그가 운영하는 부서는 연간 수익 목표를 20%씩 초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성지능이 낮은 부서 관리자들은 20% 정도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미국 본사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사에서도 똑같은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감성지능이 중요한 시대다. 알랜 랭어 하버드대 심리학교수는 <마음 챙김>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이는 새로운 정보나 다양한 관점을 대하는 태도가 개방적일 때의 상태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또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행동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야기한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를 조직에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사람들은 상사 또는 부하가 변했다고 불평하지만 어쩌면 변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한 우리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다니엘 골만이 이야기한 동료나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노력하고 연습하면 감성지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 CEO에게 소개했다. 그의 얼굴이 이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을이다. 성과로 인해 메말라가는 당신의 감성을 챙겨보자.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