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시기하는 사람은 백만장자가 아니다. 그건 자기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거지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이다. 인간은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은 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러러 보고 존경한다. 시기의 대상은 자기보다 처지가 조금 나은 사람, 자기와 엇비슷한 사람이다. 그러니 당신이 누군가를 시기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기껏해야 그와 같거나 그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또 하나. 누군가의 시기가 불편하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나면 된다. 그럼 그 시기가 존경으로 바뀐다.

촉나라 유비가 형주를 다스릴 때였다. 형주에는 자(字)에 모두 상(常)이 들어가는 다섯 형제가 있었다. 형주 사람들은 그들 형제를 ‘마씨오상(馬氏五常)’이라 불렀는데 하나같이 재주가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눈썹이 흰(白眉)’ 마량의 재주가 더 특출났다.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어서 형주 사람들은 그를 흰 눈썹, 즉 백미라고 불렀다. 유비는 그에게 두루 중책을 맡겼고, 제갈량은 마량과 의형제를 맺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참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속은 바로 마량의 동생이다.

같은 또래, 또는 같은 분야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사람을 백미(白眉)라고 부르는 건 《삼국지》촉지마량전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쓰임이 넓어져 현재는 사람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일컬을 때도 백미라는 표현을 쓴다. 백미는 재능에 보내는 최고의 칭찬이다.

인간은 ‘백미’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넘보지 못할 만큼 뛰어나면 시기를 거두고 존경을 보낸다. 그러니 존경받는다는 건 두어 발 앞서가는 게 아니라 저만치 앞서간다는 뜻이다. 니체는 “경기는 완벽하게 이길수록 좋다”고 했다. 그래야 상대가 아쉬움으로 상처받지 않고 승자를 오롯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인생이란 게임에서 완승하려면 갈고닦아야 한다. 재능을 닦고, 인품도 닦아야 한다.

백(白)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희다. 흑(黑)은 아무리 감춰도 검다. 공작은 화려한 깃털을 아무때나 펼쳐보이지 않는다. 그게 공작의 자존이다. 인품은 안으로 품을 때 더 깊어지고,  말은 한 박자 늦출 때 더 믿음이 생기고, 행(行)은 한 걸음 빠를 때 더 나아간다. 광이불요(光而不耀), 노자는 빛나도 눈부시지는 말라 했다. 빛나도 남을 눈부시게 하지 않는 게 백미 중 백미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