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리더는 미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미래를 만들고 트렌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면상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한다.
#학생 A
그는 욕심이 많은 편이다. 경영학과를 졸업 후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왜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물었더니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평가하고 싶어 그 분야 법과 제도를 충실하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가? 다시 말해 “큰 항아리에 모래, 자갈, 작은 돌, 큰 돌 등을 모두 넣어야 할 때 무엇부터 넣어야 하는가?” 라고 질문했다. 그는 “당연히 큰 돌부터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답했다. 그러면 ”학생의 인생에 가장 큰 돌은 무엇인가?“ 그는 한동안 고민을 했다. ”인생에서 큰 돌이란, 즉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알아내는 것이다.
#학생 B
그는 생활 과학대 학생이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지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때 노동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매형이 공인노무사이라서 그에게 노무사 자격증 취득을 권했다. 그는 노무사 공부를 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을 위해 노동법, 민법, 사회보험법, 경영학개론 등을 공부하면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매력도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노무사로 일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다시 고민해 보고 싶다고 찾아왔다. 그에게 물었다. “앞으로 무엇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가?” 그는 “약자를 도와주고 싶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뭐 거창한 것이 되어야 하는지요?”라고 반문했다. 반드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사회에 의미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처방했다.
#학생 C
그는 제대 후 복학한 3학년이다. 회계에 관심이 많고 적성도 맞아 공인회계사(CPA)를 취득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4학년 졸업 후 은행권에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휴학하고 CPA 따기 위한 공부를 해 원하는 금융 공기업으로 취업할 지가 고민이었다.
필자는 먼저 “만약 학생이 1년 뒤 CPA를 취득하고 바로 본인이 원하던 금융 공기업에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면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CPA를 어느 정도 준비해 왔는지 물었다. 앞으로 1년간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CPA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정리하고,CPA에 매진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학생 D
그는 진로가 아닌 다소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찾아 왔다. 자기소개를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부럽다고 했다. 본인도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발표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약 3분간 해보라고 했다. 다소 쑥스럽게 하긴 했지만 나름 조리 있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었다. 다만 자신감이 다소 결여되어 있었다. “왜 자신감이 결여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타인에게 너무 신경을 씁니다. 실수할까봐 선 듯 나서지 못합니다. 스스로 생각이나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물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 표현 유창하게 하기” 라고 했다. 평소 생각도 많이 하고 스스로 답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숙제를 내 주었다. 기업체 입사 시 자기소개 3분짜리와 주제 발표 10분짜리 각각 설정하고 필자 앞에서 발표해 보기다.
#학생 E
그 는 1학기 수업을 들었고 그 때 코칭대화를 했던 학생이다. 당시 중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2학기에 인턴을 4개월 하면서 휴학 중이었지만 학교로 찾아왔다. 그는 중국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자주 다녔고 중국어에 능통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견기업에서 인턴하면서 동남아 수출업무를 지원했다. 사장의 고객사 방문을 수행하면서 통역도 했다
그러면서 사장의 사업상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고, 조직 내 구성원과 의사소통의 중요성 및 갈등관리 노하우 등도 많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었는가?” 그는 자신이 비록 인턴이었지만 “스스로 업무처리를 하도록 믿어준 사장님이 고마웠고 향후 일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보람입니다“라고 했다. 본인이 일해 온 과정과 결과 그리고 교훈을 스토리 형식으로 기록하라고 요청했다. 이것이 차기 직장생활의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꿈이 참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 꿈이 각자 다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그렇다. 요즘 취업하기도 창업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우리사회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긍정적 마인드와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문구가 생각난다. 불파만 지파참(不怕慢 只怕站)이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뜻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불파만(不怕慢)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자.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