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던바의 법칙
(101-18) 동호회 총무와 던바의 법칙

사람을 사귀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거나, 인간관계가 넓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마당발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마당발이 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마당발이라고 해도 진정한 인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 수는 도대체 몇 명 정도일까? 이런 의문에 해답이 될 만한 주장이 있다. 아무리 발이 넓은 사람이라도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는 ‘던바의 법칙’이다. 던바의 법칙은 문화인류학자인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가 주장했다. 던바 교수는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들을 대상으로 사교성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신피질 크기가 영장류의 그룹 규모에 미치는 제약 요건’이라는 논문을 1992년에 발표했다. 복잡한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영역인 신피질이 클수록 알고 지내는 친구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인간에게 적용해보니 인간의 신피질이 더 큰 만큼 인간의 친분 관계는 150명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150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말한다.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에 거주하는 원시부족을 조사한 던바 교수는 마을을 구성하는 주민의 규모가 평균 150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간이 효과적인 전투를 하려면 필요한 부대 인원 역시 200명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던바 교수는 조직에서 집단을 관리할 때 150명이 최적이라는 자신의 추론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경영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고어텍스 브랜드로 유명한 고어 사를 예로 들면서 이 회사는 직원이 150명이 넘으면 별도의 사무실을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무실에 직원이 너무 많으면 직원 간 소통에 문제가 생겨 비효율적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동호회는 자기가 좋아서 나가는 모임이다. 자전거, 산악회, 동창회, 독서토론 등등 그 모임의 주제를 내가 좋아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 모임의 구성원들이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들을 좋아해야 나간다. 회원이 수만명인 인터넷 모임도 정기모임에 나가보면 결국 소수집단의 반복적인 만남이다. 특별한 행사가 아니고, 얼굴 보자고 만나는 행사에는 많이 모여 봐야 20-30명이다. 던바의 법칙이 150명을 말하는데, 150명도 얼굴을 알고 좀 친하게 지낸다는 정도이다. 그럼 총무는 150명을 다 친하게 지내야 할까?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만날 수 있는 물리적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는 가능한 한 많은 회원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악수하고 포옹하면 된다. 전화번호에 이름과 간단한 개인사항을 같이 적어놓고 그 사람과 전화를 할 때는 ‘여보세요~’로 시작하지 말고, ‘응, 누구야~’라며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면 훨씬 친근감이 느껴진다. 던바가 말하는 150명이란 내가 직접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의 수자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150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 역시 인맥 숫자를 발견한 적이 있다. 조 지라드는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1,400대의 차를 판매했고, 15년 동안 1만 3,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그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250 법칙을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자신이 고객들의 결혼식, 장례식을 쫓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기는지 살펴봤더니 대략 250명이었다는 것이다. 지라드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해 한 명의 고객을 볼 때 250명을 대하듯 행동했고, 이는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회장은 전체 회원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총무는 서로 잘 알고 지내도록 분위기를 만드어야 한다.

그러니 늘 나와 만나는 사람만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 그 밖의 사람들과는 연결될 기회가 사라진다. 많이 만나봐야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인간관계도 질과 양의 측면에서 보면, 양이 먼저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수의 인원과 끈끈한 관계도 맺고, 수만 명과 느슨한 관계도 맺으며 살아가다 보면 내가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복도 전염되니까. 총무는 그 행복이라는 바이러스에 누구보다도 전염되기 쉽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