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현재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과연 자본이란 무엇이고, 얼마나 다양한 자본이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자본’하면 보통 기계나 생산설비 같은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이나 현금, 주식, 채권 같은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을 우선 연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체화돼 있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도 자본이고 우리 몸에 체화돼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정신적, 지적 활동의 축적물인 지식 자본(intellectual capital)도 엄연히 자본이다. 또 항상 우리 주위에서 조용히 존재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환경도 따지고 보면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에 속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오랜 기간 축적된 유형·무형의 문화도 엄연히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이다.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인 데이비드 갈렌슨(David Galenson)은 그의 저서를 통해 예술 자본(Artistic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사람 간 소통(커뮤니케이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본주의가 더욱 성숙하게 된다. 또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감성에서 비롯된 욕구가 드러나는 결과물을 뜻하는 단어로 웨트웨어(wetware)가 중시되면서 스웨트 캐피탈(sweat capital)이라는 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적 자본 못지않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있다. 우리 인간과 조직 사이에 형성된 신뢰성(trust), 진실성(integrity), 단결성(solidarity)이 이에 해당된다. 사람과 조직 간에 신뢰성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어 사회 전체는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자본이 잘 구축돼 있으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크게 올라가게 마련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동호회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 시민들은 한 가지 이상의 사회적 활동 단체 참여 경험은 79.5%로 나타났다. 가장 참여율이 높은 활동은 학연을 근간으로 한 동창회가 가장 높아 54.3%, 지연을 근간으로 한 향우회가 19.7%이고, 단순 친목모임도 44.1%나 된다. 연령별로 보면 50대(89.1%)와 40대(87.1%)가 단체 활동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임의 종류에 따라 연령별 차이가 나타났는데, 친목회와 향우회 같은 관계 위주의 모임은 4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참여도가 높은 반면, 인터넷 커뮤니티는 매체의 특성상 10-30대의 저연령층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의 성향은 2008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동호회의 종류로는 먼저 운동 쪽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배드민턴, 수영, 탁구, 마라톤, 골프, 볼링 등 다양한 클럽이 있고, 레벨도 나누어져 있어 고급에 속한 회원들은 초급 회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음악 동호회로는 직장인 밴드처럼 직접 악기를 다루는 클럽도 있지만,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재즈모임, 소울매니아 등도 있다. 이외에도 큰 카테고리로 보면 육아동호회, 여행동호회. 꽃꽂이 동호회 등 헤아릴 수없이 많다. 그리고 동호회들은 나름의 사회적인 목적과 기술적인 목적이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도와주고 격려해준다. 그러므로 동호회를 나가는 자체가 바로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행위이다. 동호회에서 우리는 신뢰성(trust), 진실성(integrity), 단결성(solidarity)이라는 요소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꾸준하게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간다. 동호회가 서로의 발전을 위하여 꾸준히 지속되는 것은 그 안에 회원들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쌓여감을 의미한다. 실제로 홀로 사는 사람보다 사회성있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동호회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은 늘어난다. 그러나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탈퇴하고 머물러있지 않는다면 그 자본들은 쌓이지 않고 흩어지게 마련이다. 적은 회원이라도 동호회의 테두리 안에서 오래 있는다면 그들의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이다.
회장은 동호회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늘린다면, 총무는 그 자본을 동호회 안에서 쌓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