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북한은 빠르고 안전하게 개혁할 수 있을까?
(110-94) 북한은 남한중국베트남에 이은 신흥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간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올수록, 북한의 경제 개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어쩌면 남한보다 북한이 더 열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북한이 개방하면,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도와가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남한에서는 북한이 개방되면 환서해경제벨트, 환동해경제벨트, 그리고 접경지역 평화벨트 등 남북한이 연계된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호응하여 북한은 5개의 경제특구와 19개의 경제개발구를 특수경제구역으로 지정하여 운영 중에 있다. 더불어 미국에서도 북한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인들이 방문할 뻔한 적도 있고, 캐나다에서는 성공한 한민족 계열의 기업인들이 북한 방문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도 북한 개방에 어느 정도는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받아들이기도 쉬워질 것이다. 물론 중국의 대북 투자가 늘어나고, 상호간의 무역이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큰 맘만 먹으면 북한으로 들어갈 돈은 많아 보인다. 외부적인 상황은 베트남이나 중국의 개방 초기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문제를 미국과 합의하고, 남한에서도 이를 받아들였을 때, 북한의 김정은, 평양시민과 보위부로 대표되는 북한의 현 기득권층, 그리고 북한의 주민들이 감당할 만큼 준비가 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공산권 경제의 개방 모델로 중국
모델과 베트남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그 게 북한 모델로 참고는 될지언정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점진적인 개방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방은 20-30여 년에 걸쳐 시간을 두고 부분적으로,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내부적인 갈등도 겪었고, 아직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나라가 개방될 때만 해도 정보통신이 발달되지 않았고, 막기도 쉬웠다. 그 나라 사람들의 성격도 급하지 않은 편이다. 또한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을 한 경우도 우리 한민족에 비하면 그 회수와 강도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점진적 개방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급진적 개방은 러시아 모델을 들 수 있는데, 그 모델은 실패한 사례가 될 뿐이다. 바로 언론 검열 및 사상탄압을 제거하고 정보의 자유와 공개를 의미하는 글라스노스트(Glasnost)와 부패한 관료제 타파, 공산주의 경제의 체제적 한계점을 개선하고 점진적인 시장자유화를 추구하는 정치. 경제적 개조를 의미하는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자유 자본주의 경제이론가들의 무조건적 시장개방을 따른 결과, 자신들의 부패를 숨기고자 하는 관료들의 위선적인 태도와 체제의 경직성이 맞물려 전체적인 퇴보를 가져오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과정은 러시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를 진행하면서 중국·베트남식 경제 개방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베트남을 성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를 발전함에 있어서 제조업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 이유로는 첫째, 제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자동화 기계 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견인한다. 둘째, 제조업은 국가 전체의 기업연구개발비(BERD) 중 70%이상을 차지하면서, 국가 지식 및 기술혁신 기반을 강화한다. 셋째,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전체 무역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경쟁력은 무역수지 흑자에 필수적이다. 넷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서로 융합되기도 하여 수요와 소득을 창출하고 높은 고용효과를 갖는다.

그런데 북한의 현재는 제조업이 성장하기에는 매우 열악하다. 도로, 열차, 통신 등의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창업 및 발명을 하여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열악하다. 첫째, 우선 개인소유권의 보장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 중국에서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것처럼, 아무리 성공한 기업도 어느 날 갑자기 창업주가 사라지거나 소유권을 빼앗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둘째로 사상의 자유로움이 없다. 체제에 대한 비판의 선이 정해져 있지 않다. 중국에서 어디까지가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비판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달라지고, 그 애매모호한 기준을 잘못 파악하면 순식간에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감옥에 가는 일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자유로운 생각이 펼쳐질 수 없다. 셋째로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다. 사업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출장도 다녀야 하고, 때로는 해외 또는 다른 지역에 공장이나 사무실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그게 자유롭지 못하다. 넷째로 고용과 해고의 자유가 없다. 부분적으로 개인의 사업을 제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당의 규제와 감시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다섯째로 북한 주민들의 마인드가 여전히 자유 자본주의적 흐름을 따라오기에는 만만치 않게 경직되어있다. 북한은 새로운 경제를 위하여 여러 가지로 소소한 제도들은 바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노동당원들과 평양시민들과 같은 기득권층의 마인드는 새로운 자본가, 사업가의 출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현재 김정은과 노동당은 당장 급한 마음에 경제 제재의 해제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은 내부적인 혁신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경제를 받아들일만한 혁신과 준비가 없이는 구 소련과 같은 참담함을 낳게 될 것이고, 중국과 같이 겉으로 만의 개혁은 주변국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 세계는 신흥 개발도상국이라고 해서 무한정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간을 여유있게 두면서 개방하기에는 내부적인 조급함이 불타오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북한이 부드러운 개혁을 일으키고, 내부적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유자본주의와 공산독재주의 사이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대내외에 공포하고 준비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방안에 대한 남한의 적극적인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금전적인 투자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이다. 그 방안으로 대규모 사업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우선 1-2억 원 내외로 소소하게 시작하면 실패해도 어려움이 적은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개혁은 위로부터 시작했지만, 실험은 아래부터 폭넓으면서 작은 실패를 거듭하며 큰 제도를 수정해나가는 방법을 써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