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다시 임원이 된다면?
 지난 칼럼  <다시 팀장이 된다면? >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하겠다.  통상 임원은 회사생활에서 별로 비유되고 있다. 승진하는 기쁨도 있지만 그 책임감 역시 막중하다. 가령 조직 전체, 미래, 조직 외부 등 지금까지와 달리 관점을 180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야에 있어서도 매한가지다. 팀장이 서울의 남산 정상에서 업무를 바라본다면, 임원은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상 같은 높은 산인 CEO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처음 임원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임원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CEO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스스로 임원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가? 필자 선배들이 언급한 “임원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와 헌신하는 자리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상황에서 임원이 되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다시 신임 임원이 된다면 실천해보고 싶은 게 있다.

 첫째, 우물쭈물하지 마라.

누구나 임원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임원은 임기를 부여받는다. 상법상 임원의 임기는 3년 이내로 되어 있어 회사에 따라 1년에서 3년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임기를 연장하려고 생각하는 것보다 오히려 소신껏 과감하게 도전하며 일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성과도 가져오고 결국 롱런하는 비결이다. 어차피 임기는 정해져 있다. 후회 없이 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전임자의 정책이 옳다면 계승하고 자신의 새로운 정책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필자는 후배들에게 내가 떠나면 언제든지 기존 정책을 바꾸어도 좋다고 한 적이 있다.

 둘째, 경영자팀 일원으로 일하라.

임원은 단위업무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경영자팀의 멤버다. 따라서 CEO와 한 팀이 되어 회사가 추진하는 전체적인 방향을 숙지하고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자신의 부분만을 강조해서 일을 그르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본인이 맡은 부문의 구성원의 사기도 높여야 한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회사는 대화가 모든 것(Corporation is all about conversation)이란 말이 있다. 리더들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셋째, 코칭을 주기적으로 받아라.

새로 임원이 되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때 객관적으로 자기를 볼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켄블랜차드에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코치에게 기대하는 사항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객관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나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나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것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말해주는 것▪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순으로 나타났다. 사내외 코치나 멘토를 스스로 선정하거나 HR부서에 요청하라.

 넷째, 구성원을 성장시켜라.

피터 드러커는 모든 조직은 세 가지 영역에서 성과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매출, 영영 이익 등 직접적인 결과 산출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과 재확인  ▪미래를 위한 인재육성이 그것이다.  내일을 이끌어갈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은 임원에게 무척 중요한 임무다. 회사의 미래가 구성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터 드러커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미래를 만드는가?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통한 성과 달성 과정에서 역량을 개발하게 하거나 HR부서의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하에게 과감한 권한 위임을 통해 그들에게 상위 역량 활용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시간대 존 코트라 교수는 <의미 있는 삶>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 세대에 안겨줄 유산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유산 가운데 하나가 자기 일을 이어나갈 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조직은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다섯째, 은퇴 후를 준비해라.

 임원 생활은 직장 생활의 황금기다. 이 황금기에 또 다른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해야 한다. 바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준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연령과 관계없이 자신의 강점으로 제2, 제3의 일을 통해 보람을 이어가야 하는 시대다.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은 준비과정이다. 현역에 있을 때도 활용하고 은퇴 후에도 활용 가능한 자격증이면 더욱 좋겠다. 한 예로 코치 자격증을 따서 코칭리더십을 발휘하고 은퇴 후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도 있다. 각자 전문영역에 자신의 노하우가 있는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임원이 되면 자신과 자신이 맡은 부문 그리고 조직 전체를 주기적으로 두루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더불어 미래를 봐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리더가 최악의 리더라는 말을 명심하자. 따라서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자신만의 안락의자>에 앉아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임원이 되기 전 누군가를 롤 모델로 성장했듯이 이제는 나도 후배들에게 훌륭한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