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육아톡] 임신출산 육아대백과 대로 키워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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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다. 배속에 있을 때는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고 했던 염원이, 돌이 지나고 나니 또래들과의 발달을 비교하게 되면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간절히 빌었던 소망들이 점점 흩어져간다.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첫 번째로 받았던 선물은 바로 ‘임신출산육아대백과’ 이다. 제목 그대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아이를 배속에 품고 있을 때까지는 책의 모든 내용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출산을 하면서 그마저도 조산을 했기에 거기서부터 나는 이 책의 매뉴얼과는 조금 안 맞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고, 책에서 알려주는 육아 시발점과 내 아이의 시발점이 어긋났기에 결국 이 책은 실질적인 우리 아이의 발달과는 거리감이 생겼다. 고민이 되었다. 책이 보여주는 발달 속도와 아이가 보여주는 발달 속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선택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것. 빨리 태어났고, 작게 태어난 아이의 속도에 무조건 맞추었다. 빨리 하라고 다그치지 않았고, 왜 안되냐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며, 언제쯤이면 다른 아이들과 속도가 비슷해 질까 답답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린 모습마저도 사랑했고, 그걸 떠나서 그냥 이 아이 자체가 사랑이고, 행복이었다. 뒤집기, 기어 다니기, 앉기, 서기, 걷기까지 정말 마이웨이의 느낌으로 내 아이는 천천히 하나씩 이루어 내주었다.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이 그저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또래들의 속도를 따라잡자, 이내 나는 아이의 속도를 잊게 된다. 또래보다 말이 느린 것 같다는 조바심이 자꾸 든다. 주변에는 왜 꼭 말을 잘하는 아이가 있는 것일까. 엄마는 조급해진다.
두 돌이 지난 지금 왜 나는 이런 조급함이 들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일까?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내 아이는 원래 느렸잖아.’, ‘아이 속도에 맞추기로 했잖아.’, ‘기다려주기로 했잖아.’ 라고 나 자신을 다그치다가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엄마 잘못으로 화살이 되어 돌아올 까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엄마 때문에 조산을 하고 엄마 때문에 아이가 작게 태어나고 엄마 때문에 아이의 발달이 느린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죄책감. 계속 나와의 대화를 이어 갔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웬만하면 죄책감은 가지지 말자 나는 최선을 다하는 엄마다’ 라고 수십 번 수만 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도저히 이번 죄책감은 금방 회복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주변 찬스를 쓰는 것이 좋다. 저녁시간에 신랑에게 물었다. “내가 집에서 말을 많이 안 시켜서 아이가 말이 느린가 봐, 어디서 찾아봤는데 하루에 5~6시간을 아이에게 말을 시켜야 아이가 말이 느는데, 그런데 나는 생각해 보니까 하루에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 정도 말을 하는 것 같아. 나 때문에 말이 느린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 “그걸 왜 여보 탓을 해?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의 속도대로 가고 있는 것뿐이야. 앞으로, 말하면서 살날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빨리 하고 늦게 하고가 뭐 그렇게 중요해? 지금 말이 하기 싫은가 보지, 하고 싶을 때 하게 그냥 우리는 기다려주자”
여기에 내 모든 나쁜 것들이, 막힌 변기 뚫리듯이 싹 내려 갔다. 너무 통쾌했고 유쾌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의 속도에 맞추겠노라며 책을 덮어 놓고는, 또래와 비슷해 지니까, 이제는 또래들을 앞서길 바라는 나쁜 마음이 발동했다. 죄책감을 가장한, 가장 큰 나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엄마로서 가지게 되는 죄책감도 나쁘지만, 이 본심은 더 나쁘다. 최악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절대로 다시 생겨서는 안 될 본심이다. 그럼 어떻게 이 본심을 산산조각 내어 버릴 수 있을까? ‘내 아이는 내 욕심 쓰레기통이 아니다. 내 아이는 내 아이의 시간을 살고, 내 아이의 인생을 산다.’
이것이 본질이다. 내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꾸 들추어내야 하고 자꾸 주입시켜야 한다. 그래야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원하는 삶을 그려갈 수 있다. 결국 이것은 각자의 행복을 위한 일이자, 모두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의 시간을 산다.
브랜드미 ‘윤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첫 번째로 받았던 선물은 바로 ‘임신출산육아대백과’ 이다. 제목 그대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아이를 배속에 품고 있을 때까지는 책의 모든 내용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출산을 하면서 그마저도 조산을 했기에 거기서부터 나는 이 책의 매뉴얼과는 조금 안 맞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고, 책에서 알려주는 육아 시발점과 내 아이의 시발점이 어긋났기에 결국 이 책은 실질적인 우리 아이의 발달과는 거리감이 생겼다. 고민이 되었다. 책이 보여주는 발달 속도와 아이가 보여주는 발달 속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선택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것. 빨리 태어났고, 작게 태어난 아이의 속도에 무조건 맞추었다. 빨리 하라고 다그치지 않았고, 왜 안되냐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며, 언제쯤이면 다른 아이들과 속도가 비슷해 질까 답답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린 모습마저도 사랑했고, 그걸 떠나서 그냥 이 아이 자체가 사랑이고, 행복이었다. 뒤집기, 기어 다니기, 앉기, 서기, 걷기까지 정말 마이웨이의 느낌으로 내 아이는 천천히 하나씩 이루어 내주었다.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이 그저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또래들의 속도를 따라잡자, 이내 나는 아이의 속도를 잊게 된다. 또래보다 말이 느린 것 같다는 조바심이 자꾸 든다. 주변에는 왜 꼭 말을 잘하는 아이가 있는 것일까. 엄마는 조급해진다.
두 돌이 지난 지금 왜 나는 이런 조급함이 들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일까?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내 아이는 원래 느렸잖아.’, ‘아이 속도에 맞추기로 했잖아.’, ‘기다려주기로 했잖아.’ 라고 나 자신을 다그치다가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엄마 잘못으로 화살이 되어 돌아올 까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엄마 때문에 조산을 하고 엄마 때문에 아이가 작게 태어나고 엄마 때문에 아이의 발달이 느린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죄책감. 계속 나와의 대화를 이어 갔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웬만하면 죄책감은 가지지 말자 나는 최선을 다하는 엄마다’ 라고 수십 번 수만 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도저히 이번 죄책감은 금방 회복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주변 찬스를 쓰는 것이 좋다. 저녁시간에 신랑에게 물었다. “내가 집에서 말을 많이 안 시켜서 아이가 말이 느린가 봐, 어디서 찾아봤는데 하루에 5~6시간을 아이에게 말을 시켜야 아이가 말이 느는데, 그런데 나는 생각해 보니까 하루에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 정도 말을 하는 것 같아. 나 때문에 말이 느린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 “그걸 왜 여보 탓을 해?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의 속도대로 가고 있는 것뿐이야. 앞으로, 말하면서 살날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빨리 하고 늦게 하고가 뭐 그렇게 중요해? 지금 말이 하기 싫은가 보지, 하고 싶을 때 하게 그냥 우리는 기다려주자”
여기에 내 모든 나쁜 것들이, 막힌 변기 뚫리듯이 싹 내려 갔다. 너무 통쾌했고 유쾌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의 속도에 맞추겠노라며 책을 덮어 놓고는, 또래와 비슷해 지니까, 이제는 또래들을 앞서길 바라는 나쁜 마음이 발동했다. 죄책감을 가장한, 가장 큰 나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엄마로서 가지게 되는 죄책감도 나쁘지만, 이 본심은 더 나쁘다. 최악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절대로 다시 생겨서는 안 될 본심이다. 그럼 어떻게 이 본심을 산산조각 내어 버릴 수 있을까? ‘내 아이는 내 욕심 쓰레기통이 아니다. 내 아이는 내 아이의 시간을 살고, 내 아이의 인생을 산다.’
이것이 본질이다. 내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꾸 들추어내야 하고 자꾸 주입시켜야 한다. 그래야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원하는 삶을 그려갈 수 있다. 결국 이것은 각자의 행복을 위한 일이자, 모두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의 시간을 산다.
브랜드미 ‘윤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